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글로벌 관세 전쟁의 서막(모든 것이 무기가 되는 세상)
오늘 읽을 영화: 《트랜스포머 (Transformers, 2007)》
탈냉전 시대는 자유무역과 관세 인하를 통해 전 세계를 하나의 시장으로 통합하는 세계화(Globalization)를 꽃피웠습니다. 하지만 신냉전 시대의 도래와 함께, 무역은 더 이상 '윈윈(Win-Win)'의 경제적 효율성 문제가 아니라, 강대국의 생존과 안보가 걸린 문제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바로 '경제 안보(Economic Security)'의 시대입니다.
보편 관세의 위협: 무역 질서의 전복
가장 직접적이고 강력한 위협은 보호무역주의의 극단화입니다. 특히 미국 정치권 일각에서 나오는 '보편 관세(Universal Tariffs)' 도입 가능성은 전 세계를 긴장시키고 있습니다.
보편 관세의 내용: 특정 국가나 품목을 가리지 않고, 모든 수입품에 대해 일률적으로 10% 이상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구상입니다. 이는 WTO(세계무역기구) 체제가 지향하는 '최혜국 대우(MFN)' 원칙을 정면으로 위반하는 행위입니다.
파급 효과: 미국 경제를 '자국 중심으로' 되돌리겠다는 목표지만, 현실적으로는 미국 내 물가 상승(인플레이션)을 가속화하고, 미국에 수출하는 모든 국가의 경제 활동을 일시에 위축시킬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무역 장벽을 높이는 수준을 넘어, 지난 70년간 유지되어 온 글로벌 무역 질서 자체를 전복시키는 행위로 간주됩니다.
모든 것이 무기가 되는 세상
신냉전 시대에는 경제적 수단이 군사적 무기처럼 사용되는 '무기화(Weaponization)' 현상이 심화됩니다. 영화 《트랜스포머》처럼, 평범했던 자동차나 로봇이 거대한 전쟁 병기로 변신하듯, 일상적인 경제 수단들이 국익을 위한 무기로 탈바꿈하고 있습니다.
관세의 무기화: 관세는 이제 재정 수입 수단이 아니라, 상대국을 굴복시키기 위한 '징벌적 수단'으로 활용됩니다. 특히 중국을 견제하기 위한 관세 부과는 특정 국가를 공급망에서 배제하려는 경제적 블록화의 핵심 도구입니다.
보조금 전쟁: 미국(IRA, CHIPS Act), EU(그린딜 산업 계획), 중국 등 주요국들은 자국 산업을 육성하기 위해 대규모 보조금 정책을 쏟아내고 있습니다. 이는 공정 경쟁의 원칙을 훼손하며, 정부 주도의 산업 경쟁을 심화시켜 글로벌 시장을 왜곡합니다.
수출 통제의 무기화: 반도체, 희토류 등 핵심 기술과 광물에 대한 수출 규제는 상대국의 첨단 산업 성장을 직접적으로 봉쇄하는 강력한 무기가 됩니다. 이는 다음 5화에서 더 자세히 다룰 주제입니다.
강대국들의 이러한 보호무역 조치들은 전 세계를 '블록 경제'로 쪼개는 결과를 낳습니다.
WTO 체제의 무력화
WTO는 글로벌 무역 분쟁을 해결하는 최후의 보루였지만, 미국의 상소 기구 위원 임명 거부 등으로 인해 기능이 마비 상태에 놓였습니다. 강대국들이 WTO의 판결을 무시하거나 자국 법규를 우선시하면서, 국제 무역 규범은 사실상 힘을 잃고 있습니다.
보복과 불신: 무역 갈등의 악순환
미국이 관세 폭탄을 터뜨리거나 보조금으로 자국 기업을 보호할 경우, 상대국들은 당연히 보복 관세나 자국 산업 보호 정책으로 맞설 것입니다. 이러한 '상대적 이익 추구'는 상호 불신을 증폭시키고, 전 세계적인 무역 갈등의 악순환을 초래합니다.
결론적으로, 글로벌 관세 전쟁의 서막은 경제 효율성이 안보 논리에 압도당하는 신냉전의 단면을 보여줍니다. 국제 분업을 통해 번영했던 국가들, 특히 한국과 같이 무역 의존도가 높은 나라는 이 새로운 '무기화된 경제 시대'에 대한 치밀한 생존 전략이 절실합니다.
[영화로 읽는 제4화] 《트랜스포머 (Transformers, 2007)》
영화 《트랜스포머》는 평범한 물체가 순식간에 강력한 전쟁 병기로 변신하는 충격적인 장면들을 보여줍니다.
이 영화처럼, 오늘날 국제 경제에서도 '관세'나 '보조금' 같은 평범한 경제 정책 도구가 순식간에 상대국을 공격하는 '경제 무기'로 변신하고 있습니다. 국경을 넘나들던 자유로운 무역 상품들이 이제는 강대국의 이익에 따라 언제든 통제되고 제재 대상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합니다.
이 영화는 겉모습만으로는 진정한 위협의 본질을 알 수 없는 신냉전 시대의 경제 안보 환경을 은유적으로 보여줍니다.
[다음 회 예고]
다음 5화에서는 신냉전 시대의 가장 뜨거운 전쟁터, '기술 블록화'를 심층 분석합니다.
미국은 첨단 기술을 중심으로 중국과의 '선택적 디커플링(Decoupling)'을 가속화하고 있습니다. 반도체, AI, 양자 기술 등 미래를 결정할 핵심 분야가 국경을 넘어 '기술 블록'을 형성하는 과정은 어떻게 진행되고 있을까요? 영화 《설국열차》처럼, 고립된 사회에서 기술의 보유 여부가 생존 계층을 나누는 현실을 통해 기술 패권 경쟁의 의미를 짚어봅니다. 5화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