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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lum Oct 28. 2021

슬퍼지기 쉬운 계절



 구름이 높아질 때에



 구름이 높이높이 올라간다

 하늘이 넓어져서 공기의 밀도가 낮아진다

 손끝이 시려오고 발끝이 저려온다



 태양이 쉬어 갈 계절을 준비한다

 덕분에 식어버린 바람이 머리를 흩트린다

 차게 식은 바람이 온몸을 감싸면

 그대로 날아가 구름보다 높아질것 같은 기분이 든다



 돌고 돌아 같은 계절인데

 언제나 낯을 가리는 숫기 없는 계절이다

 태양이 늦잠을 자고 달이 함께 저녁을 먹는

 그런 계절이 생경히 돌아왔다



 나는 너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조금만 천천히 와달라고 문득 말을 하면

 서운해버린 계절이 바람과 함께 기억을 데리고 온다

 너무 많은 기억을 데리고 와 머릿속을 어지럽힌다

 심술이나 버린 계절이 다음 계절을 재촉한다



 아무렇게나 뜯어버린

 내 손톱 같은 달이 기운다

 달도 슬퍼서 기울었나 보다



 조금 더 식어버린 바람에 눈가가 시리다

 그래서 눈물이 났다

 슬퍼지기 쉬운 계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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