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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stin Aug 09. 2021

아프리카를 바라보는 수평적 시선

새로운 세계의 경험과 도전, 푸생 부부의 <아프리카 트렉>

'아프리카' 하면 무엇이 떠오르냐고 물어본다면, 과연 어떻게 대답할까? 넓은 초원과 야생동물이 떠오른다면 당신은 TV 속 '동물의 세계'를 아직 벗어나지 못했고, 검은 원주민의 야만적인 생활이 보인다면 당신은 영화 '부시맨'과 '줄루'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했으며, 에이즈와 내전, 가난으로 얼룩진 사람들의 모습이 떠오른다면 당신은 당신은 뉴스에서 말하는 서구 선진국 중심의 우월적 시각을 한 치도 벗어나지 못한 것을 증명한다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런 시각들은 생각해 보면 판단한 사람이 우월적 위치에서 수직적 시각으로 보는데 익숙하기 때문에 가능한 것이고, 본인에게 익숙하지 않은 것들에 대한 마음의 문이 열리지 않았음을 의미하는 것이기도 하다.


나 역시 아프리카를 생각한다면 일반 독자들과 마찬가지로 어느 한 장면에 각인된 단편적인 사고의 틀에서 벗어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적어도 이 책을 읽기 전까지는 말이다. 


이 책의 가치을 말하기에 앞서, 신혼부부로서 아프리카 종단을 결심한 푸생 부부의 용기와 결단력, 포기하지 않는 도전정신은 책의 내용과 상관없이 모든 독자에게 찬사 받아 마땅하다. 세상은 혹시 그들 부부를 미친 사람들이라고 말하기도 하겠지만, 역사가 소위 미친 사람들에 의해 서서히 변화되고 주위의 인식을 변화시켜 왔다고 했을 때, 우리는 그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고 경외심을 가져야 한다. 


따라서 그것은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세계를 바라보는 시각이 상당부분 왜곡되어 있음을 반성하는 것이며, 자신이 알고 있는 것이 전부인 것처럼 일반화시키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는 것에 대한 일종의 자기 성찰이다. 


누가 과연 제대로 아프리카를 설명할 수 있을까? <아프리카 트렉>의 진가는 수많이 접한 현상과 경험을 절대적 객관성을 유지한 채 묘사하는 디테일에 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며 '백견이 불여일행'이라 하지 않았던가? 미지의 세계에 뛰어들어 가장 '수평적인 시각'에서 자연과 사람, 사람과 사람의 상황을 묘사한다는 것은, 그저 그대로의 역사적 사실이 장황한 논문 수십 편의 가치보다 우월하다는 인식론적 사고의 타당성을 보여준다. 아프리카를 바라볼 때 늘 그렇게 생각하듯 '고통받는 땅'이라고 생각하던지 아니면 때묻지 않은 자연과 순수한 사람들이 넘쳐나는 '살만한 땅'이라고 평가하는 것은 두 번째 문제다. 그저 거기에 경험하지 않고 수직적 가치관의 시선에서 본 내용만으로 평가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 책은 그런 사실적 묘사를 통한 판단의 근거를 보여줌으로써, 우리가 섣불리 재단했던 아프리카에 대한 이미지의 화석화를 경계하는데 유용하다.

  

우리가 알고 있는 오해에 대한 정확한 인식을 위한다면 스스로 일어나 그 속에 뛰어들어야 한다는 불변의 진리를 일깨워 준 책으로 평가하고 싶다. 아무리 우수한 논리와 관념도 단순한 팩트를 이길 수 없는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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