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상(斷想 ) 시와 에세이
흙냄새 속에
새싹이 피어났다.
끝과 시작은 언제나 맞닿아 있다.
흙냄새 속에서 새싹이 고개를 들었습니다.
겨울의 끝을 지나오며 쌓인 무게가 모두 사라진 듯, 작은 생명은 아무 일 없다는 듯 피어났습니다.
그러나 자연은 늘 다르게 말해 줍니다.
낡고 스러져 흙이 된 자리에서 새로운 싹이 자라나고, 사라짐이 곧 다른 탄생을 준비합니다.
끝과 시작은 서로를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맞닿아 있는 하나의 흐름입니다.
어떤 관계의 끝, 오랜 기다림의 끝, 한 장의 계절이 저무는 끝 앞에서도 우리는 늘 새로운 시작을 맞이합니다.
흙냄새는 지나간 시간의 흔적이자, 다시 자라날 기운의 바탕입니다.
그 냄새 속에서 우리는 오래된 기억을 떠올리면서도, 동시에 다가올 계절을 느낍니다.
바로 그 사이에서 우리는 끝과 시작이 이어져 있음을 알게 됩니다.
작은 새싹이 흙을 밀어 올리는 힘은, 그 무엇보다 조용하지만 강합니다.
어떤 끝 앞에서든 무너짐만을 보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