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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이브랜드유 Apr 17. 2024

집에서 혼자 즐기는 영화의 밤

집에서 환자 영화를 보는 밤, 그것은 마치 리모컨을 든 십자군 전쟁 같다. 내가 선택권을 완전히 쥐고 있으니, 나는 절대 군주가 된다. 스트리밍 서비스의 화면은 나의 왕국, 무수히 많은 영화와 시리즈가 나의 충신들처럼 줄을 서 있다. 하지만, 이 왕국에서 선택의 순간은 항상 유쾌한 것만은 아니다. 어떤 영화를 볼까 하는 결정은 가볍게 여길 일이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이거 볼까, 저거 볼까” 고민하는 동안 밤이 깊어가는 것을 보며, 나는 때때로 내 결정 능력을 의심하기도 한다.


스크롤을 내리는 동안, 매력적인 포스터와 흥미로운 줄거리 사이에서 방황한다. 무엇을 선택해야 할지 몰라 ‘평점’ 높은 순으로 필터링해 보지만, 그럴 때마다. ”나는 대체 무엇을 원하는가?" 라는 철학적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혼자 영화를 고르는 일이 이렇게까지 복잡한 심리 게임이 될 줄이야.


하지만 이 고민 또한 혼자만의 영화를 보는 밤을 즐기는 묘미 중 하나다. 결정을 내리기 전 그 긴장감, 그리고 결정 후의 후련함은 다른 어떤 사화적 상황에서도 맛볼 수 없는 독특한 경험의 순간이다.


영화를 고르는 일이 끝나면, 다음 장이 펼쳐진다. 간식 준비. 이는 마치 작은 전쟁을 준비하는 것과 같다. 어떤 간식을 곁들일지 선택하는 것도 영화만큼이나 중요한 결정이다. 팝콘에 버터를 더할까? 아니면 건강을 생각해 그냥 먹을까? 감자칩은 어떨까? 초콜릿은? 아이스크림은? 각각의 간식 후보들이 메뉴의 총리 자리를 노리며 내 마음을 사로잡는다.


하지만 이 모든 간식 전쟁도 나 혼자만의 영화의 밤에 즐거움 중 하나다. 나만의 방식대로 간식을 골라 소파에 앉으면, 그 순간부터 나는 완전히 다른 세계로 떠난다. 담요를 덮고, 쿠션을 곁에 두고, 간식을 무릎 위에 올리면 나만의 영화관이 완성된다. 이제 화면 속의 이야기가 시작되고, 내 주변은 잊혀진다.


이렇게 혼자서 영화를 보며 간식을 즐기는 것은 결정의 순간에 괴로움도 있지만, 나만의 시간을 즐기고 일상에 스트레스를 잊게 하는 방법이다. 혹시 영화 선택을 잘못했다 해도, 간식은 항상 나의 편이다. 영화가 맘에 들지 않을 때 그 간식이 나를 위로해 준다.


그러니 다음번에도 혼자 영화를 보는 밤을 계획할 때는 이 모든 과정을 즐겨보자. 결정의 순간을 드라마처럼, 간식 준비를 축제처럼 여기며. 혼자 영화를 보는 시간은 결코 외로운 것이 아니라, 자신을 돌아보고 즐길 수 있는 소중한 시간임을 기억하자. 집에서 영화를 보며 혼자만의 작은 파티를 즐기는 것, 그것이 진정한 행복의 순간 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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