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이브랜드유 Jun 24. 2024

중독의 기쁨, ‘비 오는 날의 산책’



비 오는 날, 창밖을 바라보며 잠시 망설인다. 그러나 이내 우산을 챙기고 문을 나선다. 거리를 걷기 시작하면 빗방울이 얼굴에 닿고, 촉촉한 공기가 나를 감싼다. 도시의 소음은 빗소리에 묻혀 사라지고, 평소에는 느끼지 못했던 고요함이 찾아온다. 비 오는 날의 산책은 나에게 특별한 시간을 선사한다.


거리를 걷다 보면, 물방울이 잔잔한 연못을 이루는 길가의 웅덩이를 발견한다. 비가 내린 후의 풍경은 마치 세상이 새롭게 태어난 것처럼 신선한다. 나무 잎사귀 위에 맺힌 빗방울이 반짝이며, 그 아래 작은 생명들이 활기를 띤다. 이런 모습을 보며, 나는 자연의 순환을 느끼고, 그 속에서 나는 작은 일부임을 깨닫는다.


우산을 쓰고 걷는 동안, 발걸음 소리는 빗소리에 섞여 리드미컬하게 들린다. 고요한 거리에서 들려오는 빗방울의 리듬은 마치 나만의 위한 작은 연주회 같다. 이 소리는 마음을 진정시키고 복잡했던 생각들을 정리하게 만든다. 빗소리는 단순한 소음이 아니라, 나의 마음을 어루만져 주는 배경음악이다.


비 오는 날의 산책은 마치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한 기분을 준다. 그때는 우산을 쓰고 빗 속을 걸으며 상상의 나래를 펼치곤 했다. 빗방울이 우산을 두드리는 소리는 나에게 그 시절의 순수함을 다시금 느끼게 한다. 어릴 적 뛰놀던 기억이 떠오르고, 그 속에서 나는 잠시나마 현실을 잊고 꿈을 꾼다.


비가 내리는 동안, 거리는 평소보다 한산하다. 사람들은 주로 실내에 머물고, 나는 이 고요한 거리를 혼자서 누빈다. 빗속을 걷는 이 시간은 나만의 작은 음악 감상실이다. 이어폰 안으로 들리는 음악과 풍경의 조화로움은 소소한 행복의 극치를 느끼게 해 준다. 비 내리는 소리와 함께 걸으며 나는 온전히 나에게만 집중한다. 매니저라는 직업적 특성상 타인에 대한 생각들로 온종일 머물러 있을 수밖에 없는 나에게 이 시간은 반드시 필요한 시간이다.


길을 걷다 보면, 우산을 쓴 다른 사람들과 마주치기도 한다. 서로의 눈빛을 마주치며 우리는 작은 마음을 공유한다. 비 오는 날의 특별한 연대감이 느껴지는 순간이다. 같은 공간에서 같은 경험을 공유하며, 우리는 말없이도 서로를 이해하는 듯하다. 이 짧은 순간이 주는 따뜻함은 나에게 큰 위로가 된다.


비 오는 날의 산책은 나에게 작은 일탈의 즐거움을 준다. 평소에 느끼지 못했던 세상의 아름다움을 준다. 비에 젖은 도로와 건물들은 새로운 색채를 띠고, 그 속에서 나는 일상의 반복 속에서도 변화를 느낀다. 비가 내리는 날은 그냥 궂은 날씨가 아니라, 새로운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보게 하는 기회이다.


빗속을 걷다 보면, 평소에는 스쳐 지나갔던 작은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길가에 핀 작은 꽃, 비에 젖은 나무들, 그리고 그 속에서 살아가는 작은 생명들, 이 모든 것이 나에게 소중하게 다가온다. 비 오는 날의 산책은 나에게 소소한 행복을 발견하게 하고, 일상의 소중함을 되새기게 한다.


비가 그치고, 구름 사이로 햇살이 비치기 시작하면, 세상은 다시 활기를 찾는다. 빗물에 씻긴 도로와 건물들을 빛을 반사하며 반짝인다. 나는 다시 일상의 번잡함으로 돌아가지만, 비 오는 날의 산책이 주는 평온함과 따뜻함은 마음속 깊이 남아 있다. 이 산책은 나에게 평범한 순간들을 특별한 순간이 되게 만들어주는 마법을 경험하게 한다.  


그 마법의 순간 속에서는 나는 나 자신을 돌아보고 반성하는 시간을 통해서 복잡하게 꼬여있던 내 마음속 실타래를 풀어 나간다.  이 산책이 끝나고 나면, 마음은 한결 가벼워진다. 빗소리와 함께 걸었던 시간이 주는 여운은 오래도록 남아, 일상의 번잡함 속에서도 그 순간을 떠올리며 미소 짓게 한다. 이 일상의 반복은 지루함이 아니라 오히려 기대되는 순간임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한다. 그리고 앞으로 날들을 더욱 기대하게 만들어 준다.

이전 12화 중독의 기쁨, '조용한 카페의 오케스트라'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