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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브랜드유 Apr 19. 2024

고독감 담배 15개를 피우는 것과 같다니


내가 이렇게 혼자 있는 시간이 즐거워질 거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못했다. 매니저로서 하루에도 여러 차례의 회의를 하고많은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즐겼던 내가 갑자기 이렇게 혼자 있는 시간이 편하고 때때로 즐거울 수 있다니, 심지어 고독을 즐기고 있다니 믿기 어렵다. 그런데 어느 날 뉴스 한 편이 나를 제대로 고독을 즐기지 못하게 만들었다.


담배를 끊은 지 이미 몇 년이 지났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을 정도로 오랜 시간이 흘렀다. 담배라는 감옥에서 해방된 나는 행복한 나날을 보내고 있었는데, 갑자기 뉴스에서 천청 병력 같은 소식을 보고만 것이다. 고독감이 담배 15개비만큼 해롭다니, 담배를 끊은 게 언젠데, 이참 천인공노할 일 아닌가.


이 소식을 듣고 난 뒤로 조금 더 많이 웃고 조금 더 많은 사람을 애쓰는 중이다. 하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고독을 담배처럼 쉽게 끊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이렇게 웃으며 말하고 있지만, 혼자 있는 시간이 마치 오래된 친구처럼 좋아졌다. 그리고 고독은 내가 마음대로 조절할 수 있는 감정이 아니라, 종종 나를 찾아와 함께 커피를 마시자고 청하는 불청객 같은 것이다.


물론 내가 고독이라는 친구를 만나게 된 것이, 갑작스럽게 갑상선 항진증이랑 병을 만나면서 나의 일상에도 변화가 온 것이 맞지만, 온전히 그 이유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듣다. 아마도 내가 직업적 관성과 혼자만의 시간을 제대로 만끽하지 못하는 불안에서 시작된 만남이었던 것 같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갑상선 항진증이라는 병을 만나게 된 이후에는 체력적 문제를 극복하기 위한 이유도 있지만, 감정적 채움을 하기 위해서 일적인 만남을 제외하고는 고독과 외로움을 마주할 혼자만의 시간을 갖고 있는 것 같다.


가끔은 그 불청객과의 커피 타임이 길어져서, 고독감이라는 담배를 하나 둘 피워대기 시작할 때가 있다. 그럴 때마다 나는 스스로를 타박하곤 한다. “또 시작이야? 진짜 담배라도 피울 거야, 아니면 사람들 속으로 나갈 거야?” 그래 혼자 있는 것이 항상 나쁜 것은 아니지만, 때로는 그런 시간이 내게서 무언가 중요한 것을 앗아가는 것만 같다.


내가 고독을 느낄 때마다, 나는 이를 다른 무엇인가로 대체하려 노력한다. 책을 읽기도 하고, 음악을 크게 틀어보기도 하며, 가끔은 맛있는 것을 먹으러 드라이브를 떠나기도 한다. 그런데 이 모든 것이 고독의 연기를 조금이나마 희석시킬 수 있을까? 하지만 이렇게 해도 고독은 나의 곁을 지키며, 내가 삶을 어떻게 살아가고 있는지, 무엇을 놓치고 있는지 계속해서 질문을 던진다.


이 고독감과의 싸움은 내게 꼭 필요한 순간의 반성을 가져다주기도 한다. 그렇다면, 이 고독감을 담배처럼 단번에 끊어버릴 수 없을까? 아니면 적어도 줄일 수 있을까? 물론 내가 원하다면 사람들을 만날 수 있겠지만, 그것은 전부 일적인 관계의 사람들과 일의 연장선상의 사람들이기에 선택의 고민에 빠져든다. 하지만 그렇게 하기 전에, 한 번 더 생각해 본다. 고독도 때로는 나의 좋은 친구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리고 나는 다시금 고독과 함께 커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눈다.


그렇다. 고독이라는 불청객과의 커피 타임은 때때로 내게 깊은 통찰을 주고는 한다. 혼자만의 시간이 가져다주는 침묵 속에서, 나는 내면의 목소리에 더 귀를 기울 수 있다. 이런 순간들이 나를 더욱 강하게 만들어주며, 나 자신과의 관계를 더욱 견고하게 다져준다. 고독감이 내게 하는 질문들, 내가 무엇을 원하고, 어떻게 살고 싶은지에 대한 질문들, 때로는 내 삶의 방향을 잡아주는 나침반 같은 역할을 한다.


하지만, 너무 많은 고독은 결국 나를 소진시키기도 한다. 이를 인지하는 순간, 나는 순간, 나는 스스로에게 묻는다. “이제 어떻게 할 거야? 계속 이렇게 혼자만의 시간을 갖을 거야, 아니면 밖으로 나가 일적인 사람들이든 누구든 만날 거야? “


이런 복잡한 잡념에 빠지게 된 것 또한 내 인생에서 처음 있는 일이다. 내게 고독은 사치였고, 그 틈을 느낄 여유가 없었다. 그렇기에 난 이제 진정한 의미로 고독을 즐기려 한다. 고독이 담배 15개비와 같다고, 그럼 난 운동을 더하고 더 좋은 영양제를 먹어서라도 이를 극복하련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고독이 나쁜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과 감정이 차오른다. 어느 순간 이런 생각이 들었다. 고독의 반대를 위해 사람들을 만나고 시간을 허비한다면 나의 감정은 탈곡기에 털리듯 날아갈 것만 같은 느낌.


어차피 나이가 들어가면 주변의 사람들은 하나둘씩 떠나갈 것이다. 그렇다면 좋은 의미로 이제 그 시간을 대비해서 고독감을 진정한 나의 친구로 맞이해야 할 것 같다. 다행히 나는 글쓰기라는 좋은 친구가 늘 곁에 있어 준다. 이 좋은 친구가 이 나에 찾아와 준 것이 너무 행복하다. ”고맙다 나의 친구여, 앞으로 평생 나의 곁을 지켜다오.”


결코 혼자 있는 시간을 허비하는 것만으로 끝내지 않으려 한다. 이 모든 고독들을 통해 나는 진정으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또한 내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해 보게 만든다. 고독이라는 시간은 내가 스스로를 돌아보고, 내면의 소리에 귀를 기울일 수 있는 소중한 순간임을 깨닫게 되었다.


나는 이 길을 계속 가려 한다. 친구들과 만남도, 일적인 관계의 만남도 혼자만의 시간도 내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면서, 각각이 주는 가치와 의미를 이해하고 싶다. 이렇게 고독과 동행하며 살아가는 것이 나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 줄 것이다.


그러니 이제 나는 두려움 없이 경로를 따라가기로 했다. 고독이 주는 교훈을 배우고, 그 속에서 자신을 발견하는 여정을 계속 이어갈 것이다. 어떤 날은 글쓰기를 통해, 또 어떤 날은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을 통해 나를 표현할 것이다. 이 모든 과정 속에서 나는 끊임없이 성장하고, 나아가 내 삶의 진정한 의미를 찾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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