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저희 아들과 시작하는 성교육이라 아들에게 맞춤형으로, 제가 주관적으로 진행하고 있습니다.
참고로, 아들의 인지 수준은 5살 정도이고 성교육은 이번이 처음 시작 단계입니다.
5~7살 대상의 교육 자료를 주로 활용하고, 접근했습니다.
전문적이거나 확실한 교수법은 절대 아니라는 점을 미리 알려드립니다. 마냥 부족하지만 이 엄마는 이렇게 시작했구나 하고 알아주시면 될 것 같습니다.
성교육 시작
1. 가장 먼저 자신의 성별과 몸에 대해 소개해줍니다.
아들의 경우, 시각적 자료가 효과가 있어 그림이나 사진을 많이 활용했습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어떤 성교육이든 자신의 몸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는 생각이기 때문에 가장 먼저 자신은 "남자"라는 성별임을 알려줍니다. 그리고 사람들 중에는 남자가 아닌 "여자"라는 성별도 있음을 알려줍니다.
남자와 여자 몸의 구성의 다르고, 생김새도 다르다는 것도 알려줍니다.
자신의 몸에 대한 흥미는 누구에게나 있습니다. 발달장애가 있다고 해서 아무 생각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표현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고, 가르쳐 주지 않으면 잘못된 방법으로 자신의 몸을 탐색할 수 있습니다.
안전하고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몸이란 소중히 다루어야 한다고 알려줍니다.
2. 시간의 흐름에 따른 신체의 변화와 정확한 명칭에 대해 알려줍니다.
앞으로 겪게 될 신체적 변화에 아들이 놀라거나 두려워하지 않도록 시간이 갈수록 신체가 어떻게 변할 것이라고 그림이나 사진등으로 알려줍니다.
어깨도 더 벌어지고, 털이 나고, 여드름도 나고, 목소리도 굵어진다고 알려줍니다.
신체부위에 대한 정확한 명칭도 알려줍니다.
어릴 때 쓰거나 비하된 단어들보다 학술적인 단어를 가르쳐주는 게 오해의 소지를 줄일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예를 들면, 고추보다는 음경, 엉덩이보다는 골반, 찌찌보다는 가슴등으로 말이죠.
이때 같은 성별인 보호자가 같이 말해주면 더욱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한두 번으로는 절대 고치기 힘듭니다. 우선 양육자들이 쓰는 어휘부터 교정해야겠지요. 아이들은 생활 속에서 자주 들으면서 숙지하니까요. 반복 또 반복이란 마음으로 엄마인 저부터 계속 연습하도록 합니다.
3. 바운더리(경계 짓기) 교육
요즘 제가 특히 열중하고 있는 교육 중 하나입니다.
바로 장소나 사람에 대한 바운더리를 알려주는 교육입니다.
사실 이 교육은 엄격히 말하자면 성교육이라기보다 사회적 관계 교육일 수 있지만요, 저는 발달장애 아이를 위한 성교육의 첫걸음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발달장애아이들은 어릴 때부터 곁에 도움을 주는 양육자와 보호자가 늘 함께 있기 때문에 본인 혼자만의 사생활이 없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그래서 안타깝게도 공공장소와 사적장소에 대한 구분이 아예 없습니다. 혹시라도 누군가가 벗으라고 지시를 내린다면 누가 그랬든, 장소가 어디든 아마도 벗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또한 이러한 공적, 사적의 개념이 없기 때문에, 본인들이 옷이 불편하거나 온도가 덥다고 느낀다면, 누가 있든, 그 장소가 어디든 거리낌 없이 벗을 수 있습니다.
사실, 저희 아들도 아직은 공적 장소와 사적 장소에 대한 구분이 없습니다. 항상 제가 곁에 있으니까요.
그래도 이제 시작이란 마음으로 공공장소와 사적인 장소에 대해 알려주고 집에서도 매일 알려줍니다.
공적장소는 나하고 나 이외 사람이 있는 곳, 사람이 한 명이라도 있으면 그곳은 공적인 장소이고, 혼자 있을 수 있는 곳이 사적인 장소라고 시각자료를 보여줍니다.
칠판에 그림이나 사진등을 붙여두고 매일 함께 읽어봅니다.
예를 들어, 집안에서라도 거실이나 서재, 부엌등은 가족 모두가 같이 있는 장소니, 공적인 장소이고, 아이의 방이나 화장실은 혼자 있을 수 있으니 사적인 장소라고 말해주고 있습니다.
공적인 장소에서는 해서는 안 되는 행동이 많고, 지켜야 할 예의나 규칙도 많다고 알려줍니다.
사적인 장소는 방이나, 화장실인데 이곳에 들어가면 문을 닫고, 혼자 있는 편안한 공간이라고 알려줍니다.
이 구분이 되어야 비로소 만일의 경우, 위화감이나 위험을 감지할 수 있고, 공적 장소에서는 무엇을 하면 안되며, 내가 하고 싶은 성욕구나 성행동이 허락되는 장소가 사적인 장소이고, 또 어딘지 말해줄 수 있기 때문에 꼭 해주어야 할 기본 중의 기본적인 교육이라고 생각합니다.
나 자신을 소중히.
4. 존중과 몸을 중요하게 하는 생각하기
어릴 때는 발달장애아이들에게 규칙을 설명하기 위해 지시 따르기나 모방하기 등을 제일 먼저 가르칩니다. 그래서 이 친구들은 지시 따르기에 아주 익숙한 편입니다. 그러나 성장함에 따라 어떤 상황에서는 무조건적인 지시 따르기나 모방하기를 거부해야 하는 경우도 있고, 또 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아주면 좋습니다.
