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코, 짐바르도, 아렌트로 분석한 한국 정치의 구조적 문제와 책임
이 글에서는 미셸 푸코의 《감시와 처벌》과 필립 짐바르도의 《루시퍼 이펙트》를 중심으로 권력이 작동하는 방식을 분석하고, 이를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 개념과 연결하여 논의한다.
먼저, 근대 사회에서 권력이 억압적인 방식이 아닌 규율과 감시를 통해 개인을 형성한다고 본 푸코와 특정한 권력 구조가 개인의 도덕성을 무너뜨릴 수 있음을 실험적으로 입증한 짐바르도를 부분을 언급한다. 이후, 이 두 논의가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 개념과 어떻게 맞닿아 있는지 살펴보고, 권력이 제도 속에서 작동하며 도덕적 무감각과 순응을 야기하는 방식에 주목한다.
마지막으로, 이러한 개념들을 한국 정치 현실에 적용하여 권력이 어떻게 제도적 폭력과 도덕적 무감각을 조장하며, 시민들의 정치적 무기력을 심화시키는지를 비판적으로 분석한다. 이를 통해, 한국 정치 개혁이 단순히 개인적 부패를 해결하는 차원을 넘어, 권력 구조 자체를 변화시키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함을 제안한다.
미셸 푸코의 《감시와 처벌》과 필립 짐바르도의 《루시퍼 이펙트》는 권력이 어떻게 인간을 형성하고 행동을 조정하는지를 탐구하는 책이다. 이 두 저작에서 설명하는 권력의 작동 방식은 한나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 개념과도 연결될 수 있으며, 이를 한국 정치계의 현실과도 연관 지어 비판할 수 있다.
1. 감시와 처벌 – 규율 권력과 생체 권력
푸코는 근대 사회에서 권력이 억압적인 방식뿐만 아니라 미세한 규율을 통해 개인을 통제한다고 본다. 특히 감옥, 병원, 학교, 군대 같은 제도는 ‘규율 권력’을 통해 개인을 형성하며, ‘판옵티콘’(Panopticon) 구조를 통해 감시와 자기 검열을 내면화하게 만든다. 권력은 가시적 폭력보다는 일상적인 감시와 처벌 메커니즘을 통해 작동하며, 신체뿐만 아니라 사고와 태도까지 통제한다.
2. 루시퍼 이펙트 – 권력과 상황의 힘
짐바르도는 스탠퍼드 교도소 실험을 통해 권력관계에서 사람이 어떻게 타락하는지를 보여준다. 특정한 권력 구조(예: 교도소) 안에서 사람들은 자기 역할에 몰입하며, 권력을 가진 집단(간수)이 폭력을 행사하는 것이 정당화된다. 중요한 것은 개개인의 성향이 아니라 ‘상황’이 인간의 행동을 변화시킨다는 점이다. 이것은 권력이 단순한 개인의 도덕성 문제가 아니라, 제도적 환경 속에서 구조적으로 작동함을 시사한다.
3.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과의 연결
한나 아렌트는 아이히만 재판을 분석하며, 악이 잔혹한 악인의 소행이 아니라, 무비판적이고 체제에 순응하는 평범한 인간이 저지를 수 있음을 보였다. 이는 푸코와 짐바르도의 논의와 맞닿아 있다.
푸코의 ‘규율 권력’과 ‘생체 권력’은 개인이 체제의 규율을 내면화하게 만들며, 그 결과 권력의 폭력이 일상적인 것이 된다. 즉, 사람들은 권력을 ‘행사한다’기보다 ‘체현’하며, 스스로 권력의 작동 기제가 된다.
짐바르도의 연구처럼, 특정한 권력 구조 안에서는 개인이 특별한 악의를 가지지 않아도 가해자로 변할 수 있다.
아렌트의 ‘악의 평범성’은 이런 현상을 설명하는 개념으로, 개별적 도덕적 판단 없이 체제에 순응하는 것이 가장 위험한 악의 형태임을 보여준다.
