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숲길에 드는 햇살,

단상(斷想 ) 시와 에세이

by 현루


숲길에 드는 햇살,


스쳐가지만 오래 남는다.


인연도 그렇게 내 마음에 스며든다.




숲길에 드는 햇살


숲을 걷다 보면, 어느 순간 나뭇잎 사이로 햇살이 스며듭니다.


그 빛은 오래 머무르지 않습니다.

바람에 흔들리면 금세 다른 자리에 흩어지고, 발걸음을 옮기면 금세 사라집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짧은 빛의 흔적이 마음속에 오래 남습니다.

인연도 그렇습니다.


누구는 오래 함께하지 못하고, 누구는 잠깐 스쳐갈 뿐입니다.


하지만 남는 것은 만남의 길이 아니라, 그때 스며든 따스함입니다.


오래도록 이어진 관계가 반드시 깊은 흔적을 남기는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아주 짧게 스쳐간 인연이, 햇살처럼 마음 깊은 곳에 남아 나를 지탱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나는 스쳐가는 만남도 허투루 보지 않으려 합니다.


그것이 다시 오지 않을 순간이라는

것을 알기에, 한순간의 빛에도 감사하며 걸어갑니다.


결국 우리의 삶은 그렇게 스며든 인연들로 빛을 이어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요.


keyword
수,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