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나도 너랑 밥 먹으려고 했는데…

엄마랑 데이트

by 효돌이작까야

마음먹고 엄마랑 데이트한 게 몇 번이나 될까?

엄마랑 나는 모녀지간이지만 팔짱을 끼지도, 손을 잡지도 않는다.

K-장녀들끼리라서 그런 걸까?


어제는 우리 집에서 김장을 했다.

엄마랑 아빠랑 나랑 셋만 함께 했는데 엄마의 말투가 영 퉁명스러우신 거다.

그래서 “엄마, 기분 안 좋은 일 있었어? 아빠한테 말투가 너무 퉁명스러워..”

이 말로 시작 된 엄빠의 썰전.


아빠편도 들어주고, 엄마편도 들어주면서 대화를 이어가다가 엄마가 영 힘들어 보여서 밤 11시쯤 전화를 했다.


“엄마, 내일 뭐 하셔? 별일 없으면 같이 점심이나 먹을까?”

-어~ 나도 그럴라고 했는데. 그러자.

“응, 아빠 떼놓고 와”

-알았어.

그렇게 우리들끼리 007 작전은 시작되었다.


일찍 오실 줄 알았는데 10시가 넘어도 감감무소식.

전화드렸더니 나오고 계신다고.

오 굿! 뭘 먹을까 하다가 브런치 카페를 갔다.


엄마랑 작정을 하고 데이트한 게 대체.. 얼마만이지?

아니, 그런 적이나 있었나..?


어제 하던 이야기들의 연장선으로 대화가 오고 갔다.

엄마 삶에 대한 이야기, 마음이 어떤지에 대한 이야기들

아빠와의 관계, 내가 어릴 때 힘들었던 이야기들.

그런 이야기들을 주고받으며 서로의 내면에 있는 보따리들을 풀었다.


음식들도 입에 맞으신지 맛있게 드시는 모습에 너무나도 뿌듯했다.

김치 팔아서 번 돈으로 우리 엄마 맛있는 음식 사드리고, 예쁜 옷도 사드리고.

엄마한테 해드릴 수 있어서 얼마나 감사한지 모르겠다.


K-장녀지만 그 기대치에 어울릴만한 행동들을 하지 못해서 늘 마음에 짐이 있었는데 오늘은 엄마께 이렇게 해드릴 수 있음에 벅찼다.

서먹하진 않지만 또 아주 가깝지도 않은 우리 모녀

오늘을 계기로 엄마랑 조금씩 더 가까워지면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다음에 또 밥 먹자 엄마, 좋네.

차에 내리기 전 너와 좋은 시간을 가져서 좋다는 말씀을 가벼이 하시는데

코끝이 괜히 시리고 뭉클했다.


나도 그래 엄마, 건강만 하셔. 그래야 또 밥 먹고 이야기 나누지.


마음이 쓰여서 건넨 전화통화 한 번에 엄마의 필요도 알게 되고, 생각도 알게 되고, 덕분에 좋은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는 말을 들으니

마음이 바라는 대로 종종 움직여도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아, 마음이 부르다!!!!!


keyword
화, 목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