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구하고 이것저것 다배워야 영어를 잘하는 까닭

그러면 무엇이 영어를 잘하게 만들까?

by Younggi Seo


한국이 영어를 배워야 하는 까닭은 뭘까? 단순히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쓰이는 공용어(링구아 프랑카)라서일까? 사실 사용 인구수를 따지자면 히스패닉계 인구가 영어를 사용하는 인구보다 더 많기 때문에, 라틴어가 더 많이 쓰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필자는 아직까지도 중국어 또는 라틴어가 아닌 영어를 모국어만큼 열심히 공부해야 하는 까닭을 역사에서 반추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



한국(조선)이 일본에 문호를 개방(강화도 조약 1876년)한 이후로, 식민지(한일합방 1910년)가 되면서 한국인에게 가장 필요한 언어는 모국어보다 사실 열강들의 언어였다. 강대국의 손아귀에서 놀아나지 않으려면 그들이 쓰는 언어를 구사해야 그들과 협상이라도 할 수 있는 시대였다.



호랑이굴에 들어가더라도 정신만 바짝 차리야 할 뿐만 아니라, 호랑이가 어떤 상태인지 그들의 동태를 살피고 이해해야 탈출 타이밍이라도 엿볼 수 있지 않을까? 비유가 '호랑이굴에 들어가더라도 정신만 차리면 살 수 있다'지, 실제로 강대국의 손아귀에 언제든지 들어갈 수밖에 없는 지정학적 불리함을 극복하기 위해 한국인이 가장 잘해야 하는 언어는 현재도, 그리고 가까운 미래도 여전히 영어다.



하지만, 이제 한국이 가장 영향력 있는 나라로 7번째 안에 드는 시대에도 불구하고 앞에 줄 서있는 나라들(미국, 중국, 러시아, 인도, 영국, 일본)이 동맹국가라면 그들의 언어를 더더욱 구사할 줄 알아야 하지 않을까 싶다.



왜냐면 역사가 그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한국이 일본의 식민지일 때, 물론 친일파 인간들이 일본어를 잘해서 기회주의자로 변질되기도 했지만, 애국열사들도 하나같이 일본어를 일본인만큼 알아듣고 구사할 수 있었기에 희생할 수 있지 않았을까?



언어는 무엇보다 그 나라의 문화와 성질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매개이기 때문에, 이를 통한 소통이 되지 않으면 무력으로만 상대할 수밖에 없다. 그래서 힘이 약할 때는 싸우지 않고도 난세를 잘 극복할 수 있는 외교적 능력이 더욱 중요하다.




그러면 무엇이 영어를 잘한다는 거고, 그 기준은 뭘까? 당연히 원어민이 말이 통하네 하는 사람이 영어를 잘하는 첫 번째 기준이 될 수 있다. 결국 그들만의 리그에서도 내가 구사하는 영어가 통해야 본인이 제대로 영어를 배웠다고 볼 수 있다.



위의 영상을 보면 영어 스피킹을 잘한다는 건, 외국인인 한국인이 직접 표현을 만들면 안 되고, 본인이 일상에서 많이 내뱉는 한국어를 원어민들이 쓰는 표현으로 '뿅'하고 내뱉을 줄 알아야 한다고 한다. 그래서 국내 교육을 통해 익힌 어휘나 문법 지식으로 영어를 짜집기 하거나 말을 내뱉을 때 직역하는 습관이, 콩글리쉬를 만들거나 어색한 영어(Broken English)를 구사하게 하는 원인이라고 지적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브리엘 선생님의 말은 절반은 맞고 절반은 틀리다고 생각한다.


“I approach it from a different angle.”
(저는 다른 각도로 그것을 볼래요.)


필자는 모든 지식이 올바른 영어 표현(네이티브가 어색해하지 않는 일상투)을 외우는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가브리엘 선생님 말마따나 한국인이 본인이 평소에 잘 쓰는 일상 한국어를 네이티브 표현 그대로 잘 숙지하고 상황에 맞게 내뱉으려면, 그 표현을 통으로 외울 수 있는 영어에 대한 청킹(chunking)이 어느 정도 넓어져야 한다. 한국인에게 이 말은 즉슨, 영어표현뿐만 아니라 지식에 대한 저변도 넓어져야 한다는 의미다.


