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작에서 선택과 집중의 원리
결국은 모두 글쓰기*
- '실용주의 프로그래머' 챕터 44 부제
*리처드 가브리엘은 'Writer's Workshops and the Work of Making Things'(Pearson Education, 2002)라는 책을 썼는데, 이 책에서는 글쓰기와 프로그래밍을 같은 차원에서 논의하고 있다. 일독을 권한다. 사실 국어 실력과 프로그래밍 실력 사이에는 깊은 관련이 있다. By 김창준('실용주의 프로그래머' 역자)
<슬램덩크>의 기승전결 전개는 예측이 가능하고, 각 캐릭터들의 개성은 뚜렷하다. 일전에 만화가 강풀이 이 슬램덩크가 왜 고전 만화로 대성공을 거두었는지에 대해 설명한 강연을 들은 적이 있다. 독자들이 강백호라는 메인 캐릭터가 등장하면, 역전시키기 힘든 스코어의 경기에서 그가 뭔가 해줄 것만 같았고 실제로 독자들의 기대를 충족시켜 주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필자는 고등학교 때 이 만화에 푹 빠져서 각 캐릭터들에 빙의를 할 정도로 농구에 열정을 가진 적이 있었다. 그중 가장 좋아한 캐릭터는 송태섭이었다. 왜냐하면, 그의 학원 폭력 장면에서 한 놈만 패는 지략을 잊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그 한 놈은 정대만이었고, 정대만이 병원에 실려갈 정도로 한 놈만 몰빵 해서 공략하는 지략은 현대 사회에서의 생존 방식 중 빠질 수 없는 전략인, '선택과 집중'이다.
영어 작문을 할 때도 사실, 이것저것 불쏘시개처럼 이 표현 외우고, 저 표현 외우고 하면 결국 이도저도 아닌 경우의 작문(왜냐면 부족한 문법으로 이 맥락에서는 옳은 표현이 다른 맥락에서는 틀린 표현이 되기 때문이다.)으로 새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딱 한 놈만 패서, 완전히 체화가 되어 손가락이 자신도 모르게 먼저 타이핑이 될 때까지 학습해야 하는 게 가장 중요한 거 같다.
마치, 영화 <킬 빌>에서 주인공 우마 셔먼(키도)이 무림의 고수에게 쿵후를 수련하러 갔을 때 백날 첫날 판재벽에다가 정권 찌르기 하나만 죽도록 한 것처럼 말이다. 만약 만에 하나라도 전심전력으로 주먹을 안 날리면 그 사부는 사정없이 막대기로 키도의 정수리를 쳐댔다.
각설하고, 그러면 왜 하나의 영작글을 무식하게 통으로 암기하면 안 되는지 살펴보자. 그 결과가 통으로 증발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본인의 사고(한국어식->영어식)로 써 내려가는 영작문에서 문장은 하나하나의 논리적 흐름으로 구성된다. 이 로직(논리)만이 다시 그와 같은 글을 쓸 때, 왜 이 문장을 여기서 써야 하는지 기억을 반추하는 요소다. 아이엘츠 아카데믹 라이팅 에세이에서의 포맷팅도 여타 에세이와 마찬가지로 서론-본론-결론으로 구성된다.
매크로(거시적) 창을 통해서 여러 글을 보더라도, 이 구성만을 알고 수없이 많은 모범영작 에세이를 읽는다고 본인의 글로 완성되지 않는다. 일단 본인이 하나의 문단을 완성할 수 있는 단계를 거치고 난 다음, 완성된 표본(고득점 모범 답안)들끼리 통일성(coherence, 심층결속성)을 비교하면서 학습하면 도움이 된다. 하지만, 아직 본문(Body1이나 Body2)을 어떻게 전개해 나가야 모르는 단계에서는 아래의 논리적 흐름에 맞춘 본인의 '개념(Concept) 탬플릿'을 완성해야 한다.
영작에세이 본론 개념 탬플릿
1) 배경설명 (앞 문단 마지막 문장의 키워드와 내용적으로 연관 있는 핵심어로 문장구성)
2) 논지(Thesis) 언급[필요성] / 키워드(해당 본문의 주요 핵심단어) 제시
-> “왜 키워드가 필요한지” 이유(Reason) 제시
3) 논지(Thesis) 구체화[중요성] / 키워드(해당 본문의 주요 핵심단어) 제시
-> “왜 키워드가 중요한지” 구체적 근거(Examples- 구체적인 사례나 데이터)
4) This/These 활용한 지지하는 아이디어(질문에서 선택한 자신의 의견) 이끌어내기
5) 제언이나 본문 내용 요약 (선택사항)
저번 회차에 공유했던 에세이 답안을 예로 들자면,
[body 1]
1) 배경설명 In recent years, an increasing number of students specialise early because of exam pressures and perceived career payoffs. 2) 논지(Thesis) 언급 A broad curriculum, exposing pupils to arts, sciences and humanities, therefore remains essential as it promotes intellectual flexibility rather than tunnel-visioned expertise. 3) 논지(Thesis) 구체화 Schools should thus maintain a core of essential disciplines, disciplines that build numeracy, literacy and critical thinking across contexts. 4) This/These 활용한 지지하는 아이디어 도출 This broad foundation prevents the formation of a skewed worldview by allowing pupils to evaluate issues from scientific, ethical and historical perspectives.
