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영화처럼 읽는 세계 질서

​9화. 에너지 안보와 기후 위기의 역설(그린딜과 화석연료의 이중 딜레마

by 콩코드

​오늘 읽을 영화: 《투모로우 (The Day After Tomorrow, 2004)》


​경제: '그린'과 '블랙' 사이의 딜레마

​신냉전 시대는 에너지 안보와 기후 변화라는 두 가지 상충하는 위협에 동시에 직면해 있습니다. 서방 진영은 탄소 중립(Carbon Neutrality)을 목표로 그린딜(Green Deal)과 환경 규제를 강화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화석 에너지 공급망은 다시 한번 국가 안보와 지정학적 무기로 부상했습니다. 이처럼 환경(Green)과 에너지 안보(Oil) 사이의 이중 딜레마는 신냉전의 주요 모순 중 하나입니다.


기후 위기의 정치화: 새로운 무역 장벽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들은 기후 변화 대응을 새로운 글로벌 규범으로 만들어가고 있습니다.

​탄소국경조정제도 (CBAM): EU는 수입품 생산 과정에서 배출된 탄소량에 세금을 부과하는 CBAM을 도입했습니다. 이는 환경 보호라는 명분 아래, 탄소 배출량이 많은 국가나 기업에 무역 장벽으로 작용합니다. 개발도상국이나 화석 연료 의존도가 높은 한국과 같은 국가들은 수출 경쟁력 약화라는 압박에 직면하게 됩니다.

​보조금 경쟁: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을 통해 청정 에너지 산업에 막대한 보조금을 지원합니다. 이는 환경 기술을 미국 주도의 기술 블록 내로 재편하려는 전략이자, '녹색 산업 전쟁'의 신호탄입니다.


화석 에너지의 무기화와 지정학

​한편,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은 화석 에너지가 지정학적 무기로 얼마나 강력한지를 입증했습니다.

​에너지 의존도의 역설: 유럽 국가들은 러시아산 천연가스에 의존함으로써 러시아의 외교적 압박에 취약해졌습니다. 이는 에너지 수입선 다변화가 단순한 경제적 문제가 아니라, 국가 안보와 주권의 문제임을 절감하게 했습니다.

​유가와 산유국의 부상: 중동 산유국들(특히 브릭스에 합류한 사우디, UAE)은 유가를 통해 막대한 부를 축적하며 국제 무대에서 발언권을 강화했습니다. 이들은 달러 결제 시스템(페트로 달러)의 핵심 축이자, 친서방 진영과 비서방 진영 사이를 오가며 새로운 균형자 역할을 모색하고 있습니다.


​사회: 그린 성장과 에너지 포퓰리즘

​환경과 에너지 안보의 딜레마는 각국의 내부 정치와 사회 구조에도 깊은 영향을 미칩니다.


'환경 규제'의 비용 전가와 포퓰리즘

​탄소 중립으로의 전환은 막대한 비용을 수반합니다. 기업들은 생산 방식을 바꾸고, 소비자들은 더 비싼 친환경 제품을 구매해야 합니다.

​산업의 불만: 철강, 석유화학 등 에너지 다소비 산업은 높아진 규제 비용 때문에 경쟁력을 잃고, 이는 국가 간 산업 이전과 고용 불안을 야기합니다.

​에너지 포퓰리즘: 고물가 시대에 치솟는 유가와 전기료는 국민적 불만을 높이며, 일부 정치 세력은 '환경 규제 완화'를 주장하는 에너지 포퓰리즘으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이는 장기적인 기후 목표와 단기적인 민생 안정 사이의 갈등을 심화시킵니다.


핵에너지의 재부상

​이러한 딜레마 속에서, 탄소 배출이 적으면서도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가능한 핵에너지(원전)가 '그린 에너지'의 대안이자 에너지 안보의 핵심 수단으로 재조명받고 있습니다. 탈원전 정책을 펼치던 국가들조차 원전 가동 기한을 연장하거나 신규 원전 건설을 재추진하는 등 에너지 믹스(Energy Mix)의 대전환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영화로 읽는 제9화] 《투모로우 (The Day After Tomorrow, 2004)》

​재난 영화 《투모로우》는 급격한 기후 변화가 가져오는 대재앙을 극단적으로 보여줍니다.

​예측 불가능한 위협: 영화에서 지구는 순식간에 빙하기에 가까운 극한 환경으로 변합니다. 이는 기후 변화가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니라, 전 인류의 생존과 국가 안보를 위협하는 예측 불가능한 거대한 힘임을 상징합니다.

​단기적 생존과 장기적 파국: 영화 속 인물들은 당장의 추위를 막기 위해 책을 태우거나 연료를 구하는 등 단기적인 생존에 집중합니다. 이는 현실에서 에너지 안보를 위해 탄소 배출이 많은 화석 연료에 다시 의존하는 국가들의 딜레마와 같습니다. 당장의 위협에 대응하려다가 장기적인 파국(기후 위기)을 간과할 수 있다는 경고를 담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신냉전 시대의 지도자들이 에너지와 환경 사이에서 얼마나 중대한 결정을 내려야 하는지를 시각적으로 보여줍니다.


​[다음 회 예고]

​다음 10화에서는 파트 1의 대미를 장식하며, 신냉전 시대 '글로벌 거버넌스'의 미래를 총정리합니다.


​미국 중심의 질서가 흔들리고 미·중 갈등이 격화되면서, 유엔(UN)과 세계무역기구(WTO) 등 국제 기구들은 왜 제 기능을 못하고 있을까요? 강대국들의 이익에 따라 국제법과 다자주의가 어떻게 무너지고 있는지 분석하고, '새로운 세계 질서'가 어떤 형태로 태동할지 예측해 봅니다. 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처럼, 인류가 새로운 시대의 도구(패러다임)를 어떻게 마주해야 하는지 성찰하며 파트 1을 마무리합니다. 10화에서 만나요!



keyword
화, 목, 토, 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