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으려는 눈, 다시 흐르기 시작하는 감정
녹으려는 눈, 다시 흐르기 시작하는 감정
心雪臨寒路 (심설임한로)
마음의 눈이 찬 길 위에 내려앉고
微陽欲解氷 (미양욕해빙)
희미한 햇살이 얼음을 풀려하네
凝思成白影 (응사성백영)
엉켜 있던 생각은 희미한 그림자가 되고
一念向春生 (일념향춘생)
한 생각이 봄을 향해 다시 피어난다
차갑게 굳어 있던 마음 위에 고요히 눈이 내려앉습니다.
눈은 차갑지만, 그 위에 스며드는 햇살은 서서히 얼음을 풀어냅니다.
그동안 내면에 엉켜 있던 감정과 생각들은 차츰 흐릿한 그림자로 변하고,
마침내 마음 한구석에서 봄을 향해 피어나는 작은 기운 하나가 되살아납니다.
겨울의 풍경이지만, 그 안에서 이미 봄은 움직이기 시작한 것입니다.
제18화 《心雪欲融》은 겨울 속에서 피어나는 회복의 미세한 징조를 주제로 합니다.
겉으로는 차갑고 무채색 같은 계절이지만, 자연은 이미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해빙’의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첫 구절의 ‘마음의 눈’은 싸늘하게 식어버린 감정을,
둘째 구절의 ‘햇살’은 새로운 희망의 기운을 상징합니다.
세 번째 구절에서 생각은 그림자가 되어 사라지듯 옅어지고,
마지막 구절에서 마침내 미세한 변화, 봄을 향한 작은 움직임이 드러납니다.
이 시는 ‘큰 변화보다 작은 변화’를 이야기합니다.
상처가 한 번에 아물지 않듯, 마음도 갑자기 밝아지는 것이 아니라 아주 은근한 빛, 한 줄기 미양(微陽)에 의해 천천히 풀려갑니다.
이 작품은 “감정의 해빙은 소리 없이 찾아온다”는 깨달음에서 출발했습니다.
작가가 바라본 겨울은 단순한 고요가 아니라, 회복의 시작점이었습니다.
마음이 완전히 얼어붙었다고 느끼는 순간에도
사실은 보이지 않는 곳에서 ‘해빙의 기운’이 이미 자라고 있습니다.
눈이 녹듯 마음도 녹습니다.
다만 그것은 아주 미세한 변화, 알아차릴 수 없을 만큼 조용한 움직임일 뿐입니다.
《心雪欲融》은 그 미세한 변화를 기록한 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