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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ustin Aug 09. 2021

길 위의 멋과 맛을 찾아서

식객의 자전거 여행, 허영만의 <자전거 식객>

허영만 선생의 <식객>을 다 읽지는 못했다. 전체 분량의 1/3 정도 읽은 것이 고작이다. 하지만 <식객>은 항상 나의 읽어야 할 책 목록 혹은 소장해야 할 책 목록에 항상 포함되어 있다. 그 만큼 허영만 선생의 맛과 멋을 찾기 위한 노력에 대한 찬사와 함께 그 속에 담아낸 사람들의 이야기에 감동이 컸다는 이야기와도 같은 의미라고 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런 '식객'이 이제 <자전거 여행>이라는 길 위의 추억과 함께 돌아왔다. 자전거로 해안가 일주를 한다니... 전에 읽어보았던 <집나가면 개고생 그래도 나간다>가 요트를 가지고 전국일주를 했던 것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할 지 모르지만, 제주도 자전거 해안가 일주의 유경험자로서, 매순간 느끼는 고됨과 신체적 고통, 그리고 안락한 집으로 돌아가고 싶어하는 포기의 유혹들을 알고 있었기에 가출단의 일탈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 자전거 여행에 식객의 '맛'이 어우러졌으니 어찌 '멋'이 있지 않을까? 


이번에는 '집밥'이 컨셉이다. 유명한, 인터넷에 떠도는 삭당이 아니라 민가의 구들방이나 다 쓰러져가는 허름한 식당에서 밥을 먹는다는 컨셉이다. 여행을 흉내내며 따라 해보고 싶은 이들에게는 쉽게 범접하지 못하는 아쉬움이 있겠지만, 독자들은 눈과 귀와 입을 통해 뇌가 호강하는 호사를 누릴 수 있다. 때로는 먹거리의 멋드러진 표현이나 우리나라 자연의 아름다움을 땀냄새 가득 그윽하게 풍기는 한 폭의 풍경 수묵화처럼 전달해 주니 어찌 독자들이 책 장을 쉽게 넘기지 않을 수 있을까? 그러니 뒤로 가면 갈 수록 그 느낌의 축적은 한 층 더 진해지는 것은 당연하다.

 

강화도에서 시작한 자전거 여행이 강원도 고성에 이르렀을 때 총 주행거리 2,363km, 라이딩 일수 47일, 총 19번의 구간 이동... 웬만한 사람들은 엄두도 내지 못할 일을 끝내는 해냈다는 것도 모자라 스스로를 환자라고 칭하며 다음을 기약하는 이들에게 우리는 부럽지만 다음의 일탈을 응원할 수 밖에 없을 듯 하다.


여행의 참맛이란 '새로운 곳의 문화를 이루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삶을 배우는 것'이라 믿기에, 그런 사람들에게서 배운 '사람 사는 멋'을 그리워 하기에, 나의 여행의 가치는 변하지 않을 듯 싶다. 그리고 그것을 허영만 선생은 인생의 활력소 또는 터닝 포인트로 여기시는 것 같고... 그저 감탄할 뿐이다.


중간 중간 보이는 식당과 음식 소개는 훌쩍 떠나 목적지에 발을 딛을 작은 목적을 선사해 주는 것 같은 의미를 던져준다. 먼 이국땅에서 낙지, 닭계장, 홍합, 전복요리를 보며 다시 한 번 맛보고 싶은 충동을 느끼는 것은 슬기로운 격리생활에서의 심적 사치이자, 작은 위안이 되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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