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막내가 정수리를 살피더니 눈이 휘둥그레져서 말한다.
“엄마! 왜! 왜! 이게 있어?”
어? 그게 뭔데! 뭔데!
“하얀 거!”
아, 흰머리?
“어!”
너랑 형아가 엄마 말 안 들어서 엄마 힘들어가지고 이제 할머니 될라고 그러잖아…
“안돼.. 엄마 할머니 되면 안 돼…. 내가 사랑하는 엄마.. 할머니 되면 내가 너무 슬프잖아….”
그러더니 목을 끌어안고는 엉엉 운다.
닭똥 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진다.
아들을 키운 지 9년 차. 속지 않는다.
악어의 눈물임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지. 훗.
사랑스러움은 진실이기에
아이의 우는 모습과 주고받는 대화를
동영상으로 기록해 두었다.
“엄마 할머니 되지 않게 내가 말 잘 들을 거야,
어! 엄마 이제 흰머리 다 없어졌다,
아... 아니다, 아직 있네... “
신이 났다가, 시무룩해졌다.. 모노드라마가 따로 없었다.
41개월 아가도 아는 걸까?
할머니가 되면 함께 있는 시간이 줄어든다는 것을?
이별할 시간이 가까워진다는 것을?
이별하면 슬프다는 것을?
아기가 느끼는 감정과 생각덕에 잠시 행복했다가
조금 오래 슬픔을 가진다.
헤어짐이란,
세상을 살아낸지 이제 41개월 밖에 되지 않은
어린 생명에게도 두려움이구나.
단절이라는 것은 본능적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이구나.
아이에게 나의 힘듦을 두려움으로 주입시킨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에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이 미안함을 아이에게 얼른 전달했고,
다 이해하는 얼굴이 아니었기에
형아랑 아가 때문에 할머니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이야기해 주었다.
그랬더니 엄마가 예쁘단다.
세상에서 엄마가 제일 예쁘단다.
그래, 이거면 되었다.
또 누가 있으랴
아무 조건 없이 나를 예쁘다, 사랑한다 해줄 사람이.
그렇게 혼이나도 다음날이면 엄마!!! 하고
속없이 웃으며 가슴팍에 얼굴을 파묻고
비비며 내 얼굴을 올려다볼 녀석들이.
이 사랑스러운 생명체들이 있기에
웃고 울고 가슴깊이 아팠다가 쓰렸다가
사람답게 성장하고 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억만금을 주어도 바꾸지 않을 귀한 나의 보물들
루이, 하람, 하로 나의 세 아이들.
오늘따라 유난히 보고 싶은 하늘나라에 있는 우리 둘째.
날이 차가워지니 우리 둘째가 그리워지는구나.
흰머리가 많아진 할머니가 되면 너를 만나러 갈 날이 가까워지겠지. 너의 동생은 슬퍼하겠지만 엄마는 기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