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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처가 열어준 길

단상(斷想 ) 시와 에세이

by 현루


무너진 벽 사이로

풀꽃이 피어났다.

상처는 늘 새로운 길을 낸다


상처가 열어준 길


무너진 벽 사이로 풀꽃이 피어났습니다.


딱딱하고 차가운 돌 틈을 헤집고 나온 그 작은 꽃은, 부서짐이 끝이 아님을 조용히 말해 줍니다.

상처는 단지 흔적이 아니라, 새로운 길을 내는 시작이었습니다.

우리는 살아가며 수많은 상처를 마주합니다.

한때 단단하다 믿었던 벽이 무너질 때, 마음은 무너진 돌더미 속에 갇히곤 합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르면, 그 틈 사이로 예상치 못한 빛과 바람이 스며듭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작은 생명이 자라나듯, 우리 안에서도 새로운 길이 열립니다.

상처는 아프지만, 그 자리를 통과하지 않았다면 만날 수 없는 풍경이 있습니다.


무너짐은 나를 무력하게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다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는 문이 되기도 합니다.


벽이 허물어지지 않았다면, 풀꽃은 빛을 보지 못했을 것입니다.


삶도 다르지 않습니다.


상처를 피하려 애쓸수록 길은 막히지만,

그 상처를 지나오면 마음은 더 깊어지고 시선은

더 넓어집니다.


그제야 비로소 나는 알게 됩니다.


상처는 나를 파괴하기 위해 있는 것이 아니라,


내가 새로운 길을 찾도록 이끄는 통로라는 것을.


무너진 벽 사이에 피어난 풀꽃은 말없이 우리에게 가르칩니다.


넘어짐도, 균열도, 상처도 결국 또 다른 시작으로 이어진다고.


상처는 늘 새로운 길을 냅니다.
그리고 그 길 위에서 우리는
다시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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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