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이 뭘까.
결혼을 앞두고 시아버지께서 쓰러지셨다.
심장에 문제가 생겨서..
이 날 이후로 아버님은 심장에 제세동기 삽입술도 하시고, 부정맥 때문에 시술도 받으셨지만 자꾸만 힘을 잃어가는 심장으로 인해 현재는 중환자실에서 치료받고 계신다.
병문안을 가고 싶어도 딱히 해드릴 수 있는 것이 없기에 망설였다.
간다 하더라도 정해진 면회시간 (오전 10-10:30)에만 뵐 수 있고, 나보다는 시가 식구들이 먼저 아버님을 만나야 한다고 생각했어서 더 그랬던것 같다.
아버님...손주 두 놈이 보고 싶으실 텐데..
12세 미만 아이들은 면회불가라서.. 데리고 갈 수도 없음이 야속하고 속상하다.
우리 아이들을 보여드리고 싶은데 뜻대로 되지 않음이 속상하다..애들 보시면 웃으시고 힘을 더 내실텐데..
며느리 자리에 위치한 나는 우리 가족들을 위해서 뭘 할 수 있을까?
아버님이 좋지 않으시다는 소식을 들은 후부터는 불안함에 손이 바들바들 떨리고, 어떤 일도 손에 잡히지가 않으며, 예민해져 버렸다.
..... 이러고 싶지 않은데.
병원에 갈 채비를 하는 내내 스스로에게 이야기했다.
“정신 차려라, 차분하고 냉정하게 상황을 크게 보자.”
“나보다 시가 식구들이 훨씬 더 불안하고, 힘들다.”
“내가 정신 차리고 있어야 다른 가족들이 안정감을 느낄 수 있다.”
“지금은 그 누구보다 시어른들이 힘들시기이니 말을 많이 하지 말고 들어 드리자, 옆에 있어드리자.”
이 생각들을 반복해서 새기며 불안을 가라앉혔다.
혜화역 3번 출구.
병원까지 10분.
시원함을 넘어서 시리게 느껴지는 중환자실 앞 벤치.
눈물이 그렁그렁 맺힌 우리 어머니.
그런 어머니 곁을 지키는 고운 우리 아가씨.
회사일로 아버지 곁을 지키지 못하고 주어진 일을 해내느라 냉정함을 유지해야만 하는 우리 남편.
평창에서 한달음에 달려오신 우리 둘째 고모님.
아무것도 모르고 해맑기만 한 9살 4살 우리 아이들.
언제든 도움을 요청하면 열일 제치고 도와주는 천군만마 우리 친정가족들.
혼자였다면 감당하기 힘들었을 불안을,
가족이라는 이름에 힘입어 삼켜냈고, 그저 살아냈다.
우리 아버님도 온 가족들이 당신을 위하고 있음을 느끼시기에 살아내신 거고, 앞으로도 살아내실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삶은 희망적이고, 생명엔 힘이 있다.
그렇기에 내일도 기대하게 된다.
내일이 있음에 감사하게 된다.
아버님께서 지금의 이 어려운 고비를 잘 견뎌내 주시길 전심으로 기도하며 잠들어야겠다.
내가 우리 가족들을 위해 할 수 있는 일은
자리를 지키고, 기도하는 것.
그거면 충분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