한국어로도 한 번에 이해할 수 있는 단어 수가 서너 개에 불과하다면, 결코 가브리엘 선생님이 말한 네이티브 덩어리 표현은 쉽게 암기할 수 없다. 왜냐하면, 그 표현의 의미는 보고 이해하더라도 막상 다시 끄집어내려고 할 때 동원되는 이해력이 낮다면, 그 표현과 동일한 맥락에 맞춰서 기억이 나기 힘들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특정 상황과 이 맥락(Context)이 내가 알고 있는 표현과 동일하다는 추리능력(유비추론) 이 딸리기 때문에 한국에서 가르치는 문법 이론을 통해서라도 구문에 대한 분석력도 높이고, 다방면의 어휘도 많이 외워서 단어에 대한 어색한 느낌도 없애는 거 자체가 네이티브가 자주 쓰는 표현을 외우는데 배경지식으로 보탬이 될 수 있다. 필자 생각은 이렇다.


한국인(제2 외국어가 영어인 English Second Language)이 영어롤 구사하는 것은 본인이 이미 체화한 모국어를 구사하는 것과 완전히 다른 뇌의 부위를 자극한다고 한다. 이는 EBS의 언어 관련 다큐멘터리에서도 보여줬다. 모국어와 달리 아무리 간단한 외국어를 구사할 때는 언어(모국어) 자체를 발화한다기보다, 본인이 가지고 있는 지식을 전달하는 것이다.


말하기 특성상, '뿅'하고 순간적으로 발화해야 하는 건 맞지만 외국어는 모국어만큼 습관적으로 내뱉는 일상투로 굳혀진 표현은 많지 않기 때문에, 발화 시에 뇌의 많은 부위를 풀가동해야 한다. 즉, 자신이 알고 있는 총체적 지식을 한 번(이럴 때 내가 외운 이 표현을, 저럴 때 내가 외운 저 표현을, 혹은 외국에서 네이티브는 이때 이렇게 말하니깐)에 응축해서 내뱉는 발화인 경우가 많다.


그리고 아무리 일상투의 네이티브 표현을 많이 적재하고 있다 손치더라도, 예상치 못한(통번역가들이 흔히 마주하는) 발언에 대해서는 순간적으로 자신이 가지고 지식을 총동원해서 재조합하는 능력이 필요하다. 아까말한 '유추(Analogy, 영어 독해에서도 최고 갑인 능력)' 능력이다.


이것이 콩글리시다, 원어민에게 들어맞는 잉글리시다의 문제 여부를 떠나서 일단 모국어로 전환해 완전히 이해해서 다시 네이티브적인 표현으로 통번역해야 하는 능력은 단순히 모국어를 내뱉는 구사력과 질적인 차이가 크다.


그래서 필자는 영어를 잘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외국어 자체를 잘하려면, 모국어에 대한 저변 역시 본인이 어느 정도의 수준(혹은 어느 분야의) 영어를 구사하느냐에 따라서 그 배경 지식 또한 넓혀야 한다. 학교에서 배운 어색한 표현, 문법 지식, 쓰잘 떼기 없는 단어(현학적인 어휘), 굳이 몰라도 되는 영어와 관련된 잡다한 지식 그 자체가 외국어를 잘하기 위한 밑거름이 될 수도 있다.


다만, 소통을 위해서는 상대말을 끝까지 듣고, 상대방 입장에서 말을 하고, 간결하게 말하는 능력이 더 중요하긴 하다. 결국에 일상적으로(모국어로) 내가 말하고, 쓰고, 읽고, 듣는 습관이 내가 얼마큼 외국어로 잘 말하고, 잘 쓰고, 잘 읽고, 잘 듣는지를 결정한다고 본다.


모국어 없이 외국어가 자신의 언어가 될 수는 없다. 지금도 지나가는 외국어를 단지 그 소리가 들린다고 모국어처럼 이해할 순 없다. 그 소리를 알아듣기 위해 필요한 기초 음소를 통한 발음 연습, 받아쓰기를 통해서 이게 어떤 표현과 용법으로 쓰였는지 모국어를 통해 이해하지 못한다면 결코 외국어는 통달할 수 없다.


결국 하늘 아래 새로운 것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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