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끝과 시작은 언제나 맞닿아 있다

단상(斷想 ) 시와 에세이

by 현루




흙냄새 속에

새싹이 피어났다.

끝과 시작은 언제나 맞닿아 있다.



끝과 시작이 이어지는 자리


흙냄새 속에서 새싹이 고개를 들었습니다.


겨울의 끝을 지나오며 쌓인 무게가 모두 사라진 듯, 작은 생명은 아무 일 없다는 듯 피어났습니다.


끝이라 여겼던 자리에서 다시 시작이 움트는 순간이었습니다.



우리는 종종 어떤 일이 완전히 닫히면 모든 것이 멈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자연은 늘 다르게 말해 줍니다.


낡고 스러져 흙이 된 자리에서 새로운 싹이 자라나고, 사라짐이 곧 다른 탄생을 준비합니다.


끝과 시작은 서로를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언제나 맞닿아 있는 하나의 흐름입니다.


삶 또한 다르지 않습니다.


어떤 관계의 끝, 오랜 기다림의 끝, 한 장의 계절이 저무는 끝 앞에서도 우리는 늘 새로운 시작을 맞이합니다.



끝이 있어야만 시작이 드러나고, 시작이 있기에 끝도 의미를 갖습니다.


흙냄새는 지나간 시간의 흔적이자, 다시 자라날 기운의 바탕입니다.


그 냄새 속에서 우리는 오래된 기억을 떠올리면서도, 동시에 다가올 계절을 느낍니다.


바로 그 사이에서 우리는 끝과 시작이 이어져 있음을 알게 됩니다.

작은 새싹이 흙을 밀어 올리는 힘은, 그 무엇보다 조용하지만 강합니다.


그 힘은 우리 안에도 있습니다.


어떤 끝 앞에서든 무너짐만을 보지 말고,

그 자리에 깃든 새로운 기운을 느껴 보십시오.

흙냄새 속에서 새싹이 자라듯,

당신의 하루에도 또 다른 시작은

이미 피어오르고 있습니다.


keyword
수,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