본문 1의 요지-> "균형 잡힌 관점(Balanced Perspective)은 편향된 세계관 형성을 방지한다."
[body 2]
1) 배경설명 A broad-based education offers practical benefits that extend beyond formal schooling. 2) 논지(Thesis) 언급 This approach, a strategy that blends core knowledge with transferable skills, equips students for an unpredictable labour market. 3) 논지(Thesis) 구체화 Core subjects, such as mathematics and social studies, provide analytical tools, tools that employers value in interviews and everyday problem-solving. 4) This/These 활용한 지지하는 아이디어 도출 These competencies—problem-solving, numeracy and critical judgement—help young people adapt their skills to new contexts. 5) 제언이나 본문 내용 요약 In short, studying a wide range of subjects represents a pragmatic investment in employability and civic competence.
본문 2의 요지 -> "다재다능한 역량은 고용과 시민역량의 실용적인 투자다."
영작 에세이에서 본인의 생각을 전개해 나가는 순서가 담긴 이 '개념 탬플릿'대로 글을 써 내려가면 겹치는 구문이나 형식적인 표현이 나온다. 서로 공통적으로 쓰이는 이 내용어들을 바탕으로 본인의 문제유형별 '탬플릿'을 만들 수 있다. 이렇게 완벽히 암기(해볼 만하다, 하면 신기하게 한국어 대신 영어부터 써내려 진다.)한 서로 다른 에세이 샘플 답안(2~3개 정도)을 비교 및 분석하면서 자신만의 탬플릿으로 만든 이후에야, 문단 단위로 글을 완성할 수 있는 수준이 된다. 예를 들어 저번에 공유한 에세이 샘플의 본문을 필자는 아래와 같이 미시적(micro) 관점에서 정리했다.
그런데 개념적 흐름을 생각하면서 문단에서 어떤 문장을 이 순서에 써야 하는지 고민하는데만 뇌는 이미 부화뇌동하고 있다. 그래서 하나의 완성본을 완벽히 암기해 놓은 다음에야 이러한 개념의 순서와 매칭시킬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 의도적으로 '한국어->영어' 영작하는 뇌의 부하를 줄임으로써, 생각의 청킹(Chunking)을 훈련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글을 읽을 때 인간이 한 번에 이해가능한 단어의 수는 보통 5~7개인데, 이 정도 양의 영어 구문이 이미 나의 손가락에서 자동반사적으로 나오면, 본인이 지금 어떤 문장을 수놓아야 할지 가늠할 수 있다.
[결론] 고득점으로 작문한(단, 자신의 수준에 맞는) 에세이 한 두 편을 완벽히 체화해야 하는 까닭
영작하는 과정을 통해 뇌에서 관장하는 언어 외의 다른 영역을 신경 쓸 수 있는 짬이 붙기 때문에, 글을 전개하는데 필요한 작업메모리(워킹 메모리, chunking) 량을 확보할 수 있다.
+ 참조 영상 1. (Studian class)
“한국인의 일반적인 생각과 네이티브 사고방식의 갭(Gap)이 크죠. 근데 그 차이를 왜 강사님이 잡아주시냐고요. 그러니깐 영어공부하는데, 허구한 날 책만 바꿔가면서 제자리 걸음하죠.
+ 참조영상 2. (Onesight)
사실문화적 기반(Anchoring)*의 스토리로 표현을 배우면 훨씬 효과가 좋다.
-> 맥락 상 자연스러운 원어민이 쓰는 표현을 배워야 한다.
한국인이 많이 실수하는 표현 정리
"Can I have a(x) the(o) hamburger." (가게에서 주문할 때)
"I don't wanna make you do that." / "Don't bend over backward, just relax." (부담 주지 마)
"It's a thing, (여기서는 그래) cause they(한국인) order delivery food a lot."
"You're not wearing that. (너 그거 입고 나가면 안 돼)" -명령조(부모님이 지시)
'인턴' 영화 추천 / '블라인드 데이트' 미드 추천(리스닝 도움)
*사실문화적 기반(Anchoring) 스토리 학습이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