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가 되지 않으면 피지 않는다(1)
단순히 만나고, 관계를 맺는 것을 넘어서
서로가 서로를 받아들이고 머물 수 있으려면, 반드시 그에 맞는 ‘때’가 있어야 합니다.
아직 마음이 준비되지 않았을 때
피어난 인연은 쉽게 시들고, 때를 놓친
인연은 끝내 꽃을 피우지 못한 채 바람에 흩어집니다.
사랑도, 우정도, 심지어 아주 짧은
동행조차도 그 시절에 맺어졌기 때문에
의미 있었던 것입니다.
꽃은 아무 때나 피지 않습니다.
계절이 도래해야 비로소 피어나고, 그 계절이 지나면 시들기 시작합니다.
사람도 다르지 않습니다.
누군가를 만나 마음을 열고 관계를 시작하기 위해서는 마음 안에 무르익는 어떤 준비가 필요합니다.
그 준비가 되어 있지 않은 채 맞이한 인연은,
그 사람이 아무리 귀하고 아름다울지라도
오래가지 못합니다.
때로는 그 인연이 나빠서가 아니라,
나 자신이 그 시절에 아직 그 마음을 감당할 수 없었던 것입니다.
때가 무르익지 않은 만남은 억지스럽고 불안정합니다.
상대의 진심을 받아들이기보다는
방어하게 되고, 말보다 침묵이 많아지고,
가까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음은 점점 멀어져 갑니다.
사람은 누구나 자기가 감당할 수 있는 관계의 깊이가 있습니다.
마음이 준비되지 않았을 때는 어떤 좋은 인연도 결국엔 상처로 끝나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그 상처는 종종 인연 그 자체를 원망하게 만들기도 합니다.
반대로, 너무 늦은 만남도 인연을
어렵게 만듭니다. 이미 지나간 시절,
마음이 닫힌 후에 찾아온 인연은 설령
진심이라 하더라도 깊이 들어오지 못합니다. 마음의 문은 한 번 닫히면 쉽게 다시 열리지 않습니다. 사람은 매 순간 변화하기 때문에,
어제의 나는 오늘의 나와 같지 않습니다.
그래서 어떤 인연은 오랜 기다림 끝에 만났지만, 결국 엇갈리고 맙니다.
시절은 기다려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삶은 때를 아는 일입니다.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어떤 시절을 지나고 있는지를 인식하는 것은, 곧 관계를 지혜롭게 바라보는 능력입니다.
지금 내 마음은 어떤 계절을 살고 있는가.
봄처럼 설레는 마음인가, 여름처럼 무르익었는가, 가을처럼 차분하고 깊어졌는가, 혹은 겨울처럼 고요히 닫혀 있는가.
이 마음의 시기를 잘 알아야 인연 또한
조심스럽게 마주할 수 있습니다.
사람이 언제 가장 외로운지를 생각해 보면,
때로는 인연이 없을 때보다 인연이 맞지 않는 시절에 만났을 때 더 외로움을 느낍니다.
서로에게 아무 잘못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맞지 않는 타이밍 때문에 끝내 마음을 나누지 못하고 흩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럴 때 우리는 종종 스스로를 책망하거나, 상대에게 실망하지만, 어쩌면 그것은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는지 모릅니다.
다만 시절이 맞지 않았을 뿐입니다.
시절인연이란 결국
타이밍의 예술
입니다.
그리고 그 타이밍은 인간의 뜻대로 조절할 수
없는 자연의 흐름과도 같습니다.
억지로 앞당길 수 없고, 붙잡는다고 해서 오래가지도 않습니다. 그래서 인연에 있어서 가장 필요한 태도는 ‘기다림’ 일지도 모릅니다.
마음의 때가 올 때까지 기다리고, 상대의 마음이 열릴 시절을 조용히 기다리는 것. 그것이 시절인연을 진실하게 마주하는 자세입니다.
기다림은 수동적인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내면의 준비를 위한 시간입니다.
내 마음의 계절이 무르익기 전까지는 어떤 인연도 온전히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기다리는 동안 우리는 스스로를 다듬고,
깊어지고, 여물게 됩니다.
그 시간을 통해서 비로소 우리는 누군가를 진심으로 맞이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갑니다. 시절은 외부에서 오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서 천천히 자라나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종종 타인의 속도에 맞추려 하거나,
인연을 조급하게 쥐려 하면서 스스로를 지치게 만듭니다.
그러나 좋은 인연은 언제나 제 때에 옵니다.
억지로 만들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다가오는
그 시절이 반드시 있습니다.
그 시절을 알아보고, 그 인연을 놓치지 않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글을 읽는 지금, 당신은 어떤 시절을 지나고 있습니까. 마음은 열려 있나요,
아니면 아직은 닫혀 있나요.
누군가를 만날 준비가 되었나요,
혹은 아직은 홀로 머무는 시간이 필요한가요.
그 무엇이든 괜찮습니다.
중요한 건 지금의 시절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일입니다.
때가 되지 않으면 피지 않는다는 말은,
단순히 인내를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자연의 질서를 인정하고, 내 삶의 리듬을 존중하는 태도입니다. 인연은 마음의 계절이 맞을 때 피어나는 법. 그러니 기다릴 줄 아는 사람에게, 결국 가장 좋은 인연은 반드시 찾아옵니다.
그 시절이 오기까지, 조급하지 않기를. 억지로 다가서지 않기를. 그리고 무엇보다도, 나 스스로가 무르익기를.
그것이 바로 시절인연을 품는 첫걸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