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11월 6일
시아버지는 심장을
내 아버지는 눈을 수술하셨다.
평생 19살일 것만 같은 철부지 같은 나도 이렇게 나이를 먹어감을 체감해 버린다.
싫은데.
1년에 한 번도 전해지지 않던 부고소식을 이제는 분기별로 한 번씩은 전해 듣는 것 같다.
그리고 양가 어르신들이 자꾸 편찮으시다.
실비 보험이 들어져 있는지 , 보험 목록에 수술비 항목이 있는지 재차 확인하게 된다.
아빠들께서 아프시니 마음이 뻥 뚫려버렸다.
강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우실 두 분이시다.
부러지면 부러졌지 꺾이지 않는 성정을 가지신 전형적인 자수성가형의 어르신들….
그런 두 분이 이빨 빠진 호랑이처럼 계시니.. 이런 모습도 이제는 적응해야 하는구나, 인정해야 함을 느낀다.
나와 남편은 이런 아빠들 밑에서 많이도 눌리며 자랐다.
남편은 아버님을 나보다 빨리 용서했고, 나는 올해 8월인가 9월에 진지하게 대화를 나누며 용서하게 되었다.
이런 시간들이 없었다면 약해져 가는 아버지를 볼 때 진심으로 위하고, 자발적으로 병원에 모셔다 드리고 할 수 있었을까 싶다.
늙고 아픈 아버지들을 보면서 이 분들의 삶에 대해 생각해 본 적이 있다.
나를 어떻게 키웠을까, 왜 나를 이렇게밖에 못 키웠을까, 꼭 그렇게 키워야만 했을까 등등.
아빠는 심장도 내어주고 두 눈도 내어줄 만큼 진심으로 사랑하며 키워주셨음을 부모가 되고 나서야 느꼈다.
그저 사랑의 표현이 서툴고, 많이 일방적이어서 의도치 않게 상처를 주게 된 거였고 그 상처가 아주 단단한 벽을 만들어서 깨기까지 오래 걸렸다는 것도 39년 만에 알게 되었다.
있는 그대로 아버지들을 바라보고 사랑했다면 벽을 조금 더 빨리 깨트릴 수 있었을 텐데
상처를 준 아빠, 무서운 아빠, 혼내는 아빠, 늘 안된다고 하는 아빠, 이런 프레임을 씌운 체 아빠를 바라보니까 관계 회복이 참 어려웠던 것 같다.
39년 동안 나와 함께 자라온 벽은 세포들과 유착이 강하게 되어있어서 깨어질 때 무지하게 아팠고, 울기도 많이 울었다.
이런 과정들을 겪고 나니까 새로운 심장이 뛰고, 눈이 열려서
아빠를 미워했던 마음이 사라졌고, 그렇게 싫었던 아빠가 괜찮게 보였다.
더 연세가 드시기 전에
때를 놓쳐서 후회하기 전에
평생의 숙원사업 같은 일을 해결할 수 있음이 얼마나 감사한지 모른다.
이제는 두 아버지께서
그저 건강만 하셨으면 좋겠다.
우리의 아버지로 오래 사셨으면 좋겠는 마음도 있지만
우리 아이들이 너무나도 사랑하는 할아버지들이시니 아이들의 할아버지로 오래오래 함께 하셨으면 좋겠다.
우리 아빠의 말을 빌리면
자식 키울 때 못해주고 미안했던걸 손주들에게 해주면서 조금이나마 갚아나간다는 마음이 든다 하셨으니
더 많이 갚아 나가시길. 이자까지 쳐서 갚아 나가시길.
그러니 건강하게 아주 오~~~~ 래오래 우리와 함께 해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