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오미크론 검출률이 26%가 넘고, 광주광역시의 오미크론 검출률이 80%가 넘는 등 오미크론의 우세화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오미크론의 특징은 전염성이 훨씬 더 강하지만 중증으로 발전하거나 사망에 이를 확률은 낮다는 것인데요,
오미크론이 확산함에 따라 한국 또한 감염의 물결이 커질 것으로 보입니다.
질병관리청에서는 최대 3만 명까지 예측하고 있다지만 거리두기 단계를 봉쇄 수준으로 올리지 않는 이상 여기에서 멈추는 것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그런데 운 좋게 3만 명 선에서 멈춘다고 하더라도 지금과 같이 강력한 방역대책으로는 사회의 기능이 마비가 될겁니다.
바로 불필요하게 강력한 자가격리 지침 때문인데요,
국민의힘 황보승희 의원에 따르면 1월 6일 기준으로 71 150명이 자가격리를 하고 있었고(* 해외입국 제외),
해당 날짜의 자가격리 대상자는 2021년 12월 28일~2022년 1월 4일에 확진 판정을 받은 32 610명의 밀접접촉자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에 따르면 확진자 1인당 약 2.2명의 밀접접촉자를 발생시키게 되는데요,
만약 1일 평균 환자가 3만 명에 육박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감염으로 격리되는 사람은 3만 명 * 7일 = 21만 명,
밀접접촉으로 격리되는 사람은 3만 명 * 2.2명 * 6일 = 약 40만 명의 격리자가 생기게 됩니다.
(* 역학조사에 소요되는 시간, 연락에 소요되는 시간 등으로 인해 하루 정도가 관리에서 누락될 것으로 보았습니다.)
즉, 경기도 안양시 수준의 인구가 격리되어야 함을 의미합니다.
만약 확진자가 정부가 예측한 3만 명을 넘어 10만 명까지 올라간다고 가정하면 150만 명, 강원도 전체만큼의 인구가 격리되게 됩니다.
근데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격리되면 우리 사회가 제대로 돌아갈까요?
자발적 동선기부 코동이? 사회가 마비된다
휴대폰으로 동선을 추적하여 밀접접촉으로 의심되는 사람에게 자가격리를 통지하게 되며 엄청난 사람이 자가격리에 들어가서 사회가 마비가 된 적이 있었다고 합니다.
이것이 정말 시행되어서 접촉통보를 받은 사람들이 모두 격리된다면 우리 나라에서도 핑데믹을 볼 날은 얼마 남지 않은 것 같습니다.
우리 사회는 돌아가야 합니다. 특히 오미크론의 낮은 심각성을 고려할 때 확진자 자체보다는 고령층이나 기저질환자, 미접종자 등 중증 이환율이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인구를 보호하기 위해 노력해야 하고, 접촉자를 가능한 많이 찾아내서 모두 관리하겠다는 발상은 좋은 것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역학조사의 경우 요양병원 등 위험군이 집중적으로 거주하는 집단을 제외하고는 종료하고,
확진자의 동거가족 등 별도로 조사가 필요 없는 최소한으로 변경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습니다.
밀접접촉자 또한 의무적으로 격리하는 것보다는 특히 가능하면 외부활동을 자제해야 하고, 증상을 느끼면 반드시 집에 머무르라는 권고 정도면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PCR 검사는 치료가 필요한 사람들만
고위험군에게는 적기에 치료제를 투약하기 위해 검사가 필요하겠습니다만,
그렇지 않은 경우 검사가 필요한지 약간의 의문이 있습니다.
아프면 7일동안 집에 머무르는 것이 오히려 더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스웨덴의 경우 (지역에 따라 조금씩 권고가 다르지만) 독감과 RSV도 함께 유행하고 있어서 고위험군이나 의료진 등이 아니라면 검사 없이 7일동안 집에 머무르도록 하는데요 (검사 역량의 한계 때문이기도 합니다)
혹시 코로나 음성 판정이 나와서 거짓 보호 의식을 가지고 독감이나 RSV를 퍼뜨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함이기도 합니다.
