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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운용 Apr 17. 2024

남한강 붕어찜

봄은 봄인가 보다


남한강 붕어찜


그때도 사월이었을거야


벚꽃이 눈처럼 날렸으니까

사람의 왕래가 뜸한 한적한 강변길

붕어찜 간판을 따라 갔었나보다


모진 강바람이 불어대면

금새 무너져 버릴 것만 같은 

허름한 흙벽 집


빨간색 페인트로

남한강 붕어찜

삐다닥 삐다닥 붓길가는데로 쓰여진 

간판만큼이나 주인의 손맛도 자유로우리라

기꺼이 문을 열어 젖혔지


쫒기는 몸 

지치고 고달픈 허기를 달래야 했기에

붕어찜 특짜를 주문했었을거야 아마


굽이굽이 강물이 휘감고 돌아 

궁벽한 깊은 골에 

일부러 찾을 사람은 없을텐데

몇 안되는 손님상 차림을 위해

은발의 머리결이 보기 좋던 주인은

어느새 능숙한 손놀림으로

붕어찜 한상을 차려내고는


빨간 실고추 가로지른

가슴을 헤짚어가며 

살을 발린 뒤 우거지로 감싸 안고

자작자작 국물을 곁들여라

뒷 말을 남기네


살며시 내리감아 가련한 붕어의

커다란 눈을 외면하며 

조금씩 조금씩 

웃섶을 들추니


아픔을 돌아볼 겨를도 없이 

몇번의 거치른 손길에 

영어의 몸이 되어 버렸더구나


사월이 되면

커다란 눈망울

붕어가 생각난다.


옛일이 그리워질 만큼

세월이 지나

다시 찾은 이 곳에

혹시나 남아 있다면

좋을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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