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들 갖가지 방법으로 분탕을 쳐도 공무원은 그래선 안 된다. 그들이 법 수호의 보루와 같은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법을 집행할 책임 있는 자들이 법을 위반한다면 그것만큼 무도한 게 없다. 부장이 새로 발령받아 왔다. 전임 부장은 1면 8년 4개월 동안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1시간 일찍 퇴근했다. 둘 중 하나다. 아니면 둘 다에 해당할 수도 있다. 해당 부서에 부장이 한 시간씩 비워도 될 만큼 비중 있는 부서가 아니거나 부장이라는 직책에 대한 생각이 없거나. 전자에 관해서 참고할 사례가 있다.
부장이 정규 퇴근 시각에 앞서 1시간 먼저 퇴근 한 시각 만원이 들이닥쳤다. 그 민원인은 그 후 1시간 가까이 또는 1시간이 넘도록 사무실에 머물렀다. 필시 부장은 그에 관한 보고를 받았을 텐데 아랑곳하지 않고 아예 1시간 넘는 시각에 게눈 감추듯 퇴근했다. 그 민원인이 5시 이전에도 사무실을 방문할 수 있다는 얄팍한 생각 때문이었다. 과연 이 사람이 부장인지 의심스러운 상황. 하지만 부장은 정말 아무 탈없이 1년 4개월을 채우고 명예롭게(속속들이 썩었다!) 퇴직했다. 부장이라는 막중한 책임에 대한 의식에 관해서는 따로 덧붙이지 않겠다.
새 부장도 전임과 유사한 행태를 반복할 가능성이 높다. 한 번 눈감으면 두 번 눈 감기는 너무나 쉽다. 선을 넘은 전례는 그 위법이나 책임성을 따지지 따라 넘는 게 관례처럼 되었다. 같은 맥락이다. 한 번 어기는 게 어렵지 두 번은 너무도 쉽다. 선을 넘는 것을 딱히 거북스러워하지 않는 지경에 이르면 이미 끝장난 것이다. 도덕률은 그렇게 허무하게 무너진다.
발본색원의 뜻을 모르는 듯해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에서 풀이를 가져왔다. 발본색원: 좋지 않은 일의 근본 원인이 되는 요소를 완전히 없애 버려서 다시는 그러한 일이 생길 수 없도록 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