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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처럼 읽는 세계 질서

​19화. 안보 경제의 시대: 경제는 곧 안보다

by 콩코드

Part 3. 경제의 재편: 돈의 흐름과 미래 산업 (7편)

​19화. 안보 경제의 시대: 경제는 곧 안보다 (Securitization of the Economy)


​오늘 읽을 영화: 《설국열차 (Snowpiercer, 2013)》


​경제/안보: 안보화된(Securitized) 경제 정책의 등장

​신냉전 시대에 접어들면서, 과거 효율성과 이윤 극대화를 최우선 가치로 두던 글로벌 경제 질서가 근본적으로 변화했습니다. 이제 경제는 단순히 시장의 논리로만 움직이지 않습니다. '경제는 곧 안보'라는 인식이 지배적이 되면서, 모든 경제 정책이 안보(Security)의 관점에서 재편되는 '안보 경제(Security Economy)' 시대가 도래했습니다.

경제 정책의 안보화(Securitization)

​경제의 안보화는 다음 세 가지 형태로 구체화됩니다.

​공급망의 무기화: 반도체(5화), 희토류(4화), 배터리 등 핵심 품목을 '전략 자산'으로 규정하고, 이를 적대국을 제재하거나 동맹국에 대한 협상력으로 활용하는 것입니다. 이는 '경제적 상호 의존성(Interdependence)'이 오히려 '취약성(Vulnerability)'으로 변질되었음을 의미합니다.

​수출 통제 및 투자 심사 강화: 미국이 중국을 대상으로 첨단 반도체 장비 수출을 금지하거나, 외국인 투자에 대한 심사(CFIUS 등)를 강화하는 것은 자국의 핵심 기술이 적성국으로 유출되는 것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기 위함입니다. 이는 자유로운 자본 이동이라는 기존 경제 질서의 근간을 흔드는 조치입니다.

​보조금 경쟁 (산업 정책의 부활): 미국 IRA(인플레이션 감축법), 유럽의 그린 딜 산업 계획 등은 자국 내 핵심 산업(전기차, 배터리, 청정 에너지)을 육성하기 위해 막대한 보조금을 투입하는 정책입니다. 이는 자유 무역의 원칙을 훼손하지만, '경제적 자립'과 '공급망 안정'이라는 안보 논리를 통해 정당화됩니다.

기업과 국가가 직면한 경제 안보 리스크

​안보 경제 시대는 기업과 국가에 다음 두 가지의 중대한 리스크를 안겨줍니다.

​규범의 혼란과 불확실성: WTO(10화)와 같은 국제 무역 규범이 마비되면서, 기업들은 강대국의 국내법(Domestic Law)과 단기적인 정치적 결정에 따라 사업 전략을 수시로 수정해야 하는 불확실성에 노출됩니다.

​'프렌드쇼어링'의 비용: 공급망을 적성국에서 우방국(Friend)으로 옮기는 '프렌드쇼어링(Friend-shoring)' 전략은 안보를 강화하지만, 생산 단가를 높여 기업의 효율성과 가격 경쟁력을 희생시킵니다. 한국 기업들 역시 미국/중국 시장을 동시에 유지하기 위한 '이중 공급망' 구축이라는 막대한 비용을 감수해야 합니다.


​'폐쇄적 시스템' 속의 생존

​경제의 안보화는 자유롭고 개방적이었던 글로벌 경제가 진영별로 분할되고 폐쇄적 시스템으로 재편되는 과정을 의미합니다. 이 시스템 속에서 국가와 기업이 생존하기 위해서는 안보적 안정성과 기술적 독점력을 동시에 확보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영화로 읽는 제19화] 《설국열차 (Snowpiercer, 2013)》

​봉준호 감독의 영화 《설국열차》는 폐쇄적 시스템 내에서 기술과 자원의 안보화가 극대화되었을 때의 모습을 극적으로 보여줍니다.

​기술의 독점과 안보: 열차의 '엔진'은 생존을 위한 절대적인 기술이자 자원이며, 앞 칸의 지배층은 이 엔진을 통제하고 독점함으로써 자신들의 체제 안보를 확보합니다. 이는 첨단 기술(반도체, AI)을 독점하는 국가가 곧 신냉전 시대의 패권을 쥐게 됨을 은유합니다.

​불평등의 극대화: 열차는 꼬리 칸(빈곤, 자원 부족)과 앞 칸(풍요, 자원 통제)으로 극명하게 나뉩니다. 안보 경제 시대에 기술 블록에 속하지 못하거나, 핵심 자원을 확보하지 못한 국가들은 꼬리 칸으로 밀려나 경제적 불평등이 극대화된 폐쇄적 시스템에 갇힐 위험성을 경고합니다.


​이 영화는 경제적 효율성 대신 안보 논리가 최우선 가치가 될 때, 세계는 얼마나 비인간적이고 불평등한 폐쇄 시스템으로 변할 수 있는지를 경고하는 중요한 메시지를 던집니다.


​[다음 회 예고]

다음 20화에서는 '에너지'와 '기후 규범'이 새로운 무기가 되는 현상을 분석합니다.


​러시아-유럽 간의 에너지 갈등은 어떻게 유럽의 청정 에너지 전환을 가속화시켰을까요? 또한, 유럽연합의 '탄소 국경세(CBAM)'는 환경 보호라는 명분 아래 어떻게 새로운 무역 장벽으로 작용하고 있는지 짚어봅니다. 환경 운동 노래를 통해 기후 경제가 만드는 새로운 무역 질서와 한국 산업에 미치는 영향을 심층 분석합니다. 20화에서 만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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