이렇게 보면, 권력은 단순히 억압적이거나 가시적인 형태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특정한 시스템 속에서 사람들의 행동과 인식을 형성하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4. 한국 정치계에서의 권력 작동 방식
한국 정치에서는 이러한 권력의 작동 방식이 특히 ‘제도적 폭력’과 ‘도덕적 무감각’의 형태로 드러난다.
정치권력의 자기 강화
권력을 쥔 집단은 제도를 자신들에게 유리하게 설계하여 자신들의 위치를 공고히 한다. 선거제도 개편, 검찰과 경찰의 수사권 조정, 방송 장악 시도 등은 판옵티콘적 감시 체계를 구축하며, 권력을 가진 자들에게 유리하게 작동하도록 설계된다.
도덕적 무감각과 책임 회피
한국 정치에서 부패, 갑질, 권력 남용이 반복되지만, 정치인들은 대체로 책임을 회피한다. 이는 짐바르도가 지적한 ‘상황의 힘’과 연결되는데, 개인의 윤리보다 권력 구조와 당파적 이익이 우선시 되는 환경에서는 누구나 쉽게 부패할 수 있다.
일반 시민의 순응과 무기력
푸코의 논의처럼, 미디어와 공적 담론은 특정한 정치적 태도를 유도하며, 시민들이 비판적 사고 없이 체제를 받아들이도록 만든다. 여론 조작, 편향된 언론, 무력감을 조장하는 정치적 공방은 시민들이 적극적으로 개입하지 못하도록 하는 역할을 한다.
정치적 폭력과 적대적 양극화
권력을 유지하기 위해 정치인들은 대중을 이분법적으로 나누고, 상대를 악마화하는 전략을 사용한다. 이 과정에서 반대 세력은 ‘적’이 되고, 도덕적 정당성이 결여된 행위도 쉽게 정당화된다. 이는 짐바르도의 실험에서 간수들이 점점 더 폭력적으로 변했던 것과 유사한 과정이다.
구조 개혁과 함께 부패한 개인의 엄격한 처벌이 필요하다
푸코와 짐바르도의 연구를 통해 보면, 한국 정치의 문제는 단순히 ‘부패한 개인’ 때문이 아니라, 권력이 작동하는 방식 그 자체에 문제가 있음을 알 수 있다.
제도적 감시와 통제(푸코)
상황에 따른 비윤리적 행위(짐바르도)
책임 없는 순응과 체제 유지(아렌트)
이 세 가지 요소가 결합할 때, 권력은 더욱 은밀하고 효율적으로 작동하며, 문제를 인식하기조차 어렵게 만든다. 따라서 한국 정치 개혁은 단순히 부패한 개인을 처벌하는 것이 아니라, 권력 구조와 제도적 작동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방향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그러나 이것이 개인의 책임을 면제하거나 희석하는 논리로 작동해서는 안 된다. 권력 구조의 개혁과 함께, 부패한 개인에 대한 엄격한 처벌이 반드시 병행되어야 한다. 푸코와 짐바르도가 지적한 바와 같이, 제도는 개인의 행동을 형성하지만, 동시에 개인의 선택 역시 제도를 강화하거나 변화시키는 중요한 요소다. 한국 정치에서 반복되는 부패와 권력 남용은 결국 ‘책임을 지지 않는 문화’에서 비롯된다.
따라서 권력형 부패, 불법적 권력 행사, 도덕적 타락을 저지른 개인들에게는 강력한 법적·도덕적 책임이 뒤따라야 한다. 정치적, 경제적 권력을 가진 이들이 면죄부를 받는다면, 어떤 제도 개혁도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또한 시민들이 부패한 정치인을 계속 용인한다면, 구조적 개혁 역시 무력화될 가능성이 크다.
즉, 한국 정치 개혁은 ① 구조적 개혁(제도 변화)과 ② 개인적 책임 강화(엄격한 처벌) 이 두 가지가 함께 이루어질 때 비로소 실질적인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권력은 그 자체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행사하는 개인들을 통해 작동하는 만큼, 부패한 권력자들은 예외 없이 법의 심판을 받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