지금은 그 기준을 모르기 때문에 그 기준을 만들어 주는데, 우선, 어떤 경우에서도 남에게 함부로 몸을 보여주지 말아야 한다는 것을 알려줍니다.
그게 가장 가까운 사이인 부모라도 말이죠. 지금으로선 늘 몸에 베인 행동 때문에 저도 어려운데요.
예를 들자면, 아이 목욕을 도와주거나 화장실 뒤처리를 도와줄 때, 노크를 한다거나, "엄마가 도와줘도 될까? 엄마가 네 몸을 좀 만질게."라고 허락을 구하고 있습니다.
안아주고 싶을 때나 손을 잡을 때도, "안아줘도 돼?, 손잡아줘도 돼?" 하고 먼저 허락을 구하고 행동하기로 했습니다. 누나에게도, 아빠에게도 함께 숙지해서 실생활에서 자주 경험하도록 합니다.
또래관계나 의사소통이 좀 되는 친구들에게는 거리 지키기를 가르쳐주면 좋습니다.
우정과 이성에게 느끼는 연애 감정의 구분과 차이, 이성을 너무 빤히 쳐다보지 않기, 허락 없이 갑자기 가깝게 접촉하거나 접근하지 않기 등 또래관계에서 지켜야 할 선등을 명확히 알려주면 좋겠습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존중이라고 생각합니다.
양육자도 아이를 "영원히 자라지 않는 몸만 큰 아이"취급해선 안된다고 생각합니다.
어눌한 말투나 조절이 힘든 움직임들 때문에 아직은 어리게 행동하는 것처럼 보이니, 저도 쉽게 빠지는 매너리즘이기는 합니다. 이제는 사용하는 어휘도 나이에 맞게 말해줍니다.
저의 예를 들자면, 평소에 자주 쉬, 응아라고 표현하곤 했는데요, 이제는 이런 유아적 표현이나 어휘가 아닌 소변이나 대변 등으로 나이에 맞게 표현해 줍니다.
이제는 엄마인 저부터 아이를 나이에 맞게 존중해 주는 것이 맞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제는 과보호보다는 조금씩 혼자만의 시간이나 간섭의 울타리를 조금씩 넓혀주어야겠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렇게 존중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것은, 자기의 몸도 상대의 몸도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렇기에 존중해주어야 하고 예의를 갖추어야 한다고 꼭 알려줍니다.
아이가 아직은 무슨 의미인지 몰라도 됩니다.
계속해서 알려주며 각인에 가깝게 반복해 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존중을 경험해 본 아이는 존중의 의미는 모를지언정, 존중을 행할 수 있을 것이란 희망을 가져봅니다.
사실, 이외에도 앞으로 사춘기에 접어드는 아들을 위해 가르쳐줘야 할 것들이 많습니다.
지금은 이렇게 레이아웃만 정해 놓은 상태입니다.
*월경 및 몽정 그리고 자위
*스스로 정리하고 몸을 씻는 법
*다른 사람의 접촉이 주는 부적절한 느낌과 상황(나쁜 만짐-좋은 만짐의 차이)
*거부하고, 알리는 법
*장소와 사람에 대한 예의(매너, 에티켓)
*성폭력, 성추행이라는 단어를 설명해 주고 인식시키기
너무 욕심내지 말고, 서두르지 말고 하나하나 베이비스텝으로 천천히 반복하며 가르쳐줘야겠지요. 단계별로 천천히 앞으로 계속 이어 나갈 예정입니다.
차근차근해나가다 보면 아들도 정확히 뭔지는 몰라도, 해도 되고 하면 안 된다는 기준이 자기 안에 생기지 않을까요?
그것만 생겨도 이런 노력의 보람은 있을 것 같습니다.
조금씩 단계별로, 천천히 올라가기.
지금 제가 하고 있는 아들의 성교육의 시작단계에서는 이 정도 선입니다.
물론 미흡한 점도 많고 허점도 있는 내용일 수도 있지만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것들은 열심히 실행 중에 있습니다.
사실, 남들에게는 별거 아닐 수도 있지만, 습득속도가 느린 아들에게는 이미 과부하일 수도 있겠습니다.^^;;
그리고 앞으로 수많은 반복과 오랜 시간이 걸리겠지요.
전문가들은 하나를 가르친다고 했을 때, 그 하나를 숙지시키기 위해, 최소 6개월 많게는 1년 그 이상의 시간이 필요하다고 합니다.
저는 지금은 열의에 꽉 차 있어서인지 마음의 준비도 되어있고 또 이어나갈 자신도 있습니다.
다만, 걱정되는 것은 곧 시작되는 새 학기, 혹시라도 학교나 교실등 이 과정에서 생기는 시행착오나 실수들이 부디 큰 오해나 파장 없이 지나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가져봅니다.
새 학기가 시작되면 담임 선생님과 특수반 선생님께 미리 상담을 드려볼 생각입니다. 또다시 이해를 요구하는 학부모가 될지 모르지만 무사히 잘 소통되기 바랍니다. 제발...
그리고 이러한 작은 노력들이발달장애인들도 여느 누구와 똑같이 안전과 인간으로서의 욕구나 갈망을 존중받아 마땅한 사회 분위기가 되길 바랍니다.
안전하고 존중받길 바라며
쓰다 보니 할 말이 많아져 글이 길어졌네요. 긴 글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이번주가 지나면 새 학기네요. 늘 변화가 있는 새 학기에는 아이들도 긴장되지만 엄마인 저도 긴장이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