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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말라 Dec 15. 2024

리사의 대충 레시피

2. 싸가지 김밥

내게 가장 많은, 그리고 다양한 추억이 담긴 음식은 김밥이다.

꼽진 않았지만 내게 김밥에 담긴 추억을 적어보라 하면 열 가지는 말할 것 같다.

김밥 이야기의 첫 번째는 음식 잘하는 엄마 덕에 초등학생시절 교무실 김밥 담당이 나였다는 것, 그리고 그 엄마의 가출로 인해 오 학년 이후로 운동횟날 더 이상 교무실 김밥을 담당하지 않았다는 슬픈 이야기가 그 시작이다.

그리고 나는 대구 봉덕동에 살았기에 스무 살이 되었을 때부터 그 유명한 끼끼 김밥을 먹고 자랐으며, 그 덕에 스물한 살에 계전 돌계단 맞은편에서 끼끼 김밥의 배달원이었던 서울남자와 김밥 전문점을 오픈했었다는 것,  내가 만든 김밥은 꽤 특이했으며 그 김밥을 먹어본 사람들은 모두 김밥장사를 하라고 했으나, 스물한 살 때 했던 계명전문대 앞 김밥집에서 김밥 300줄을 주문받아 말면서 나는 나의 성향을 알아버렸다.

내가 제일 못하는 것은 규칙적인 단순노동이라는 것을,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김밥이라는 음식은 단순노동에 가까운 규칙적이고 반복적인 일이었기에 스므줄이 넘어가기 시작하면서부터는 현기증이 나고 좀이 쑤시고 몸이 불편해진다. 그래서 나는 아무리 생활고에 시달리더라도 김밥집을 하지 않을 거라 맘먹었다. 

그렇지만 아주 가끔, 스무 줄이 넘는 오십 줄의 김밥 싸는 일이 있는데 그것은 간식을 후원하기 위해서이다.

이준익 감독님의 영화 '구르믈 버서난 달처럼'을 찍을 때였다. 그때 나의 절친이자 놈놈놈의 첫 연출이자 초연배우였던 배우 박윤호가 출연하게 되었고, 윤호의 촬영을 응원하기도 하고, 내가 몸담았던 영화사 감독님의 작품을 응원하기 위해 떡볶이와 김밥 50인분을 준비해 갔었다. 그리고 안훈찬 대표님이 당시 피디하였던 드라마 '텐'촬영장에도 김밥과 어묵탕을 해 간 적 있다. 그리고 평소 나의 김밥과 떡볶이를 너무 좋아했던 매니지먼트 실장님인 재석 씨가 배우 조안을 맡고 계셨을 때, 그때 '다 함께 차차차'란 드라마를 촬영할 때였고 세트장으로 30명분의 김밥과 떡볶이를 해드린 적이 있었다.

아주 예전에는 지인 노영기 씨가 대구에서 뮤지컬을 콘서트를 할 때마다 배우들 대기실로 김밥 부탁을 해서 넣어주기도 했었다. 최정원 씨 소향 씨 모두들 내 김밥을 맛봤다는 것이다.  모두들 먹고 난 반응이 웃겼다. 당시 매니지먼트 실장님이었던 재석 씨는

"작가님 오늘 박혜미 배우님이 저보고 이 식당 명함 달라고 하시더라고요. 너무 맛있어서 다음번에는 자기가 쏜다고~ 그래서 제가 이거 아는 작가님이 직접 만들어 주신 거라고 했더니 너무 부러워하시더라고요."


극작가로 있으면서 배우들이 제일 먹고 싶은 게 바로 나의 이 싸가지 김밥이었다.

왜 싸가지였냐면 바로 네 가지만 들어가서 네 가지 ~사가지~ 싸가지가 된 김밥이다.

공연 연습하는 후배들에게 뭐 먹고 싶냐고 물어보면 모두들 '작가님~ 그 김밥.....' 하며 말하는 그 김밥이다.

