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 '너무한 세상'을 잊기 위해 걷는다
월리엄 워즈워스의 표현처럼 '우리에게 너무한' 세상을 잊기 위해 걷고 여행을 한다.
'여행'이란 단어는 언제 들어도 설레며, 떠나기 전 짐을 챙기고 필요한 안내서나 미리 정리해둔 여행 노트와 카메라까지 준비를 끝내면 떠날 준비 완료!
20대에는 카메라와 여행에 미쳐 주말이면 항상 어디론가 떠났다. 해외여행은 직장인들에게 힘든 스케줄이지만 매년 맞이하는 명절 연휴 설날과 추석 그리고 여름휴가를 이용해 해외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지금은 코로나 시국에 해외는커녕 국내여행도 힘든 시기이다. 거리두기가 장기화되면서 TV 속 여행 프로그램을 보며 대리만족을 한다. 지금은 비록 쓸 일 없는 카메라만 만지작 거리고 추억이 된 사진첩을 꺼내 여행 사진을 감상하며 그림을 그리고 여행서적을 읽고 있지만 다시 떠날 날을 기다리고 있다.
나의 여행 원칙에는 3가지 룰이 있다. 첫 번째 카메라, 두 번째 동행자 유무, 세 번째는 여유이다.
첫 번째, 지금은 스마트폰 카메라의 기능이 DSLR 카메라 기능과 거의 비슷하다. 그래서 핸드폰만 들고 다녀도 충분 하지만 필름 카메라만큼 개성과 감성이 있는 결과물은 나오지 않는다. 특히 내가 가지고 있는 수동 필름 카메라의 결과물은 빈티지하면서도 감성이 묻어있다. 선명한 고화질은 아니지만 필름이 갖고 있는 매력만으로도 충분하고 인화가 끝날 때까지 기다림의 시간도 설레며 의도치 않았지만 나름 좋은 결과물이 나왔을 때 그 기분도 정말 좋다. 사진 속은 사람 한 명 없는 쓸쓸하고 외로워 보이는 풍경사진이지만 그 쓸쓸함과 조용함이 그대로 묻어 나와서 좋고 그것을 또한 그림으로 풀어내는 과정 또한 즐겁다.
두 번째, 혼자 떠나는 여행과 친구들과 떠나는 여행을 정확히 구분해 계획을 세워야 한다. 내가 원하는 여행은 주로 혼자 떠나는 여행이며, 힐링과 배움의 목적으로 떠나는 경우가 많다. 국내든 해외든 어디를 가더라도 박물관, 미술관, 서점, 그리고 멋진 자연풍경을 보기 위해서이다. 하지만 동행자가 있는 경우 취향이 맞지 않는다면 즐겁게 여행을 할 수가 없다. 특히, 서점을 좋아하고 미술관에 가는 것을 좋아하는 내가 그곳에서 오랜 시간을 보내고 싶은데 동행자를 배려해 대충 보고 나올 수도 있기 때문이다.
마지막은 여행을 하더라도 여유를 가지는 것이다. 해외여행일수록 시간이 부족하니 보고 싶은 모두를 다 둘려 보려는 욕심에 무리해서 스케줄을 잡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나는 정말로 보고 싶은 장소를 몇 개 선택하여 여유롭게 구경을 하며 걷다가 분위기 좋은 카페를 발견한다면 그곳에 앉아 커피 한잔에 책도 읽고 주변 풍경도 함께 보면서 시간을 보낸다. 또 경치 좋은 풍경을 만나 그곳에서 오랜 시간 앉아 있을 수도 있다.
이 모두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혼자 떠나는 여행이 나에게 딱이다. 또한, 오랜 여행으로 외로울 수도 있지만 그곳에서 만나는 여행객들과 잠깐의 대화로 외로움을 덜어내면 된다.
이렇게 나의 과거 여행 흔적을 찾아가 보니 조용하게 다니는 걸 좋아했고 많은 생각들을 하면서 걸어 다녔던 것이다. 걸을 때 무언가를 하는 동시에 아무것도 하지 않지만 머릿속은 항상 바빴다. 니체는 "진정으로 위대한 생각은 모두 걷기에서 나온다"라고 말했다.
잠시 잊기도 하고 또 무엇인가 얻어가는 것, 이것이 여행의 또 다른 이유이기도 했다.
※ 모든 그림은 저의 작품입니다. 무단 도용 및 불펌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