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는 무형의 것으로 인식되곤 한다. 유형이래 봐야 전선에서부터 전등 정도까지의 무게로 다가온다. 나 역시 그랬다. 이 일을 반복적으로 하게 되기 전까지는. 하지만 전기 작업은 무형의 무게를 유형의 도구로 다루는 일에 가까웠다. 그것은 이전의 내가 경험하지 않았던 종류의 움직임이었다. 눈에 잘 띄지 않지만 분명히 육체적인 노동. 상상하거나 바라보는 것만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강도였다. 사다리에서 균형을 잡는 일, 동시에 목을 꺾어 천장을 올려다보는 일, 손을 길게 뻗어 힘을 싣는 일은 보기보다 많은 에너지를 요구했다.. 몸을 쓰는 입장에서 그것은 있는 힘껏 버티는 일이었다. 마치 스쿼트에서 일어나는 동작을 10분 동안 하는 것처럼. 전기 작업은 격렬해 보이지 않는다. 무거운 공구를 들고 콘크리트를 가르는 동작도 아니고 거대한 자재를 들어 올리는 장면도 아니다. 하지만 정지에 가까운 자세로 미세한 힘을 오래 유지하는 일. 몸은 조용히 소모되고 있었다.
고객의 집에 들어선 뒤 가장 먼저 하는 일은 가방을 펼쳐 챙겨 온 공구를 꺼내놓는 일이다. 그리고 이미 배송되어 있는 등기구를 박스에서 꺼내 포장을 제거한다. 조립할 것이 있으면 조립을 하고 너트를 풀어둘 것이 있으면 풀어둔다. 개수가 많은 경우 이 작업만 해도 꽤 시간이 걸린다. 작업 중 천장의 석고가루가 가구나 침대 등에 떨어질 것 같으면 비닐로 보양을 해둔다. 이렇게 밑작업이 완료된 뒤 차단기를 내리고 이미 설치되어 있는 등기구를 탈거한다. 형광등일 경우 무게가 좀 나간다. 시간도 좀 더 걸린다. 힘도 좀 더 든다. 커버가 보통 유리이다 보니 조심하느라 신경도 근육도 긴장한다. 탈거가 끝난 뒤 전선을 체크한다. 탄화되어 까맣게 변색된 전선은 잘라낸다. 피복을 다시 벗긴다. 이 과정은 반짝거리는 구릿빛 전선이 나올 때까지 몇 번 반복되기도 한다. 잘라내다 전선이 너무 짧아지면 가져간 전선을 잘라 커넥터로 이어 붙여 연장을 한다.
이때까지 사다리에서 바닥으로 오르내리는 횟수는 다섯 번에서 여덟 번 정도. 전선이 정리되면 브래킷을 고정시키기 위해 천장을 체크한다. 마침 그 자리에 목상이 지나가고 있어 앵커를 박을 필요가 없는 경우는 많지 않다. 석고보드만 잡힐 경우 앵커를 박기 위해 위치를 잘 잡고 드릴로 구멍을 내어 앵커를 밀어 넣는다. 브래킷을 제자리에 대고 나사를 조여서 고정한다. 그러고 나서 등기구를 브래킷에 고정시키고 전선을 연결한다. 마지막으로 커버를 끼워 넣고 레버를 돌려 고정한다. 여기까지의 작업 중 물을 한 모금도 마시지 않았다면 탈수 상태가 된다. 중간중간 의식적으로 물을 마셔주려 하지만 작업을 하다 보면 그 또한 쉽지는 않다. 차단기를 올리고 등을 켜본 뒤 제대로 작동하면 정리를 시작한다. 분리수거를 해서 쓰레기통에 넣거나 구석에 쌓아둔다. 공구도 챙긴다. 가방에 넣고 지퍼를 닫는다. 그리고 수고비를 받은 뒤 집을 나선다. 탈수 상태임을 자각하는 건 보통 그 이후다. 생수병을 꺼내 벌컥벌컥 마셔준 뒤 버스정류장이나 지하철역으로 향한다.
여기까지의 움직임을 머릿속으로 그려봤다면 노동의 강도가 어떻게 느껴질지 모르겠다. 피복을 벗기는 일만 해도 복근부터 전완근까지에 힘이 꽤 들어간다. 사다리에서 손을 움직이며 균형을 잡기 위해서는 온몸의 근육이 긴장을 한다. 종종 전선을 구부려 커넥터에 제대로 꽂는 일 역시 수월하지는 않다. 전선은 꽤 뻣뻣하기 때문이다. 동공앵커의 경우 천장에 박아 넣으려면 역시 복근에서부터 엄지손가락 끝까지 힘을 세게 주어야 한다. 앵커에 나사를 좀 더 튼튼하게 박아 넣으려면 수동 드라이버가 전동보다 나아서 힘이 좀 더 들더라도 그렇게 하는 편이다. 나는 키가 크지 않아서 등기구의 커버의 레버가 눈에 보이지 않기 때문에 손으로만 감을 잡아 돌리는데 이때 어깨와 목 부근의 근육이 많이 쓰인다. 이제는 많이 익숙해진 과정이라 스스로는 제법 수월하게 해냈다고 느끼지만, 작업 뒤의 몸이 말해준다. 오늘도 역시 고됐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