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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주 멜버른 여행 후기 편

'계획-목적-실사-후기' 중 3일 차 후기

by Younggi Seo Feb 08.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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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어떤 여행후기를 올려야 할까 고민을 많이 했다. 브런치를 통해 올라온 여행 후기들을 보면서 어떤 브런치는 악성 댓글과 분투하는 여행후기담도 있는 반면에 자녀와의 여행 추억을 만들면서 호주인들과도 무탈하게 여행을 한 글도 보였다. 다양한 관점이 오가는 여행후기들을 둘러봤다. 그 가운데 나의 여행후기는 신선한 맛을 더해 좀 더 의미 있는 후기를 긁적일 수 있을까?


여행을 다녀오고 다시 고향땅을 밝으면서, '아 내가 좀 더 성장했구나를 느꼈고, 어머니와 함께한 여행이기에 우리의 정신과 영혼이 더욱 단단해져서 이제 다시 고국에서도 더 잘 살 수 있겠구나'를 느꼈다면 여행 후의 큰 보람이 아닐까 싶다. 아래와 같은 일정을 모두 소화해 낸 우리 엄마가 대견스러웠고 더욱 놀라운 건, 어머니는 집도착 당일 회사에 들려 기념품과 선물을 동료들에게 나눠주고 월말 업무까지 처리하고 오셨다.

 멜버른 여행 일정 클리어 순서

멜버른 (-2) 일 차 (호찌민시티에서 전신 마사지만 받고 호텔 숙박)


멜버른 1일 차 (그레이트 오션로드 투어 + 호주 오픈 여자결승 관람)


멜버른 2일 차 (단데농 숲 힐링- 퍼핑빌리 증기기관차 레이크 사이드 투어 - 호주 국립공원 동물원 투어 - 모닝턴 에어비앤비 숙소 숙박)


멜버른 3일 차 (앨바 써멀 핫 스핑링스 스파 및 코스 요리 식사 - 멜버른 시티 나 홀로 산책)


멜버른 4일 차 (퀸 빅토리아 마켓 쇼핑 - 써던 크로스역 부근 케미스트(약국) 들려서 의약품 쇼핑)


멜버른 5일 차 (멜버른 야라공원 피크닉 - 멜버른 왕립 식물원 투어)


호찌민시티(경유 첫날 들렸던 마사지샵에서 상체 마사지 및 피부 집중 케어받고, 역시 들렸던 호텔에서 점심 식사 및 저녁으로 햄버거 도시락 주문)  


이번 호주 멜버른 여행 가운데 단 하나의 하이라이트를 꼽으라면, 3일 차 '앨바 지열 스파'에서의 여정이었다. 왜냐하면 여기서 어머니가 그늘의 썬배드에서 눈을 잠깐 부칠 동안, 혼자 몸을 담근 스파탕에서 눈을 감고 사색을 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옆에서는 호주 여학생 두 명이 코리아인지 커리어인지를 말하며 잡담을 하고 있어서 온전히 집중하기 힘들었지만;).


한국에서의 삶은 누군가가 마치 결승점이 있는 것처럼 반드시 바쁘게 살아야만 하는 게 당연하게 느껴졌다. 매일 다람쥐 쳇바퀴 돌듯 똑같은 일상을 맞이하고, 또 누군가와 경주하는 삶이 우리의 일상이었다. 이제 내 나이 마흔에서야 느낀 거지만 그런 삶은 마치 영화, '모닝 글로리 에브리원'에서 해리슨 포드가 자신이 지금까지 산 삶이 그랬었지만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고 말한 대사와 맥을 같이한다.

"그렇게 열심히 뛰어다니고 살았지만, 결국 가족한테도 인정받지 못한다면 나에게 남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될 거야..."


결론을 중반부에 얘기해서, 늦은 감이 없지 않지만 이번 여행 후기의 결론은 이렇다.


우리에게 있어 인생의 결승점은 없다.


우리는 서로 다른 색깔의 삶을 살고 있는 것만으로도 서로에게 가치 있는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제발 한국도 '빨리빨리'라는 한국인의 습성을 청산할 때가 아닌가 싶다. 첫 직장에서 그렇게 건강하게 보이고 목소리가 굵직하셨던 상사(차장이셨는데, 그때 나는 사원이었다)의 부고문이 문자로 날라 온 걸 보면서, 아! 세월 앞에서는 아무것도 부질 한 게 없구나를 느꼈었다.


나 자신만의 삶을 살자


한국에서의 성공이라는 기준은 누가 만든 것인가? 타인의 시선에 얽매여서 결국 본인에게 남는 건 무엇인가? 출세욕, 인정욕, 사리욕을 버리고(물론 경제적 자유에 대한 욕구는 필수다!), 자아실현을 위한 본인만의 삶의 욕구가 아닌 이상, 죽어서 남기는 것은 이름 석자 말고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 우리 본연의 모습대로 본인의 삶을 살자.


한국에서 받은 교육 가치관으로 평생을 거기에 얽매여서 자식교육까지 똑같은 악순환을 시킬 필요가 없다. 삶은 가지각색으로 다양해야 제맛 아니겠는가? 한국의 비빔밥 문화가 왜 세계에서 인정받겠는가, 우리의 시선, 그것이 곧 세계에서 환영받을 수 있는 기준이 되기 위해서는 획일적인 교육관이나 남보다 좀 더 잘살아 보겠다는 인생관만이 결코 우리 한국인의 근성과 의지를 대변해 줄 수는 없다.




