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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림

단상(斷想 ) 시와 에세이

by 현루


흔들리던 나무가


더 깊은 뿌리를 내렸다.


흔들림은 약함이 아니었다



흔들림


우리는 흔들릴 때마다 스스로를 의심합니다.


“내가 약해서 그런가, 내가 부족해서 그런가.”


하지만 자연은 다른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바람 앞에서 나무가 흔들리는 건 약하기 때문이 아니라, 살아 있기 때문입니다.


땅과 연결된 뿌리가 단단하지 않았다면 애초에 흔들릴 수도 없었을 것입니다.

나무는 흔들리며 균형을 배우고, 그 과정에서 뿌리는 더 깊이 파고듭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그 아래의 움직임이야말로, 나무가 더 오래 서 있기 위한 힘이 됩니다.

흔들림은 무너짐의 전조가 아니라, 더 단단히 뿌리내리는 과정입니다.

우리 삶도 그렇습니다.


마음이 흔들릴 때, 우리는 쉽게 자신을 탓합니다.


그러나 흔들림 속에서야 비로소 내가 무엇을 의지하고, 어디에 뿌리를 내리고 있는지 알게 됩니다.


흔들림은 우리를 다시 방향으로 이끌고, 지금 서 있는 자리를 점검하게 합니다.


그것은 약함이 아니라 살아 있다는 증거이자, 더 깊은 나를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그러니 불안해하지 않아도 됩니다.


지금 흔들린다면, 그만큼 뿌리가 더 깊어지고 있다는 뜻이니까요.


눈에 보이지 않는 땅속의 힘은 결국 세상을 향해 다시 우뚝 설 날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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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