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리 골드의 꽃말
큰 아이 오기 전, 막내 픽업 전에 마른빨래를 개키고 있었다.
띠띠띠띠
‘아, 우리 큰 아이다. 일찍 왔네. 근데 부스럭 거리는 소리는 뭐여’
“어? 집에 있었네?”
‘아? 신랑이네, ’
“어~ 아이고! 꽃 사 왔네~ 고마워~”
“생일 축하해~~”
2025년 10월 29일 39번째 생일이다.
남편이 예쁜 꽃을 한 아름 안아 들고 집에 들어왔다.
여름에 피는 노란 프리지어 대신 새로운 꽃인 메리골드를 소개해주었다.
“노란 꽃 있잖아. 너무 예쁘지, 메리골드라고 하는데 꽃 말이 너무 예뻐.
꽃말이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 이래, 너무 이쁘지 “
남편의 이 말을 듣자마자 눈물이 왈칵 터져버렸다.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 반. 드. 시. 오. 고. 야. 말. 행. 복. “
한 글자 한 글자 얼마나 곱씹어지던지…
사실 남편이 허리를 다친 요 몇 주 정말 지옥 같았다.
날씨는 선선해졌지,
익룡 같은 두 남자아이들은 집안에만 있으니 미쳐 날뛰어서 말리느라 정신없지,
집안일은 모두 다 내 몫이지,
가중에 가중이 되는데 도와줄 사람은 아무도 없지, 남편의 아프다 소리를 들을 때마다 정말 지옥 같았다.
둘째 아이가 불가항력적인 이유로 하늘나라에 가버리고, 남편이 암선고를 받아 수술을 받은 이후로
건강에 어떤 문제가 생기면 극도로 불안함과 예민함이 솟구친다.
이런 지옥 속에서 한 달 이상 살다 퇴행성 디스크라는 진단을 받았고, 그냥저냥 살아가고 있었다.
그러다 [반드시 오고야 말 행복]이 들어있는 꽃다발을 선물 받으니 눈물이 펑 터져 나왔다.
그런 나를 보면서 같이 울고 있는 남편을 보니 저 사람도 나와 같은 마음이구나 하는 마음에 감정이 더 터졌다.
행복을 선물해주고 싶은 마음으로 꽃다발을 사 왔을 그 마음을 알겠어서 말이다…
부부라는 관계는 참
원수같이 미웠다가도
없으면 어떻게 살까 싶었다가도
없어도 잘만 살 때가 있었는데 무슨 상관이야 싶었다가도
그래도 애들이 있는데 무슨 소리야 싶은
진짜 이상 요상 어쩔 저절스러운 관계 같다.
헤어지고는 못살겠어서
이 사람이면 평생을 외롭게 하지 않을 것 같아서.
부모님이 365일 중에 360일을 만나는 거 보고
둘 다 서로한테 단단히 미쳤으니 결혼시켜야 된다고 해서 결혼한 우리 둘.
우리에게 반드시 올 행복은 어떤 것일까.
행복하기만을 기대하며 결혼한 두 청년에게 닥친 아픔이 너무나도 컸기에
그 아픔을 끌어안아주고도 남을 만큼 큰 행복이 다가와주었으면 좋겠다.
우리가 기대하는 모양의 행복이 아니더라도
시간이 지나서
아, 이것이 행복이었구나 하고 벅참의 눈물을 흘릴 수 있는 그런 시간들이 허락되었으면 좋겠다.
그거면 정말 행복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