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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기란, 진실이 아닌 것을 말하지 않는 것

by 콩코드

​침묵의 경계

​우리는 보통 '진실을 말하는 것'을 가장 용기 있는 행위라고 생각합니다. 진실을 말하는 것은 비난과 오해를 감수해야 하는 외로운 투쟁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위대한 철학자 프리드리히 니체는 우리의 도덕적 상식을 비틀어 가장 어려운 윤리적 시험대가 무엇인지를 제시합니다.


​“인생에서 가장 어려운 것은 진실을 말하는 것이 아니라, 진실이 아닌 것을 말하지 않는 것이다.”


​이 명문은 우리에게 진실의 의무가 단순히 '말하기'를 넘어 '침묵'과 '생략'의 영역까지 확장됨을 경고합니다. 직접적인 거짓말(Active Lie)은 한 번의 사건이지만, 니체가 말하는 '진실이 아닌 것(Untruth)'은 대화, 관계, 사회 전반에 걸쳐 편의상 자리 잡은 안락한 오해와 합의된 왜곡을 포괄합니다.


​니체는 왜 진실을 말하지 않기로 결정하는 것보다, 진실이 아닌 것을 말하지 않기로 지속적으로 거부하는 것이 더 어렵다고 했을까요? 이 글은 침묵의 경계에 숨어 있는 윤리적 책임과 삶의 진정한 무결성(Integrity)을 탐구합니다.


침묵의 책임: 생략된 진실의 왜곡

​니체가 말한 '진실이 아닌 것'은 단순히 명백한 거짓말을 뜻하지 않습니다. 그것은 종종 우리가 편의를 위해 생략하거나 방치하는 진실의 일부입니다. 그리고 우리가 침묵하는 순간, 우리의 침묵은 그 '진실이 아닌 것'에 대한 묵시적 동의가 됩니다.

​예시(조용한 동조): 당신이 속한 그룹이나 직장에서 누군가 사실과 조금 다른 이야기(혹은 과장된 공적)를 통해 이득을 취하는 상황을 목격했다고 가정해 봅시다. 진실을 말하는 것은 당장 갈등을 야기하고 당신에게 불이익을 가져올 수 있습니다. 하지만 당신이 침묵하는 순간, 당신은 진실이 아닌 것이 지속되도록 돕는 공범이 됩니다.


​이처럼 '진실이 아닌 것'은 주변의 압력, 사회적 관습, 그리고 개인적인 이해관계와 얽혀 우리에게 '그냥 모르는 척 넘어가는 것이 편하다'는 유혹을 끊임없이 던집니다. 침묵은 단기적으로 가장 안전한 선택이지만, 장기적으로는 우리 영혼을 가장 빠르게 부패시키는 독이 됩니다.


존재론적 어려움: '말하지 않음'의 지속성

니체는 왜 이 '말하지 않음'을 인간의 가장 어려운 숙제로 보았을까요?


​'진실을 말하는 것'은 단 한 번의 용감한 행동으로 끝납니다. 하지만 '진실이 아닌 것을 말하지 않는 것'은 매 순간, 매 대화마다 발생하는 연속적인 도덕적 방어를 요구합니다. 이러한 방어는 외부의 압력 이전에, 안주와 타협을 속삭이는 우리 내부의 본능과 벌이는 쉼 없는 전쟁입니다.

​안락함과의 전쟁: 거짓말이나 왜곡된 사실을 묵인하는 것은 인간에게 가장 쉽고 편안한 길입니다. 반면, 진실이 아닌 것에 동조하기를 거부하는 삶은 불편함, 갈등, 외로움이라는 짐을 필연적으로 지게 됩니다.

​자기 검열의 의무: 우리는 외부 세계뿐만 아니라, 스스로에게도 이 '진실이 아닌 것'을 말할 때가 많습니다. ("나는 노력했지만 운이 없었어," "이 정도 타협은 괜찮아.") 니체는 우리에게 자기기만이라는 가장 달콤한 유혹 앞에서조차 침묵하지 않고 단호히 거절할 것을 요구합니다.


​이러한 내면의 윤리적 경계심을 유지하는 것이야말로 삶의 가장 고되고 어려운 과제입니다.


​니체의 부름: 온전한 무결성을 향하여

​니체의 통찰은 우리에게 무결성(Integrity)이란 무엇인지를 다시 정의하게 합니다. 무결성은 우리가 훌륭하다고 말하는 것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유혹 앞에서 말하기를 거부하는 것에 의해 구축됩니다.


​진실이 아닌 것에 동조하지 않는 삶은 외로울 수 있지만, 동시에 가장 강력하고 자유로운 삶입니다. 왜냐하면 그 삶은 외부의 평가나 환경에 흔들리지 않는, 자신만의 단단한 윤리적 기반 위에서 서 있기 때문입니다.


침묵하지 않는 영혼의 힘

​니체의 명문은 우리에게 침묵이 금이 아니라, 때로는 가장 비싼 대가를 요구하는 선택임을 알려줍니다. 진실이 아닌 것을 말하지 않기로 매 순간 결단하는 것은 적극적인 용기, 즉 '침묵하지 않을 용기'를 요구합니다.


​지금 당신의 주변에 편의를 위한 침묵, 혹은 나태로 인한 동조를 요구하는 '진실이 아닌 것'이 있다면, 그 유혹을 거부하십시오. ​진정한 힘과 존엄성은 큰 소리로 진실을 외치는 순간이 아닌, 진실이 아닌 것을 말하지 않기 위해 묵묵히 버텨내는 당신 내면의 무결성에서 비롯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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