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기 전과자의 조각이 천주 교회당에 걸렸다. 그것도 수년 동안 아주 깜찍하게. 이 자의 사기에 눈 뜨고 코 베인 모 천주교회당은 말할 것 없고 그가 사기 친 교회마다 사기꾼의 작품이 넘쳐났다는 후문이다. 사기꾼의 이름을 내건 전시회마저 이름만 들으면 알만한 천주교회당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세계적 작가의 위대한 조각. 이런 망신이 없다. 그의 천사상은 코미디, 상대를 앞에 두고 벌인 질펀한 난장과 같았다.
그것도 모르고 신도들은 그렁그렁한 눈으로 작품을 보고 그 앞에 두 손을 모았을 게다. 거기 깃든 그윽한 신성(사기성)에 무한히 찬탄을 보냈을 건 두 말할 나위 없고. 유서 깊은 천주교회당은 물론 신도들 모두 하루아침에 얼척 없는 신세가 되고 말았다.
바깥에선 이 보다 더한 희극이 상연되고 있다. 이어질 비극은 가늠하기 힘들다. 예서 솎아내지 않으면 예후마저 장담이 서지 않는다. 사기꾼이 천사상을 조각할 수는 있다. 하지만 내 평생 사기꾼이 천사가 되는 건 보지 못했다. 사기 칠 궁리나 하는 사기꾼에게 뭘 기대하는 것부터 우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