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서랍 속 깊숙이 숨겨진 편지처럼,
잊혀진 슬픔은 먼지를 뒤집어쓰고 조용히 쉬고 있다.
기억의 구석구석을 채웠던 그늘이
시간의 손길에서 서서히 희미해져,
오직 가끔 향기만이 공기 중에 남아, 잠시 스친다.
어느 봄날, 새싹이 흙을 밀고 나오듯,
마음속 깊은 곳에서 희망이 싹트면,
그 오래된 슬픔은 어느새 자리를 내주고,
새로운 기쁨이 그 공간을 부드럽게 채운다.
이제 슬픔은 고요한 물가의 잔잔한 물결처럼,
오래도록 마음 한편에서 잔잔히 존재할 뿐.
햇살이 방 안 가득히 퍼질 때,
잊혀진 슬픔은 마치 오래된 영화 속 한 장면처럼,
가끔씩 되새겨지지만 더 이상 아프지 않다.
바람에 실려 온 풀잎의 싱그러운 향기와 함께,
우리는 그저 그렇게, 그 슬픔을 포옹하며 살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