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벨 에포크 Jul 18. 2023

수렁 속에서

헤어 나올 수 있다고

오랜만에 인사를 드립니다.

세상에...

면목없게도 어느덧 3개월 가까이 두문불출하였습니다. 그간 비운 자리에도 불구하고 저의 글을 계속 읽어주신 구독자님들과 저를 궁금해주신 글벗님들께 죄송하다는 말씀과 감사의 인사를 드리고 싶습니다.

그간... 변명 아닌 변명을 하자면,

개인적으로... 심적으로 나름 수렁 속을 헤매었던 것 같습니다.

섣불리 감정적인 글이 울컥 쏟아질듯하여 일기 외에는 글을 쓸 수 없었습니다.

일기에다 쏟아 부운 감정의 찌꺼기들로 간신히 마음을 붙들고 지내다 조금씩 회복하는 중이랄까요.




어느덧 지금 제 머릿속은 아들의 장래로 가득 차 있습니다. 아픈 손가락의 자식이다 보니 어쩔 수가 없습니다.

 사실, 저에게는 어여쁜 첫째 딸도 있고, 신경 써주고픈 남편도 있고, 챙기고픈 나 자신도 있으니 삶의 목표의 선택지들이 어쩌면 많습니다.  

무엇보다, 나, 스스로를 찾아보자고, 그래서 에게서 아들을 조금이라도 덜어내고자 노력하는 마음으로 시작한 브런치였는데...

결국 어느 순간부터 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있네요. 이렇게 아들밖에 안 보이는 하루를 평생인 듯 살며, 감정의 천당과 지옥을 수없이 오르락내리락하는 저를 보면 마음잡는데 꽤나 시간이 걸릴 것 같습니다.

도대체 무슨 대단한 일이 있었 하면 사실 그리 엄청난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저 고요했던 저의 일상이라는 작은 우물 속에서 평화롭게 부유하다 갑자기 던져진 돌멩이 하나의 파장으로 제 안의 물들이 출렁거리고, 울렁거렸을 뿐일지도요.




한동안 혼란스러웠습니다. 마치 삶의 이정표를 잃어버린 듯이요.

이렇게 열심히 노력하다 보면, 분명 나아질 거라고 생각했는데 사실은 이때까지 한 자리를 계속 맴돌기만 한 제자리걸음이었을지도 모른다는 느낌에 한동안 주저앉고 말았습니다.

아들은 자라는 줄 알았는데...

물론 몸은 자라고 있지만, 정신적으로는 여전히 그 자리이고, 그 성향이 오히려 더 뚜렷해지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의 허망함과 불안감은 저를 가득 메웠고, 세상과 연결 지어주고 싶어 그간 고군분투해 가며, 아들을 위해 목표로 세운 그 모든 일들이 어쩌면 아들이 원치 않은 일이라는 걸, 그래서 아들은 더욱더 세상으로부터 셔터를 내린 채, 자기 세상 안으로 안으로 내달리고 있었음을 깨달았을 때의 충격들이 고스란히 저를 억눌렀습니다.

사회의 도움이 되기보다 앞으로 크면 클수록 누군가에게 폐를 끼칠 수밖에 없고, 사회적으로도 마치  짐짝과도 같이, 언제까지나, 세상의 무조건적인 이해와 도움이 필요한 아이임을 깨달았을 때의 허망함과 무력감, 그리고 애달픈 안타까움이 밀려왔습니다.

솔직히 겉으로는 아들을 알고 있다 말하면서 사실은 지금까지 나만의 이상적인 아들을 만들어 놓고는 마음대로 잘하고 있었노라고, 스스로를 착각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자식일이란 게 가장 마음같이 되지 않는 일인데 말이죠.

세상은 제게 인정하기 싫은 현실을 받아들이라고 억지로 강요하는 듯했어요.

이제껏 해온 노력은 아무 소용없었다고, 그렇게 치열하지 않아도 됐었다고 비아냥되는 듯했습니다.

한동안 인정하기 싫고, 인정하고 싶지도 않아 오히려 세상에 탓을 돌리고 염세적인 시선으로 손가락질해 가며 세상을 비관하기도 했습니다.

그동안 똑바로 바라봐야 하는 현실을 마주할 용기가 나지 않아 이런저런 핑계를 찾아다니며 비겁하게 도망 다녔습니다.

도망 다니느라 지치고, 버거웠습니다.

지금은 아들현실을 엄마로서 받아들이고, 인정하기 위한 좀 더 객관적인 시선과 노력, 그리고 무엇보다 시간이 필요함을 느낍니다.

이렇다 보니 지금은 일상의 여유는 물론이고, 책을 읽을 염두조차 나지 않고, 이곳에 들어와  글자하나 쓰고자 하는 마음의 조각조차 사라지게 된 것 같습니다.......

그동안 브런치와 글벗님들께 소홀했던 사연을 이렇게나마 씁쓸하고, 어줍지 않은 핑계로 대신해 봅니다.




이런 상황 속에서 글을 계속 썼다면, 틀림없이 우리 구독자님들과 글벗님들의 진심 어린 위로와 따뜻한 응원이 쏟아졌겠지요. 

감사하게도 제 주변 분들 모두 따뜻한 분들이라는 걸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답니다. 

그러나 감히, 솔직히 말씀드리자면, 지금은 탈진해 버려서 무미건조해져 버린 제 멘털상태가 상태인지라, 송구스럽게도 분명, 진심으로 해주시는 따뜻한 위로와 응원의 말씀들 조차 차마 순수한 마음으로 받아들이기 어려운 시간들을 보내고 있습니다. 

그래서 조심스럽지만 한동안 댓글창을 잠시 닫을까 해요. 누구보다 이곳에서의 댓글을 통한 소통을 아끼고 즐기던 저인데 지금은 좀 힘들 것 같습니다.

부디 너른 마음으로 이해부탁드립니다.




지금은 다시 한번, 저의 삶의 이정표를 다시 정해야 하는 시기인 것 같습니다.

나의 손을 아들이 다시 한번 더 맞잡아 주길 바라며, 어떻게 해야 아들과 함께 세상에 한 발짝이라도 내딛을 수 있을지, 그리고 '나의 가족'이라는 둥지를 어떻게 견고하게 다질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할 나름의 시간이기도 합니다.

심적으로, 정신적으로 수렁에 빠져있지만......

다행스럽게도 아직은 그리고 여전히, 저는 저의 일상을 무심히 지켜내고 있는 중이랍니다.  

네, 일상을 지속할 힘만 있다면, 언젠가는 반드시 이 수렁 속에서도 헤어 나올 것입니다.

인생고비들은 앞으로도 어쩌면 더 큰 형태로 얼마든지 그리고 몇 번이고 오겠지요.  

흐물흐물하고 깨지기 쉬운 저는 그때마다 이렇게 매번 쓰러지겠지만요, 일상이 계속되는 한, 그때마다 다시 헤어 나올 것임을 믿고 있어요.

그런 게 삶의 희망이라는 것이니까요.

삶의 목표는 사라질 수 있지만, 삶의 희망은 저버릴 수 없는 소중한 것이 아니겠습니까.


정신줄 부여매고 좀 더 정돈해서 돌아오겠습니다.

그때까지 건강하게 계셔주세요.

다시 한번 제가 "벨  에포크!"를 외칠 수 있는 그 순간까지!











작가의 이전글 나의 반창고는 어디 있을까?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