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작가가 되기까지의 조용한 여정
저는 뇌출혈 후유증으로
좌측 편마비가 되어 오른손만
움직임이 가능해서 한 손으로 글을 씁니다
장애인이 된 후 몇 년 동안 방구석에서
약 처방과 관공서 볼일 말고는 자발적
고립을 택하고 살았습니다.
그러다 스스로 이렇게 살면 안 되겠다 싶어
어느 날, 조용히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그 어떤 계획도, 전략도 없었습니다.
그저 떠오르는 생각을 붙잡고, 흘러가듯
쓰기 시작했을 뿐이었습니다.
처음에는 개인 블로그였습니다.
무언가를 정리하고 싶었고, 마음속
이야기를 어디엔가 꺼내어 보고 싶었습니다.
어떤 날은 깊은 감정이 밀려와 몇 줄
써 내려가는 것조차 버거웠고,
어떤 날은 갑자기 말을 걸듯 술술 써 내려간
글이 마음을 쓰다듬어 주기도 했습니다.
글을 쓴다는 것은 그런 것이었습니다.
내면의 파동을 감지하고, 그 울림을
조심스레 옮겨 적는 일.
그런 날들이 쌓이며 제게 글쓰기는 조금씩
‘생활’이 되어갔습니다.
그렇게 조용히 블로그에 글을
올리던 어느 날,
‘브런치 스토리’라는 플랫폼을
알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단순히 구경하는 마음으로 둘러보았습니다.
깔끔한 디자인, 정제된 문장, 그리고
글과 사진이 어우러진 편집.
무언가 단정하면서도, 감성적인 공간이라는 인상이 들었습니다.
그리고 알게 되었습니다.
‘브런치 작가 신청’이라는
절차가 있다는 것,
작가로 승인되기 위해서는
일정한 기준이 있다는 것.
그리고 적지 않은 분들이 신청을 했지만,
거절당하기도 한다는 것.
‘아, 생각보다 문턱이 높구나’ 싶었습니다.
괜히 도전했다가 상처만 입는 건 아닐까,
나는 아직 그만한 준비가 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는 마음에
한동안 ‘작가 신청’ 버튼을 누르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사람 마음이란 묘합니다.
주저하다가도, 어느 날 문득 용기가 날 때가 있습니다.
큰 결심도 아닌데, 그 순간엔 아주 중요한 일처럼 느껴지기도 하지요.
그날도 그랬습니다.
하루 종일 무언가에 이끌리듯, 결국 작가 신청을 하게 되었습니다.
떨리는 마음으로 며칠을 기다렸고, 생각보다 빨리 답장이 도착했습니다.
승인. 5월 12일
그 단어에, 작은 탄성이 새어 나왔습니다.
생각도 못 했는데, 저는 단번에 브런치
작가로 승인을 받은 것이었습니다.
놀라웠고, 기뻤고, 동시에 어떤 책임감
같은 것이 마음을 감쌌습니다.
이제는 단순한 글쓰기가 아니라,
누군가에게 전해지는 글을 써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입니다.
그때부터 저의 하루는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아침에 눈을 뜨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건
오늘 쓸 글감이었습니다.
하루 종일 생각했습니다.
무엇을 써야 할까, 어떻게 표현해야 할까,
이 장면은 어떤 문장으로 담아야 할까.
글을 쓰는 일이 일상이 되니,
불필요한 만남이 자연스럽게 줄어들었습니다.
사람들 사이에서 느끼던 피로가 줄고,
혼자 있는 시간이 오히려 평화롭고
충만하게 느껴졌습니다.
글을 쓰는 동안, 저는 치유받고 있었습니다.
쓰다 보면 어느새 제 마음이 정리되고,
그동안 미처 표현하지 못했던 감정들이
흘러나와 가라앉았습니다.
저는 점점 글을 통해 저 자신을 마주 보게 되었습니다.
처음엔 편집도 미숙했습니다.
사진과 글의 배치를 잘 몰라 헤매기도 했고,
발행 버튼을 잘못 눌러 글을 지웠던 날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하루하루 써나가며, 조금씩 익숙해졌습니다.
이젠 저작권 없는 사진도 직접 찾아
첨부하고, 단락마다 호흡을 고려하며
문장을 다듬는 시간이 소중하게 느껴집니다.
어떤 날은 한 문장을 고치느라 두세 시간을 보내기도 하지만,
그 시간조차도 고요하고 집중된 행복입니다.
편집 능력이 늘어나는 것만큼이나,
제 마음의 내공도 깊어졌습니다.
예전 같았으면 지나쳤을 풍경 하나도,
이젠 글감이 되고, 문장이 되어
마음에 남습니다.
글을 쓰기 위해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며 쓸 글을 발견하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젊은 날의 열정은 많이 사그라들었지만,
그 자리에 대신 성찰이 자리 잡았습니다.
글을 쓰다 보면 그동안 지나쳐 온
제 인생의 장면들이 하나둘, 조용히
고개를 들고 다가옵니다.
지금까지 써온 글들이 얼마나 많은
사람에게 의미가 되었을지는 모릅니다.
댓글 하나 없는 날도 있었고,
조회수가 미미한 날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그런 날조차도 저에게는 결코 헛되지 않았습니다.
왜냐하면, 그 글들은 모두 ‘나’를 위한 글이었으니까요.
상처를 매만지고, 외로움을 달래고,
지금 이대로의 나를 있는 그대로 안아주는
글쓰기.
그건 다른 누구를 위한 게 아니라
제가 저를 위로하고, 제가 저를 응원하는
가장 솔직한 방식이었습니다.
이젠 바라는 것이 하나 생겼습니다.
제 글이 누군가의 하루에
작은 위로가 되기를,
지친 마음에 조용한 쉼표가 되기를.
그리고 그렇게 선한 영향력이 되기를.
거창한 문장이나 대단한 스토리가 아니어도 좋습니다.
다만 진심을 담은 단어 하나,
누군가의 마음에 다정하게 닿을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저는 충분합니다.
초심을 잃지 않겠습니다.
잘 쓰고 싶다는 마음보다,
진심으로 쓰고 싶다는 마음을 지키겠습니다.
완벽한 글보다, 진실한 글을 쓰는 사람으로
남고 싶습니다.
그리고 그렇게 매일,
한 문장씩 저의 삶을 채워가겠습니다.
오늘보다 더 나은 사람이 되기 위해,
어제보다 더 진솔한 문장을 남기기 위해
저는 또 글쓰기 앞에 앉겠습니다.
마침내, 글쓰기가 제 삶을 풍요롭게
만들고 있다는 걸
매일의 고요한 시간 속에서 체험하고 있습니다.
감사합니다.
오늘도, 글을 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