전략적 뒷걸음질
소설 쓰는 법을 배우지 않고 장편 소설을 썼었다.
소설 쓰는 법이라는 게 정해져 있는 건 아니지만, 에세이만 좀 끄적여 본 내게는 무모한 일이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마감을 코앞에 두고 있었다.
뭔가를 새로 습득해서 활용할 시간은 상상할 수 없었다.
불안했지만 불평할 수는 없었다.
내가 하고 싶어서 벌인 일이었으니까.
그저 '완성'이라는 글자를 향해 내가 가진 얄팍한 기교로 얼기설기 엮었다.
그 후 한참이 지나 단편 소설을 쓰고 있는 요즘.
초고를 덮어두고, 처음부터 다시 장면 단위로 사건을 나열했다.
그리고 그 장면 속으로 들어가 다시 쓰고 있다.
처음부터 다시 쓰는 느낌이 유쾌하지는 않다.
나아가는 게 아니라 뒷걸음질 치는 것 같다.
하지만 흐름 없이 덤벼들 때보다 확실히 조금은 단단해 보인다.
그리고 부족한 점이 선명해졌다.
너무 설명하려 한다는 것.
소설에는 등장인물의 이름을 쓰지 않는다.
그저 성+직함으로 서로를 부르고, 인식할 뿐인 아주 건조한 사회생활을 담고 있다.
그러니 문체도 그에 맞게,
내가 쓴 단어로 알아차리는 게 아니라 느끼게 해주고 싶다.
그러다 보니 읽고 싶은 소설책도 무지하게 많아졌고,
작법서도 읽고 싶어졌다.
여전히 부족하고 마감까지는 막막하지만,
나는 다시 '완성'이란 글자를 가운데 두고 빙빙 맴돌고 있다.
독자의 감정 따위는 생각할 여유도 없었던 내가, 감히 그런 소설을 고민하고 있다.
그것도 분명 앞으로 나아간 거겠지.
다시 찾아온 쓰고 싶다는 마음을 함부로 대하고 싶지 않다.
그래, 함부로 대하지 말자.
접속 일자 : 26년 3월 30일 월요일
접속 시간 : AM 08:10
장소 : 내 책상 위
오늘 쓴 것 : 다시 쓰는 단편 소설 초고
분량 : 1,536자
오늘의 문장 : 문 하나 너머로 왁자지껄한 소리가 순식간에 멀어졌다.
던져 버릴 문장 : 점심시간, 국밥집에 앉은 직원들의 목소리가 상기되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