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대로
주로 집 근처 수변공원을 달린다. 해가 진 저녁에 달리다 보면 걷는 분들이 꽤 많아서 사람 발길이 덜 닿는 남항대교 위를 달린다. 10월이지만 제법 따뜻한 날들이 이어지고 있다. 낮으로 비가 많이 내렸지만 온도를 내리지 못했고 적당한 습기가 더해져 달리기 딱 좋은 날씨다.
평소 5km 목표거리를 설정하고 달린다. 컨디션이 좋으면 조금 빠르게 컨디션이 좋지 못하면 속도를 낮춰서 호흡에 집중하며 달린다. 남항대교는 폭신한 우레탄 재질이 깔려있고 50m마다 거리표시가 되어있기 때문에 나름 괜찮은 주로가 된다. 1km를 왕복으로 두 번 달리고 집을 향해 오면 약 5km 목표에 도달할 수 있다.
해가 진 후 제법 많은 사람들이 러닝을 하고 있었고 걷는 사람들 사이에서 유독 눈길이 가던 여린 여자.
레깅스를 입고 제법 러닝맨의 복장을 갖추었지만 어딘가 모르게 휘청대고 있었다. 달리는가 싶더니 걷고, 걷는가 싶더니 달리기를 반복했다. 눈길은 의미 없이 떨어져 스쳐 지나갔다. 턴을 하고 돌아오자 저 멀리서 가녀린 여자는 아까와 같은 추임새로 걷듯 달리고 있었다. 이번에는 연신 땀인지, 눈물인지를 닦아내느라 여념이 없었다. 자세히 들여다는 결례를 범했다. 그녀는 콧물을 닦고 있었는데 눈물이 범벅이 되어있더라.
괜히 마음이 아려와 코끝이 찡해졌다.
나는 달리며 곧잘 운다. 화가 난 일이 떠올라서 울고, 서운한 마음이 곱씹어져 울고, 때로 감격해서 울고 행복해서 운다. 혼자 달리면 10에 5은 우는 것 같다. 함런을 해도 곧잘 마음이 북받쳐 몰래 눈물을 훔친다.
괜찮다. 마음은 가는 중이니까.
구름이 한시도 같은 모습이지 않듯 마음도 분명한 모습을 띄고 있지 않다. 슬프고 화나고 즐겁고 행복하더라도 한낱 스치우는 마음이다. 그러니 괜찮다고 말해주고 싶었다. 그녀에게. 마음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