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눈을 뜨기 싫었던 적이 있다.
하루가 시작되는 게 끔찍해서
죽을 용기조차 없는 것이 원망스러워서
하루가 빨리 저물기만을 기다리며 살았었다.
그렇게 겨우 살아낸 하루인데 다음 날 또 해가 떠버리니 절망스러울 뿐이었다.
아침을 맞이하는 것에 대한 두려움은 사라진 지 오래지만,
저녁이 다가올 때마다 한숨 두 숨 삼키느라 밥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다.
마음 둘 곳이 없고, 쉴 곳은 더더욱 없다.
집? 육아를 시작하고부터 집은 일하는 곳이지 쉬는 곳이었던 적이 없다.
이 점이 제일 서럽고 슬프다. 집이 편한 적이 없다는 거.
나에겐 쉴 곳이 없다는 것.
그래서 집에 있어도 집에 가고 싶은 거.
매일 오후 네시에서 다섯 시가 되면 발걸음이 천근만근이다.
가족 모두가 집에 돌아오는 저녁시간이 되면 숨이 막혀온다.
처리해야 되는 일거리들이 한꺼번에 밀려들어온다.
큰 아이의 귀가와 동시에 시작되는 숙제와 공부 봐주기,
막내를 데리고 오면서부터 시작되는 두 수컷의 싸움과 말리기,
저녁준비와 틈틈이 쌓인 집안일들..
또,
그들이 만들어내는 소음과 스트레스에 곧 터질 것 같은 아슬아슬한 풍선이 되어
정신없이 저녁시간을 보내다 보면 바람 빠진 풍선은 모습으로 침대에 눕는다.
우리 큰 아이는 이런 나를 졸졸졸 쫓아다니며 노래를 부른다.
"우리 엄마는 왜 이렇게 예쁠까~, 엄마는 너무 예쁘네~"
막내는 나를 빤히 바라보며 말한다.
"우리 엄마 눈이 왜 그럴까, 왜 예쁜 눈을 하지 않을까."
이런 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두 가지 생각이 든다.
오죽하면 이런 말을 할까.
웃게 해주고 싶어서 이런 말을 하는 것일 텐데 미안하다 얘들아.
두 번째는
가!, 말 걸지 말고 가!, 나 쉬게.
다행스럽게도
아이들은 엄마가 이러든지 말든지 자기들끼리 신나게 논다.
아주 즐겁고 행복해 보인다.
날도 좋으니 밖에 나가 놀면 더 좋을 것 같다고 생각이 든다.
기분이 태도가 되게 하지 말자며 매일매일 다짐해 보지만
지금의 나는 마음이 고장 난 듯하다.
버텨내다 보면 괜찮아질 날이 곧 올 거라고 생각한다.
집에 있어도 집에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 그날이 오게 되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