나의 후배 달봉이(조준배우)가 연극 뷰티풀 라이프 전 출연진이 여름 휴가를 갔을때 이 김밥을 싸주었다. 그때 이 김밥을 먹은 배우들이 인사를 보낸 동영상이 아직도 내 페이스북에 저장되어 있다. 나의 이 김밥을 제일 좋아하는 사람은 단연 달봉이이고, 달봉아 김밥 쌌다  먹으러 와! 라고 하면 두말안하고 달려오기도 한다.


이 김밥에 대한 썰을 풀어보자면, 나는 대구에서 미군부대가  있는 동네로 유명한 봉덕동에서 태어났고 봉덕동 중에서도 조금 유복한 사람들이 사는 봉덕3동에서 태어났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맞은편 집에 사는 사람은 대구에 있는 유명영화사를 경영한 사장의 아들이었고, 그 집을 봐주던 아주머니의 아들 이름이 건우라서 우리는 그 집을 건우네라고 불렀다. 잘 사는 집 살림을 살아주던 분이라서 그 집의 식재료는 비쌌는데, 어느 날 우리 집으로 건우네 엄마가 김밥을 보내주셨는데 그 김밥 안에는 충격적 이게도 콘킹소시지 하나가 들어가 있었다. 미군부대 근처라 대왕 옥수수 그림이 그려져 있는 콘킹소시지가 흔했고, 지금에야 부대찌개 재료로 유명한 소시지이지만 사십 년 전에는 미군부대가 가까이 있어야만 알 수 있는 소시지였다. 아무튼 무슨 김밥에 소시지를 넣지? 하던 나였지만 그 레시피가 뇌리에 박힌 나는 그때부터 그 김밥을 따라 하게 되었다. 그리고 스무 살이 된 시절에 간 포장마차에서 팔던 김밥 안에 양념이 들어간 어묵을 본 나는 그 레시피 또한 충격이었다. 이렇게 해서 나의 기억 속의 모든 김밥 재료를 짬뽕하게 되어 만든 싸가지 김밥!


물론 오늘도 나는 대충 알려드릴 것이다.

어차피~ 만드는 사람 식성대로 따라 할 것이니까!


재료: 김, 밥, 콘킹소시지(고염), 사각어묵, 계란, 단무지, 

양념: 식용유, 참기름, 고춧가루(고은, 굵은), 계란, 단무지, 간장, 설탕


1. 계란지단을 만든다. (살짝의 소금. 안 넣어도 무방)

2. 단무지에 식초 설탕을 넣으면 더 좋다, (안 해도 무방)

3. 콘킹 소시지가 삶은 후 반갈라놓는다. (저염이면 아주 살짝 삶는다)

4. 어묵은 볶는다. (전회 어묵볶음 참조해서 만들기)


준비가 끝났으면 김에 밥 넣고 준비한 속재료 넣고 만다.. 포인트 밥에 간을 안 해야 한다.

이미 이 김밥은 콘킹소시지와 단무지 어묵의 간이 세기에 밥에 간을 할 필요가 없다.

그리고 안 자르고 둘둘만 상태에서 먹어야지 맛있다. 자르는 것 정말 비추!


이게 바로 정말 만드는 사람의 정성이라고는 안 보이는 싸가지 김밥이다.

누구나 쉽게 따라 할 수 있다고 말하는 이유는 이 김밥 레시피를 배운 남자배우들이 이걸 지하철 역에서 팔았다고 한다. 내가 중국 가 있을 때 후배들이 아르바이트 삼아 했었는데 당시 인기가 꽤 좋았다고 무용담처럼 이야기 했으니 누구나 쉽게 만들 수 있는 김밥이라는 거!


이 레시피를 보신 분들은 '뭐야~ 썰에 비해 들어가는 게 너무 별론데~' 하시겠지만 만들어 드셔보셔라

꽤 괜찮은 맛의 김밥을 맛보실 수 있다.

만약, 콘킹 소시지를 구하기 힘들다고 일반 프랑크 소시지를 쓰신다면 당신은 실패한 김밥을 만들 수도 있다.

이 김밥의 맛의 7할이 콘킹 소시지고 3할은 양념어묵의 맛이다.


자 그럼 다음 주 일요일. 그대들의 식탁에 싸가지 김밥이 올라오기를 바라며....... 담주에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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