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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게 부부간의 합심, 협동이구나

비로소, 지금에서야

by 효돌이작까야

매일 아침 10시, 저녁 8시

우리 남편이 시아버지 면회 가는 시간이다.


저녁시간이 평소보다 2-3시간 늘어났다.

7시만 되면 집에 오는 스케줄인데.......


그렇다 보니 아침에 일어나서

아이들이 잠들 때까지 오롯이 케어는 내 몫이 된다.


평소 같았다면 벌써 불만이 이만저만 삼만 구만 십오만이었을 거다.

어쩐 일일까? 왜 화딱지가 안 날까?

쌓여가는 음식물쓰레기를 봐도 내가 갖다 버리고 있고,

곧 터져 나갈 것 같은 20리터 종량제 봉투도

나가는 길에 버리라고 중문 앞에 두었다가

결국 내가 버리고 만다.


나, 갑자기 천사가 된 걸까?


아침저녁으로 아버님이 어떠신지 남편을 통해 들으면

억장이 무너진다.

개흉수술 이후로 섬망증상이 세게 와서

아들과 같이 AI를 물리치고 계신 울 시아버지.

오늘은 또 죽을 날짜를 받아 놓으셨다고 한다.

11월 11일. (이미 지나갔어요 아버님)

지나갔다고 말씀드리니 16일이라고 하셨다네.

하.. 참, 아버님도 참..


나는 건네 듣는 이야기지만

남편은 피부로 느끼고 오고 있으니..

아이들, 집안일로 남편에게 짐의 무게를 더해주고 싶지 않아 졌다.


그래서 마음이 괜찮은가 보다.

평소에 이렇다면 얼마나 좋을까...


30, 33살에 결혼해서

39, 42살을 살아내고 있는 우리 부부.

이제 결혼 9년 차인데 우린 참 많은 일을 겪었다.


결혼 반대, 아버님의 심장 마비, 허니문 베이비, 둘째 아이와의 사별, 남편의 암선고, 우리 큰 아의 마음의 병, 나의 우울증, 양가 아빠들의 큰 수술들..


참, 진짜 쉽게 가시는 법이 없네 하나님은.

잠들기 전 남편과 이 대화를 끝으로 각자 할 일을 하고 있다.


합심 마음을 모아 협동 마음과 힘을 하나로 모으는 것.

이 마음이

밴댕이 소갈딱지 같은 나의 마음에도 기적을 보이는 건가 싶어서 신기하다.

부부가 한 몸을 이루어 협동하며 살아가는 것이 이런 것임을 실감해 가는 것이 참 흥미롭다.

우리의 상황만 놓고 보았을 땐 웃을 일도 없고,

오히려 힘듦이 가중되는 일들만 펼쳐지고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웃을 수 있는 일들이 요소요소 숨어져 있고,

그것들을 보석 캐듯 캐내어 함께 웃을 수 있음에 안도감과 즐거움을 느낀다.


결혼하고 9년 만에 비로소 말이다.

이렇게 힘든 일들을 겪기 전에 알게 되었으면 참 좋았으련만

지금에서야 알게 된 것이 서로에게 미안하기도 하고

지금이라도 알게 된 것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의리보다는 사랑으로

설렘보다는 안정과 수용으로

깊이 있는 사랑을 실천하는 우리가 되었으면 좋겠다.


그런 의미로, 웅이 힘내고

언제나 그랬듯 우리는 또 묵묵히 지금 이 시간을

견뎌낼 것이고 마침내라는 말을 할 수 있을 거예요.


우리의 생각과 계획보다 안전하고 완전한 분의 계획을 신뢰하며 나아가봅시다. 피곤할 텐데 게임 그만하고 이제 자요?

농담이고요. 잘 버텨가 봅시다.

당신이 느끼는 것처럼 나는 많이 단단해졌으니까 불안해하지 말고요. 함께 맞대어 살아갑시다.

예, 고맙고 사랑합니다. 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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