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뜨리지 않는 절정

바스러지는 마른 잎

by 리을

사실상 결말 부분은 정해져 있었다.

첫 장면을 쓸 때부터 끝 장면은 고정된 것이나 다름없었으니까.

짧은 이야기가 어느새 갈등의 최고조에 달았다.

발버둥 치려 했던 나의 주인공은 거대한 벽과 마주한다.

너무 거대해서 어떻게 대응도 해보지 못할 그런 벽.


나는 대부분 글을 쓸 때 감정을 고스란히 담으려 했다.

화가 나면 화를, 슬프면 슬픔을, 즐거우면 즐거움을.


에세이는 더더욱 그랬고, 소설도 다르지 않았다.

직접적인 표현을 서슴없이 했고, 드러내는 게 편했다.


하지만 이번 소설의 목표는 다르다.

직접적인 단어나 표현이 아니라 장면과 상황, 소리라는 감각으로 전달하고 싶다.


그러다 보니 절정에 닿아도 뭔가가 터지지 않아야 한다.

무언가가 해소될 것처럼 고조되다 파사삭 소리 없이 무너져 내려야 한다랄까.

생기로 넘치는 푸른 잎이 아니라, 가루처럼 바스러지는 마른 잎처럼.

건조하고 그저 상황에 대한 묘사만으로 진행해 보고 싶다.


어렵다.

아마도 자꾸만 쓰기 싫고 도망가고 싶은 건, 하고 싶은 방향은 있지만 대체 어떻게 가능할지 어려워서...다.


괜찮다.

언제는 잘 써서 썼나?

그저 쓰고 싶어서 썼다.


요즘 같은 시대에 터뜨림 없는, 사이다 없는 건조한 절정을 구상하는 나는,

어차피 마이너니까.


그냥 하고 싶은 멋대로 해보는 거지 뭐.




접속 일자 : 26년 3월 16일 월요일

접속 시간 : PM 9:00

장소 : 새 컴퓨터를 설치한 내 방

상태 : 너무 쓰기 싫은데 겨우 책상 앞에 앉았다.


오늘 쓴 것 :

1. 단편 소설 초고 > 클라이맥스를 끝자락

분량 : 1,222자


오늘의 문장 : 허공을 떠돌기만 했던 김 부장의 말이 차례로 돌아와 뇌리에 박혔다.

> 이해되지 않는 것들이 한순간에 알아차리는 순간이 있다. 그 순간에는 지금까지 알아차리지 못한 내가 이상할 정도로 수도 없이 단서가 많았다는 것까지 단박에 알게 된다.


던져 버릴 문장 : 그는 그녀가 작성하는 모든 곳에 들어가는 이름, 바로 그 이름이었다.

> 이름이 등장하는 장면을 좀 더 건조하고 강렬하게 표현할 수 없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