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마다 외출...
“엄마, 밖에 나가서 1km 정도만 걸어줄 수 있어?‘
큰 아들의 이 말로 나갈 결정을 내렸다.
저녁을 먹지 않을 심산으로 점심을 푸지게 먹었는데
애매하게 남은 아이들의 저녁거리에 결국 입을 열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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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다면 나가야지.. 걸어야지.. 먹은 죄인 아.
포켓몬 고를 하는 우리 큰 아들
일주일에 딱 하루 화요일에만 30분 게임을 할 수 있다.
그렇게 허락된 오늘,
평소라면 아빠랑 함께 나가겠지만
남편은 아버님이 수술받으신 이후로 연일 아침저녁 병원행이다.
아빠도 안 계시지, 게임은 재미가 없지,
나가서 걸어야 새로운 캐릭터의 볼이 열린다는데 엄마는 안나 가줄 것 같지..
어렵게 이야기했지만 역시나 안된다고 대답했다.
그러다 갑자기 나가자! 하더니 1km면 되는 거지? 하며
흔쾌히 나갔다.
아, 엄마 운동하러 나가는 거구나. 했겠지..
걷는 듯 뛰는 듯 슬로조깅을 하며 아이 둘과 함께 시간을 보낸다.
옆옆에 있는 큰 교회의 광장에 가서 맘 편히 놀게 했다.
주변을 돌아보다 발견한 감나무에 감이 주렁주렁 주루렁 열려있는 것이 아닌가.
“와, 얘들아. 감이 엄청 많다.
(속으로 이상하다고 생각했다. 떨어졌을 건데.. 저 정도로 익었으면) 감들이 정말 그림같이 예쁘지 않아? “ 하고 말하는데
큰 아이가 말한다.
“엄마, 이거 가짜야. 가짜나무야”
‘아... 그림같이 예쁘더니.. 진짜가 아니었구나..’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감나무에 속은 느낌이 들어서 조금은 당황스럽지만
가짜여도 잠깐이어도 내게 즐거움을 가져다준 나무가 아닌가.
그 찰나의 기쁨과 감사만 생각하기로 했다.
우리 아이들도 “엄마 이거 가짜야”라고 말했을 때
당황하는 나의 모습을 보면서 잠깐이나마 즐거워했으니까.
앞에 펼쳐진 상황이, 눈에 보이는 것들이 가품인지 진품인지
중요하지 않아 진 시점이다.
그보다 더 중요한 건 그것을 어떻게 받아들이는가..이다.
즐겁고 고마웠던 순간만 쏙쏙 뽑아서 합리화하는 거 아니야?
할지도 모르지만 그게 뭐 나쁜가, 누군가에게 해를 끼치기라도 하나..
아들 둘 존재만으로도 벅찬 놈들과의 하루 일과를 마쳐가는 과정에서 입술 끝에 즐거움을 남겨두게 한 일이라면 감사하지.
그런 마음으로 넓은 광장을 몇 바퀴 더 뛰고
아이들과 신나게 귀가했다.
몸은 힘들지만 마음은 괜찮은 밤이다.
마음이 괜찮다면? 몸은 잠자며 회복시키면 된다.
살아낸 오늘, 다가올 내일도 괜찮고, 찬란할 것이다.
감나무에게 속아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