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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freeart k Jun 23. 2021

안과 밖의 경계에서

자물쇠, 2017, Oil on wood panel, 22.7 × 15.8cm.



내 앞에 인생의 모든 문이 닫혔다고 느껴본 적이 있다. 살아가면서 느끼는 고통스러운 한두 번의 사건만 아니라 가는 곳마다 닫혀있는 그런 좌절, 실패를 경험한 일들이 너무 많다.  이런 경험이라면 굳게 닫힌 문을 보면 답답할 이유가 충분한데 왜 나는 닫힌 문을 보면 알 수 없는 안정감과 편안함을 느낄까? 그건 닫힌 문 뒤에 나를 숨겨 놓은 것 같아 심리적으로 그 안 은 안전하고 아늑한 나만의 공간이 있을 것 같은 상상을 하게 된다.


닫힌 문, 2017, Oil on wood panel, 22.7 × 15.8cm.


  항상, 삶의 경계는 안과 밖이다. 그 경계가 문이며, 늘 안쪽에서 바깥쪽을 바라보지만 나는 안 쪽에 있고 안에 있는 한 밖은 존재한다. 내가 있는 안은 안락한 집일 수도 있고, 자본주의 사 회 속일 수도 있다. 늘 어떤 세계 안에 속해 있다. 하지만 삶은 바깥에서 온다. 감당해야 할 현 실도 저 바깥 어딘가로부터 두려움이 몰려오고 있다. 그렇기에 안쪽에 있는 나는 언제나 저 바 깥과 연결되어 있는 셈이다. 바깥과 이어진 통로를 통해 속수무책으로 그 삶 또는 현실을 맞이 해야 한다. 가끔 삶은 다가오는 바깥으로 인해 안쪽이 무너진다.   세월의 무게와 삶의 고난에 낡고 녹슬어도 어쩔 도리가 없다. 나의 삶이 힘들고 지칠 때는 타 인이 나를 몰랐으면 한다. 그래서 굳게 잠겨진 문을 보면 난 항상 안정감이 들고 이유 없이 계 속 바라보고 싶어진 것이다.  하고 싶은 이야기들도 마찬가지이다. 누구나 한두 개쯤의 꺼내지 못하는 비밀이 있듯이 그 비밀이 힘들고 버거우면 영원히 닫아 버려도 좋다. 억지로 열려고 하지도 말자. 마음만 아플 뿐이다. 꺼내고 싶은 말이 있지만, 이야기한들 무슨 소용이 있겠나 싶어 조용히 접듯이 마음속에 문을 그려 놓고 닫아버리자.  내가 속해 있는 안은 부드러움과 평온, 따뜻함, 안락, 환상의 세계가 있다. 그러나 그러한 안 정과 평온을 보장하는 것은 언제든지 바깥을 보고 연결될 수 있다는 가능성이다


닫힌 문, 2017, Oil on wood panel, 22.7 × 15.8cm



세상과 단절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안과 밖의 경계를 두듯이 나를 보호할 이중의 존재를 만 드는 것이다. 단지, 닫힌 문 뒤에는 나를 감싸 안을 수 있는 비밀의 공간을 만들어 마음 편히 쉬 고 싶은 것이다. 아직도 현실의 불안 속에서 여전히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 모든 그림은 저의 작품들입니다. 무단 도용, 불펌을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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