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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아 Mar 18. 2024

1화. 세기의 논쟁 치약 짜기

습관.

내가 펌프치약을 사는 이유.


    




“여보! 제발 치약 좀 끝에서부터 짜서 써!”

“그게 그렇게 힘들어?”     


아쉽게도 입 밖으로 나오지 못하는 마음의 소리를 글로 써보았다.

화장실 갈 때마다 내 눈에 보이는 2080 치약은 눈에 가시였다.

중간부터 짜서 쓴 치약은 잘록한 허리를 자랑하는 호리병 같다.

난 말없이 끝에서부터 치약을 밀어 올려 잘록한 치약의 허리를 없애준다.

신혼부터 지금까지 나에게 자연스러운 일상이다.


양치 예절은 1도 없는 아내에게 단 한 번도 치약으로 잔소리를 한 적이 없다.     

굳이 이런 걸로 잔소리하고 싶지는 않았다.

쭈글쭈글한 치약은 보기 싫은 사람이 밑에서부터 밀어서 쓰면 된다고 생각했다.

치약을 앞으로 쑤욱 밀어내는 것은 고작해야 3초도 안 걸린다.

3초를 참지 못한다면 흐트러진 감정을 통해 잔소리에 살기가 더해져서 입 밖으로 나올 것이다.

잔소리로 인해 서로 감정이 상한다면 이 치약으로 발생한 냉전은 3시간이 될지 3일이 될지 아무도 모르기 때문이다.

3초의 투자가 가장 현명한 방법이라고 생각했다.   

  

부부생활을 하다 보면 생활습관으로 부딪치는 문제가 무수히도 많다.

특히 신혼생활을 하는 시기에 ‘이 사람이 이랬어?’ 하는 부분을 마주하게 된다.

두 사람 모두 깔끔한 성격이면 좋겠지만 대체로 남자보다는 여자가 깔끔하다.

그리고 신혼집에 대한 로망과 결혼 생활에 대한 디테일의 로망은 남자보다 여자가 강하기에 남자와 여자는 자연스럽게 부딪치게 된다.     


한평생 그렇게 살아온 두 사람이, 의견조율도 없이 연애와 전혀 다른 결혼 생활을 시작한다.

몇십 년을 그렇게 살아온 삶을 단 하루 만에 배우자가 내가 원하는 대로 이렇게 살아가길 바라는 것은 불가능에 가까울 것이다.

지금 당신 옆에 마주한 진상 남편 혹은 아내가 만들어지기까지는 몇십 년을 갈고닦아서 만들어진 인격체이니 말이다.

    

양말을 마음대로 뒤집어서 빨래바구니에 던져버리는 남자.

한번 말해서 듣지 않는 남자 덕분에 고린내 나는 양말을 다시 뒤집는 여자.

아주 사소하지만 이것들은 부부의 삶과 직결되어 감정을 상하게 만든다.

부부사이의 문제는 사소한 부분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서서 볼일을 보는 경우도 대립의 이유가 되기도 한다.

화장실이 두 개여서 남자 여자 각자 화장실을 쓰는 부부도 보았지만 화장실이 하나인 집이라면 대립이 시작된다.   

  

“여보 앉아서 볼 일 보면 안 될까?”     


이런 말은 들은 남자는 앉는 행위 자체가 자존심이 구겨져서 앉지 않는 것일까?

아니다.

그냥 평생 서서 볼일을 봐온 버릇 때문이다.

귀찮아서 3초를 투자하지 못하고 변기에 앉지 못하는 것이다.

어색함과 더불어 귀찮음은 3초를 이겨내지 못한다.

소변만큼은 서있는 것은 괜찮지만 앉아 있는 것은 귀찮은 게 남자이다.     


이런 것 하나하나가 쌓여서 부부들은 서로 다르다고 생각하고 이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고 말을 한다.

잔소리로 시작했다가 화도 내보고 달래기도 해 본다.

그리고 그 변하지 않는 모습에 진절머리를 느끼고는 한다.

내 눈에 가시 같은 일상의 반복을 견뎌내기는 성인군자가 아니고서야 감당하기 쉽지 않다.     

이 글을 읽는 신혼부부 혹은 아직도 생활습관이 안 고쳐져서 고민인 부부가 있을 것이다.

