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나의 인사를 받은 그가 나를 기억하게 하기 위해서는 생각보다 많은 설명이 필요했다. 나는 당황스러웠다. 고작 몇 시간 전에 나눈 인사를 단번에 기억해 내지 못하는 그를 이해하기 위한 나의 노력이 필요했다. 그리고 그전에는 그가 나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믿음이 우선적으로 필요했고, 그렇기에 그의 얼굴을 자세히 들여다보아야 했다. 그의 미간을 찌푸린 표정은 정말 먼 미래에서 기억을 끌어 오기 위한 큰 노력을 하는 것 같아 보였다. 그 모습은 아주 찰나이지만, 왠지 모르게 노인 같아 보이기도 했다. (겉모습이 아닌 그 형태가 그래 보였던 것 같다) 그런 이유들로, 나를 기억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믿음은 가지기로 하였다. 나는 인내하며 차분한 척하면서도 비꼬아 물었다.
“오늘 아침에 만난 것이 기억나지 않으세요?”
그는 일말의 악의도 없이 오히려 가장 순수한 듯해 보이는 표정과 어투로 “네, 죄송합니다.”라고 했다. 나는 구체적으로 아침에 ‘여행객’이라고 설명했던 것과 그 비닐하우스에 대해서도 이야기했다. 그제야 그는 미간의 주름을 천천히 풀며 “아!”작은 외마디로 기억난 것에 대한 대답을 대신했다. 나는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잠시 시간을 내어 달라고 서둘러 이야기했다. 이 순간을 놓친다면 그가 거절할 이유를 찾아낼 것만 같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역시나 그는 당황하며 우물쭈물하는 모습을 보였지만, 난 기세를 몰아 앞에서 기다리겠다는 말로 단언했다. 그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지만 알겠다는 답을 주었고, 수전을 마저 고르고 나가겠다고 하였다. 그리고 그는 이내 다시 수전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였고 나는 문을 밀고 나오자마자 담배 한 개비에 불을 붙였다. 피어오르는 연기와 내 입에서 나오는 입김이 더해지는 모습을 바라보며, 담배의 길이가 짧아질수록 긴장감과 초조함을 동시에 느꼈다. 나는 도대체 무엇을 묻기 위해 그의 시간을 요구했는지에 대해 고민해야 했다. 그 고민은 당당하게 그에게 시간을 요구한 대가였다. 한참 복잡하게 머리를 굴려 대야 했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 봐도 명확한 주제들이나 단어들이 떠오르지는 않았다. 그러한 상태로 담배는 모두 타 들어갔고 그가 문을 밀며 나왔고, 나는 부자연스러운 어투로 근처에 대화를 할 만한 카페가 있는지 물었다. 그는, 얼굴이 경직된 상태로 시내에는 필요한 물건만 사고 돌아가기에 잘 모르겠다고 했다. 그렇게 잠시 정적이 흘렀고 나는 철물점 앞에 세워진 오토바이를 바라본 뒤 말을 꺼냈다.
“저기… 혹시 오토바이를 타고 함께 동네로 돌아갈 수 있을까요?”
그렇게 어색한 두 남자의 드라이브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