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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재윤 Aug 16. 2024

클래식의 귀환

여름밤 에어컨보다 시원한 가슴 철렁임

2024년에 클래식에 가까운 에이리언 시리즈를 극장에서 만나볼 수 있다는 것은 굉장한 가슴 두근거림을 선사한다. 에이리언의 아버지인 <리들리 스콧>이 직접 제작을 맡았기에 프로메테우스에 열광했던 팬들은 새로운 시리즈인 로물루스의 공개에 한껏 기대감이 커질 수밖에 없었다. 첫 분위기는 모든 사건의 뿌리가 되는 웨이랜드사가 노동자들을 착취하는 어두운 현실을 그려내며 기존 에이리언 시리즈와는 사뭇 다른 분위기를 전달한다. 그런 점 때문인지 패기 넘치는 20대 주인공들의 동기가 전혀 억지스럽지 않고, 그들의 모험에 동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자연스레 그려진다. 크리처가 등장하는 시점이 늦기 때문에 초반부가 좀 지루하다 싶었지만, 이 모든 게 빌드업같이 느껴질 정도로 페이스 허거 등장 이후부터 상황이 급박하게 전개되는 부분이 상당히 마음에 들었다. 공포영화에 가까운 이번 작은 에이리언 시리즈를 처음 접하는 이들에게도 충분히 흥미로울 거라 확신한다.






기존 작의 오마주가 많고 독립형 스토리라인을 가져 시리즈가 계승된다기보다 외전 격의 느낌이 강하다. 앞서 설명했던 것처럼 로물루스의 배우들이 영해서 이 점이 부각되는 것도 있다. 기존 팬들에겐 새로움을 그리고 유입되는 이들에게는 작품을 어렵지 않게 즐길 수 있는 장점이 될 듯하다. 실제로 극장에서 다양한 연령대의 관객들이 보여 놀라웠다.


에이리언을 여러 편 감상한 나로서는 사실 어느 정도 결말이 예상 가능하고 이야기의 구조는 모두 같다고 보지만, 알더라도 초반부를 제외하면 지루하게 느껴지는 부분은 없었다. 아무래도 공포 영화 전문으로 유명한 <페데 알베레즈> 감독의 역량 뛰어나고, 그의 전문답게 사운드가 주는 압박감이 커서 영화를 보는 내내 으스스한 분위기를 몸소 체험하게 된다. 우주선 내에 위험을 알리는 경고음이 울릴 때면 어떤 점프 스케어가 등장할지 몸을 바싹 웅크리며 긴장하게 만드는 이유이기도 하다.






가장 인상 깊었던 연출은 조종사 역의 나바로가 휴대용 방사능 촬영기기를 이용해 몸속에 자라나는 에이리언 유충을 감지했을 때이다. 단순히 호기심으로 챙긴 도구가 아니라 모든 게 체스트 버스터를 위한 행동이었고, 마지막에 인간 형태인 에이리언의 등장 다음으로 버금가는 고어씬이다.


보다 보면 복장은 정제된 느낌에 트렌디함이 묻어 나는 반면 우주선 내부 스타일은 다소 고전적(컴퓨터의 버튼이 엄청 크다든지)으로 서로 대조되어 이질감이 느껴지기도 했는데, 시기상 에이리언 1편 직후의 내용이기 때문에 당시 톤앤매너를 지켜 재현된 부분이라는 점에서 이러한 디테일도 빠짐없이 눈에 담아가길 추천하고 싶다.






사랑하는 연인 또는 가족이 죽어 나갈 때쯤 레인과 앤디의 공리주의적 갈등은 또 다른 관전포인트를 제시한다. 소수를 희생해 안전을 확보할 것인지 순간 감정에 동요돼 모두를 위험에 빠뜨릴 것인지, 급박한 상황에서 내리는 결정 하나하나가 그들을 한층 성장하게끔 만든다. 그리고 더욱 결속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이성과 감정이 대립하는 모습을 보며 후천적으로 인간의 감정을 느낄 수 있었던 <데이빗>이 떠오르지 않을 수 없었다.






한 문장으로 표현한다면 '이야기는 단순하고, 액션은 쫄깃'하다. 초반부를 제외하고는 단 한 순간도 지루함이 없기 때문에 팬이라면 과거 에이리언의 오마주에 두 팔 벌려 반길 것이고, 처음 접하는 관객이라면 여름밤에 어울리는 공포 영화가 될 것이다. 이처럼 <에일리언: 로물루스>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은 셈이다. 알면서도 긴장하게 만드는 추격씬에 가까스로 해치가 닫혀 살아남는 장면을 보다 보면 에어컨보다 시원한 가슴 철렁임을 우리는 느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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