(곪을 때로 곪은 부부 혹은 저런 모습도 사랑스러운 부부는 제외)


 

난 펌핑치약이 좋다.



치약이 문제라면 그 즉시 마트로 가서 펌핑치약으로 교체를 한다.

(나는 펌핑치약을 사용하고 있다.)

알뜰하게 끝까지 사용이 가능하고 여기저기 돌아다니는 치약의 모습과 아무렇게나 짜서 쭈글쭈글해진 치약을 보지 않아도 된다.

나도 막상 펌핑치약을 써보니 편리하다.

디자인이 조금 더 세련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남기도 한다.

그래도 신혼부터 치약에 관한 내 숙제를 말끔히 해결해 준 거 같아서 매우 흡족하다.    

 

그러면 남편이 아무렇게나 벗어둔 양말은?

그대로 거꾸로 빨아서 그대로 거꾸로 말려서 양말장에 고이 넣어두어 보아라.

타인이 느끼는 번거로움을 몰라서 하는 행동이니 그대로 번거로움을 느끼게 해주어야 한다.     

사실 양말은 뒤집어서 빨래를 해야 한다고 한다.

양말 안감에 무좀균과 각질이 붙어 있기에 뒤집어서 빨래를 해야 더 위생적이라고 한다.

이것을 뒤집지 않는 사람에게 전달을 하고 뒤집어서 빨고

사용하는 사람이 다시 뒤집어서 양말을 신으면 된다.   

  

화장실 변기는 어떨까?

3초가 귀찮아서 앉는 게 안 된다면 샤워기 호스를 틀어 주변을 청소하면 된다.

아마도 보통에 남자들이 앉아서 볼일을 보는 것은 안 되지만

샤워기를 이용하라고 하면 행동의 변화가 이루어질 것이다.

화장실 옆 청소용 호스는 안 된다.

왜냐고? 남자는 허리 구부리는 것도 귀찮아하기 때문이다.

차라리 손을 뻗으면 잡을 수 있는 샤워기 호스를 선호할지도 모른다.     


글을 쓰면서 나는 모르지만 아내가 싫어하는 나의 습관이 있을까 해서 질문을 해보았다.

다행히 3초 안에 대답하지는 않았다.

그동안 쌓아두고 칼을 갈고 있지는 않았다는 것으로 해석을 했다.

짧은 생각을 마친 뒤 아내는 입을 열었다.   

  

“밥 먹을 때 쩝쩝 거리는 소리가 너무 커.”

“아! 또 있어 커피 먹으면서 가글 좀 하지 마.”     


내가 생각해도 더럽다는 생각이 든다.

조금은 조심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조금 조신하게 음식을 오물거리려고 하고 커피는 음미를 핑계 삼지 않고 바로 삼키려고 노력한다.     


이외에도 다양한 생활습관들은 남녀를 대립하게 만든다.

이전의 삶을 존중하지만 새로운 대안으로

자신만의 집에 규칙을 만들어가는 것이 부부간의 대립을 막을 수 있지 않을까?

물론 전제가 붙는다.

대화가 통해야 한다.

아마도 이 글을 쓰면서 제일 중요하게 반복적으로 나오는 것은 대화가 아닐까 싶다.    

 

남자는 생각보다 굉장히 단순한 사고를 하며 살아간다.

본인이 생각했을 때 중요하지 않은 일은 귀담아듣지 않고 살아가려고 한다.

여자는 생각보다 굉장히 복잡한 사고를 하며 살아간다.

작은 일 하나도 더 깊고 큰 의미를 두고 살아가려고 한다.    

 

나의 습관에 배우자의 습관을 맞추기 위해 노력한다면 대립은 불가피하다.

대립은 사이의 간격을 알게 모르게 벌어지게 만든다.

그리고 어느 날 뒤돌아보면 간격은 다시 붙일 수 없을 만큼 벌어져 있다.

대립을 피하고 새로운 룰(습관)을 만들어서 공표를 해보는 것은 어떨까?


이전의 습관을 존중은 하지만 그 습관을 덮어버릴 새로운 습관 말이다.

말이야 쉽다.

하지만 어려운 것을 해내는 것이 결혼생활의 묘미가 아닐지도 모르겠다.

사람하나 사람구실하게 만드는 일이 쉬운 게 아니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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