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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stin Aug 09. 2021

여행은 나를 바꾸는 과정

책 속 여행의 참맛, 김연수 여행산문집 <언젠가, 아마도>

여행만큼 좋은 것이 있을까? 집밖으로 나가는 것 자체를 고생이라고 생각해 가방을 싸고 푸는 것 자체를 싫어하는 사람들도 물론 있지만, 평균적으로 이야기하면, 여행만큼은 만인이 좋아하고, 원하는 것이라고 서슴없이 표현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여행을 좋아하고 원한다고 해서 모두가 여행자의 길에 쉽게 오르지는 못하지만, 일상의 생활이 힘들거나 무언가 변화가 필요할 때 여행을 통해 나를 둘러싼 환경을 바꾸고자 하는 것은 모두가 똑같다는 의미로 해석하면 된다.


모두가 원하는 여행이라면, 과연 목적이나 각각이 생각하는 여행의 정의는 같을까? 


누군가는 스트레스라는 내면의 적과 싸우기 위한 자신만의 방법일 수도 있지만, 누군가에게 여행은 자신이 경험한 것들을 알리면서 기분을 내기 위한 매개가 되고, 또 누군가에게는 조용히 쉬다 오며 생각을 정리하는 수단으로서 여행을 대한다. 사진만 찍어대는 사람이 있는 반면, 맛있는 것만 찾아다니는 식도락파, 또는 많은 곳에 발을 딛는 것 자체에 의미를 두는 사람도 있다. 이렇듯  여행의 필요성에는 공감을 하지만, 우리가 여행을 생각하는 태도에 있어서는 차이가 난다. 당연한 것이겠지만 말이다.


김연수 작가의 글은 두 번째이다. 처음 접했던 글은 <청춘의 문장>을 통해서 였고, 처음의 책에서 김연수 작가의 이름은 물론 생각의 깊이와 넒이, 그리고 그것을 표현해 내는 능력에 감탄을 했던 바, 이번 두 번째 책은 어렵지 않게 선택할 수 있었다. 첫 번째 책에 대한 기억에서도 마찬가지지만, 작가의 글에 대한 나의 기억은, 사물을 보는 다른 시선, 생각의 전환, 세상을 바라보는 나를 다시 제3자가 되어 조용히 바라보는 것을 즐긴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절대 화려하지 않되 구루하지 않고, 고독을 담아내되, 완전히 외롭지 않은.. 경계선을 한 발짝씩만 넘나드는... 그런 느낌의 작가로 기억한다. 


이 책은 바로 그런 느낌의 책이다. 항상 홀로 다니는 여행에서 누군가를 바라보면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고, 많은 인파 속에서 외로움이 묻어나는 책이다. 한편으로는 과거에 경험했던 여행 속에서 느끼지 못했던 것들을 다른 여행지에서 기어이 찾아내고야마는, 여행의 호불호가 분명하다고 할 수도 있다. 어쩌면 작가의 글 속에서는 집요함이 묻어난다고 할까? 나만의 생각일지 모르지만, 이제는 작가만의 시선과 사고의 틀이 완벽히 갖추어져 때로는 다른 관점이 침투할 여지를 남겨두지 않는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감이 되는 부분은, 여행은 혼자하는 것, 여행은 공간이동이 아니라 나를 둘러싼 환경을 바꾸는 것, 시선을 바꾸면 세상이 달리 보이고, 달라진 세상을 보는 풍경에서 내가 변한다는 것과 같은, 여행의 정의와 관련한 내용이었다. 나역시 홀로 여행을 즐기는 편이고 북적한 것 보다는 조용히 그곳의 생활 속에 녹아들어 가서 일부분이 되는 연습을 하는 것을 좋아하기에 작가가 표현한 여행의 정의에 고개를 끄떡이게 되었다.  사진을 찍기 보다는 메모를 하며 사진이 담아내는 선명한 이미지보다는 여행에서의 전반적 느낌을 되살려주는 노력들을 좋아하고, 여행지 자체가 가지는 독자적인 매력을 인정하려는 여행의 태도에 공감하는 것이다. 어쩌면 내가 가지지 못한, 내가 가지되 표현하고 경험하지 못한 것들은 작가를 통해 나를 발견한다고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세상이 좁아지고, 빨라지고, 연결되면서 여행이 가지는 의미가 조금씩 달라지게 됨을 느낀다. 마음만 먹으면 어디든지 갈 수 있고, 만날 수 있고, 경험할 수 있는 세상에서, 여행은 이제 작가의 말대로 공간이동의 의미는 점점 더 사라져 갈 듯 하다. 우리가 생각하는 지금의 여행의 모습은 22세기에 접어들면 같은 생활권 안에서 이동의 개념으로만 생각되지 않을까?


하지만 여행은 그 때에도 우리가 가장 좋아하는 것 중 하나로 남아있을 것은 분명하다. 그 이유는 여행은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라, 여행의 전, 후, 기간 중에 객관화된 모습으로 만나는 나의 생각과, 행동이기 때문이다. 나를 둘러싼 세상이 달라지는 순간, 변하게 되어 있으니까... 그런 측면에서 본다면 작가의 여행에 대한 관점은 과거, 현재, 미래를 아우르는 가치가 아닐런지...


코로나로 인한 아쉬움을 여행에세이로 달래려고 고른 책. 하지만 김연수라는 이름에 걸맞는 그에 맞는 사고의 깊이를 다시 한 번 확인한 책. 다시 여행 준비로 길을 나서는 기분좋은 상상을 해본다.




작가가 여행을 다니며 읽은, 또는 인용한 책들의 목록이 나와 있다. 읽을 책을 고르기 어렵다면 이 중에서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은 또 하나의 선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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