아프면 집에 머무르는 것이 가장 중요하고,
아픈 사람이 집에 머무를 수 있도록 회사 경영진이나 동료 등이 함께 도와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백신에 대한 인식은 어떻게 바꿔야 할까?
(여기서 "멈춘다"의 의미는 "관리 가능한 위험으로 변한다"라는 것이고 종식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돌파감염이 있냐 없냐는 이제 큰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따라서 "백신 맞아도 걸리는데 왜 맞냐"라는 말은 할 필요가 없습니다.
감염예방 효과는 매우 낮으며 맞아도 걸린다고 인정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것이 백신이 효과가 없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습니다.
스웨덴 공중보건국의 통계에 따르면 백신의 감염보호효과는 사실상 관찰할 수 없지만 여전히 중증으로부터 보호하는 효과가 뛰어납니다.
백신접종 여부에 따른 연령별 감염의 확인. 출처: 스웨덴 공중보건청 백신접종 여부에 따른 연령별 중증진행의 확인. 출처: 스웨덴 공중보건청 백신접종 여부에 따른 연령별 죽음의 확인. 출처: 스웨덴 공중보건청
걸리는 건 어쩔 수 없겠지만 중증화의 확률을 낮추고 싶다면 맞는 것이 좋습니다.
"안 걸린다"는 없다, 이제라도 혐오를 멈추자
한편 "마스크 열심히 쓰면 안 걸리겠지"라는 말도 크게 의미가 없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걸리는 순간을 뒤로 미룰 수는 있겠지만 코로나19 종식은 없고, 결국 언젠가는 걸릴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사회가 정상적으로 유지되고, 치료가 필요한 모든 사람이 치료받을 수 있도록 확산이 높아지는 경우 거리두기나 마스크 착용 등을 통해 속도를 늦출 필요는 있을 것입니다.
한국에서 가장 안타까운 것이 확진자를 비난하는 문화라고 생각합니다.
예전에 국립중앙의료원의 연구를 보고 의문을 가졌던 적이 있는데요,
아래의 두 가지 질문은 똑같은 의미이지만, 전혀 다른 응답을 보이고 있습니다.
뉘앙스 상 첫 번째 질문은 "내가 아닌 어떤 확진자"이고, 두 번째 질문은 "내가 확진자가 될 수도 있는 중립적 상황"으로 해석되는 것 같습니다.
확진자는 심지어 증상이 없더라도 내 곁에 있어서는 안 될 사람이고, 누군가가 확진되는 것은 비난해야 하는 일입니다.
코로나19는 특히 아직 젊어서 여명이 충분하다면 안 걸리고 넘어가기는 힘든 질병입니다.
장기적으로 인구의 굉장히 많은 사람들이 걸릴 것입니다.
그리고 이 걸린 사람들은 항체를 보유한 사람들이고, 아직 감염되지 않은 나를 지켜줄 수 있는 사람입니다.
절대로 미워할 필요가 없습니다.
가장 중요한 건 연대
영국은 오미크론 파도를 넘고 조심스럽게 정상화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고 합니다.
우리 정부 또한 <시사인>의 최근 인터뷰를 보면 시선이 조금 유하게 변한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번 파도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걸릴 것이지만 가능하면 고위험군 대신 내가 걸리면 좋겠다는 생각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젊고 건강한 사람들은 파도를 탈 수 있지만, 고위험군은 파도를 맞고 쓰러질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특히 감염되더라도 (현재 치료제 부족을 고려할 때) 무리하게 치료제를 요구하는 것보다는 고령층 등 위험군이 사용할 수 있도록 양보하고 집에서 머무르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코로나19가 관리 가능한 위험으로 바뀌는 날은 멀지 않은 것 같습니다.
함께 손을 잡고 버티면 넘기지 못할 파도는 없을 거라 믿습니다.
오미크론 확산을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은 더 많은 검사 역량, 더 촘촘한 역학조사, 더 철저한 거리두기와 마스크 착용이 아닙니다.
서로가 서로를 지켜주겠다는 마음, 서로가 서로를 지켜줄 수 있다는 믿음이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