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寒筆孤行(한필고행)

차가운 붓, 홀로 걷는 길

by 현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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寒筆孤行(한필고행)

차가운 붓, 홀로 걷는 길



孤燈伴冷硯 (고등반랭연)
외로운 등불, 차가운 벼루를 비추고

靜筆寫長宵 (정필사장소)
고요한 붓끝, 긴 밤을 적시네

心跡無人問 (심적무인문)
마음의 자취를 묻는 이는 없고

雪聲滿舊巷 (설성만구항)
눈 내리는 소리만 오래된 골목을 채우네


해석


긴 겨울밤, 방 안에는 작은 등불 하나뿐입니다.


차가운 벼루 위의 먹빛은 서늘하지만,
그 위로 떨어지는 붓끝에는 한 사람의 마음이 고요히 흐릅니다.


묻는 이도, 읽는 이도 없지만 시인은 여전히 쓰고 있습니다.


밖에서는 눈이 내리고, 그 소리조차 벗이 되어
세상과의 마지막 끈처럼 남습니다.


전체 해설



《寒筆孤行》은 ‘작가의 고독’을 겨울의 정경 속에 투영한 시입니다.


첫 구절의 ‘외로운 등불’은 작가의 내면을 상징하고, ‘차가운 벼루’는 세상의 무관심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의지를 나타냅니다.


둘째 구절에서는 ‘고요한 붓끝이 긴 밤을 적신다’는 표현으로 창작의 과정이 단순한 기록이 아니라 삶의 견딤임을 드러냅니다.

셋째 구절 ‘心跡無人問(심적무인문)’은
현대의 모든 작가들이 공감할 만한 문장입니다.


묻는 이가 없더라도, 글은 계속 써야 합니다.


그 이유는 넷째 구절에서 드러납니다.
눈 내리는 소리처럼, 세상은 차갑지만 그 안에도 여전히 온기와 생명의 숨결이 있기 때문입니다.

결국 이 시는 ‘고독을 두려워하지 않는 창작의 자세’를 말합니다.


작가의 의도


이 시는 글을 쓰는 자의 길이 ‘혼자의 길’ 임을 인정하는 마음에서 출발했습니다.


누구도 알아주지 않아도, 작가는 써야 합니다.


그 이유는 ‘세상에 남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자기 마음을 견디기 위해서’입니다.

겨울의 차가움은 글 쓰는 사람에게는 시련이 아니라, 오히려 자기 내면을 맑히는 정화의 시간입니다.


《寒筆孤行》은 그 고요한 시간을 견디며 써 내려간,
한 사람의 작가가 자기 존재를 잊지 않기 위한 기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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