비행 편 경유 차 들린 호찌민시티의 탄손누트 공항에서 만난 한 한국인이 있었다. 그는 현재 호주 멜버른의 콜스(Coles)라는 한국의 홈플러스와 같은 업체의 시니어 개발자로 근무하고 있다(뉴질랜드에 부모와 함께 이민 와서 10년 이상 살고 한국에 와서 SK플래닛에서 '네이트온'을 개발한 한국의 2세대 개발자인데, 지금은 호주 멜버른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와 나눈 얘기에서 호주에서는 피부색으로 인종차별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단지, 그들의 규칙에 어긋나는 생각을 하는데서 괴리감을 느끼는 사람을 차별할 뿐이라고 한다.


오히려 한국인들은 공부할 때 보이는 진정성과 열의가 높아서 호주 멜버른(여기도 한국처럼 교육열과 경쟁이 심한 도시라고 한다)처럼 법과 규율 따지기가 까다롭기로 유명한 동네에서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어떤가? 나와 겉보기로만 다르다고 학교에서 사회에서 왕따 시키지 않는가?


호주처럼 수십 개국에서 모인 다문화 국가에서조차 피부색이 아닌, 정해진 규칙을 위반하는 사람들을 오히려 차별한다고 한다. 건전한 문화이지 않는가? 한국도 규칙을 위반하는 불량학생들을 왕따 시키는 관행이 언제쯤 정착될까? 왜 아직도 한국은 청소년 자살률이 세계에서 손꼽힐 정도로 높은가? 꼭 공부만을 잘해서 출세해야 인정받을까?


그레이트 오션 로드를 가이드시켜 준 가이드가 말했다. 호주에서는 오히려 대학을 안 가려고 한단다. 대학을 나오지 않더라도 다른 직업으로도 의사만큼 돈을 잘 버는데(물론 호주도 의사가 상위 1~6위까지 고연봉직업임), 왜 대학을 굳이 가려고 하겠는가? 나도 십 년 전 멜버른에 위킹홀리데이를 갈 때 본 유튜브를 통해 들은 적이 있었는데, 호주에서는 직업에 귀천이 없다. 의사와 돈 잘 버는 용접공이 결혼하는 게 이상하지 않은 나라가 호주였다.


그렇다고 한국이 호주보다 살기 나쁜 나라라고 말하는 게 아니다. 멜버른에서 머문 아파트의 헬스장에서 운동하면서 본 헤드라인 뉴스가 가관이었다. 호주에도 압둘라라는 이름으로 시작하는 중동의 (담배) 갱단이 있는지 갱단 두목이 단원을 살해하기까지 했다. 호주는 시골을 제외하곤 총기소지가 불법인 나라인데, 이런 사건이 대낮에도 터지는 것을 보니 반드시 치안이 좋은 나라로 안심하기가 힘들다.


어쨌든 한국은 묻지 마 난동 사건은 드물긴 해도, 호주만큼 사람을 겉모습으로 평가하지 않는 문화는 아직 아니지 않은가? 저녁에 멜버른 숙소로 돌아오면서 건널목을 건너는 도중 어머니가 앞으로 고꾸라지셨는데(다행히 외상도 내상도 없었다), 옆의 한 호주인이 부축을 해주면서 어머니에게 연신, 'Are you okay?'라고 물었다). 또 마주치는 행인 중에 한국인 여성들이 '괜찮으세요' 물어보는 다문화 국가에서의 배려와 친절함이 정말 소중했다.


그렇다고 한국이 불친절하거나 야박한 나라라는 의미 또한 아니다. 어머니는 한국에서도 지하철 타러 내려가실 때도 한 번 넘어지신 적이 있었는데(그때도 운 좋게 내상은 없었다;), 한 친절한 여성이 어머니를 택시에 태워서 병원까지 모셔다 드렸다.


한국과 호주의 문화상을 천편일률적으로 비교하기는 힘들어도, 멜버른의 단상도 한국만큼 온정주의가 강한 나라라는 것이다(하지만 책임이 먼저다). 첫날 그레이트 오션 로드 투어를 하고 돌아오는 고속도로에서 투어 차량의 타이어가 펑크 나는 바람에 스페어타이어를 교체한 적이 있었다. 주말이라 보험을 불러도 고속도로 한가운데라서 1시간이 걸린다고 해서, 하는 수 없이 투어관광객 중 젊은 내가 가이드와 함께 할 수밖에 없었다. 이때 많은 호주인들이 고속도로 한가운데 서있는 차를 보고 정차하더니만 무슨 일이냐며(물론 가이드가 작업하고 있을 때는 30M 정도 후방에서 내가 오는 차들에게 옆 차선으로 가라는 신호를 보냈었다) 물어왔다. 심지어 몇몇 호주인 그룹은 내려서 도와줄 정도였다. 나는 그때 투어차를 수리하는 있는 호주인들과 가이드의 신변을 보호하기 위해서 뒤에서 오는 차량들을 통제할 뿐이었다.



최종 결론은 호주가 한국보다 살기가 마냥 좋은 나라인지 아닌지가 아니라, 이번 여행을 통해서 결국 한국보다  더 넓은 세상에서 겪은 경험이 한국에서 천편일률적인 관점이 아닌, 천천히 그리고 나 본연의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도와줬다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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