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화. G2의 그림자: 주변국들의 줄타기 외교 (균형외교는 가능한가)
오늘 읽을 영화: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 (Mission: Impossible - Rogue Nation, 2015)》
미국과 중국이라는 G2(Group of Two)의 패권 경쟁이 격화되면서, 한국을 포함한 대부분의 중견국(Middle Power)들은 외교적 딜레마에 빠졌습니다. 냉전 시대처럼 한쪽 진영을 명확히 선택할 수도, 이전 탈냉전 시대처럼 양쪽에서 이익만 취할 수도 없는 '줄타기 외교(Tightrope Diplomacy)'의 시대로 접어든 것입니다. 이 시대의 외교는 성공 확률이 희박한 '미션 임파서블(Mission Impossible)'에 비유되곤 합니다.
전략적 모호성과 딜레마
G2의 갈등이 전방위적으로 확산되면서, 중견국들은 '전략적 모호성(Strategic Ambiguity)'이라는 고난도의 외교 기술을 구사해야 합니다.
안보 vs 경제: 미국의 요구대로 중국과의 관계를 단절하면 안보 협력은 강화되지만, 거대한 중국 시장을 잃어 경제적 타격이 불가피합니다. 반대로 중국과의 경제적 관계를 유지하면, 미국의 첨단 기술 제재(디커플링)와 동맹 관계 약화를 감수해야 합니다.
가치 vs 실리: 미국은 '민주주의 대 권위주의'라는 가치 동맹을 강조하며 중견국들에게 동참을 요구합니다. 이는 민주주의 가치를 지키는 동시에 미국의 안보 우산 아래 머무르는 명분을 제공하지만, 중국과의 경제적 실리를 포기해야 하는 대가를 치르게 합니다.
한국의 딜레마: 한국은 안보는 미국에 의존하고, 경제는 중국에 깊이 의존하는 '안미경중(安美經中)' 구조를 가졌습니다. 이 구조가 G2 경쟁의 심화로 인해 지속 가능성을 시험받고 있으며,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하는' 강력한 압력에 시달리고 있습니다.
프렌드쇼어링 압력과 공급망의 재편
미국은 동맹국들에게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을 통한 공급망 재편을 노골적으로 요구합니다. 이는 '친구'로 규정된 우방국들끼리만 핵심 기술과 생산망을 공유하고, 중국을 포함한 '비우호국'을 공급망에서 배제하라는 압력입니다.
줄서기의 강요: 프렌드쇼어링은 중견국들에게 안보와 경제 중 하나를 선택하라는 강력한 신호입니다. 미국 주도의 기술 블록에 참여하여 장기적인 기술 안보를 확보할 것인지, 아니면 중국과의 현재 경제적 이익을 지킬 것인지 결정해야 합니다.
경제적 비용: 공급망을 재편하고 생산 기지를 옮기는 것은 막대한 경제적 비용을 발생시킵니다. 중견국들은 자국의 기업들이 이 비용을 감수하고 미국 중심의 질서에 재편되도록 유도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를 안고 있습니다.
중견국들은 이러한 압력 속에서 '전략적 자율성(Strategic Autonomy)'을 확보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과거에는 '균형 외교'가 이상적인 해법으로 제시되었지만, G2 시대에는 그 한계가 명확합니다.
'균형'이 아닌 '경쟁'
'균형 외교'는 두 강대국 사이에서 중립을 지키며 양쪽으로부터 이익을 얻는 것을 목표로 합니다. 하지만 G2 경쟁의 본질은 '기술 패권'과 '가치 대결'이므로, 중견국이 완벽하게 중립을 지키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해졌습니다. 한쪽 진영에 유리한 정책은 곧 다른 진영의 견제를 받게 되며, '전략적 모호성'은 언제든 '전략적 표적'이 될 수 있습니다.
독자적인 능력의 중요성
결국 중견국이 G2의 압력 속에서 생존하기 위한 유일한 길은 '독자적인 능력(Capabilities)'을 확보하는 것입니다.
협상력 강화: 자국의 시장, 첨단 기술, 군사력 등 강점을 극대화하여 강대국들에게 '대체 불가능한 존재'임을 입증해야만 협상력을 가질 수 있습니다.
다변화: 특정 국가나 기술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인도, 동남아시아, 유럽 등으로 경제 및 외교 파트너를 다변화하는 노력이 필수적입니다.
줄타기 외교의 성공은 강대국의 변덕스러운 정책 사이에서 '최소한의 손실'로 '최대한의 자율성'을 확보하는 고도의 능력에 달려 있습니다.
[영화로 읽는 제7화]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 (Rogue Nation, 2015)》
영화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의 주인공 이단 헌트(톰 크루즈)는 CIA와 범죄 조직 '신디케이트'라는 두 거대 세력 사이에서 홀로 임무를 수행합니다.
홀로 싸우는 스파이: 이단 헌트는 공식적인 조직의 지원 없이, 때로는 배신당하면서도 목표를 달성해야 합니다. 이는 G2 사이에서 신뢰할 만한 절대적 동맹 없이 오직 자국의 국익이라는 '미션'을 위해 움직여야 하는 중견국의 외로운 처지를 상징합니다.
정보와 전략: 이단 헌트가 생존하는 방법은 압도적인 힘이 아닌, 정확한 정보와 치밀한 전략입니다. 신냉전 시대의 중견국 역시 감정이나 이념이 아닌, 냉철한 계산과 탁월한 외교적 기교를 통해 생존해야 함을 보여줍니다.
이 영화는 '불가능해 보이는 임무'를 수행해야 하는 중견국 외교의 지난함과, 그 속에서 전략적 자율성을 지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은유합니다.
[다음 회 예고]
다음 8화에서는 서방 진영의 '달러 패권'에 대한 정면 도전을 분석합니다.
중국, 러시아, 그리고 사우디아라비아 등이 주도하는 브릭스(BRICS) 연합은 왜 점점 더 몸집을 키우고 있으며, 이들이 꿈꾸는 '탈(脫)달러화'는 과연 현실이 될 수 있을까요? 영화 《아이언맨》에서 토니 스타크가 새로운 에너지를 찾아 독자적인 길을 개척하듯, 도전을 시작한 비서방 진영의 목표와 한계를 짚어봅니다. 8화에서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