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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달리 Sep 04. 2023

나의 단잠 처방전


낮잠이든 쪽잠이든 가리지 않고 잘 때마다 매번 꿈을 꾼다. 내용도 대부분 기억이 난다. 몇 개의 꿈을 연달아 꾸기도 하고 운이 좋으면 이어서 꾸기도 한다. REM수면을 할 때 꿈을 꾸고, 비REM수면을 하면서 회복던데, 그럼 난 남들보다 회복이 더딘 걸까? 그러나저러나 이미 익숙해졌고 번외의 삶, 다이내믹한 삶을 사는 또 다른 방법이라고 여기기로 했다.


꿈을 잘 꾸지 않는다는 사람들도 피로감을 호소하기는 마찬가지다. 동료들과 잘 잔 경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 봤더니 건강검진 때 했던 수면 내시경을 공통적으로 꼽았다. 15분 남짓 잤는데도 오래 잔 것 같은 개운함이 좋았다고 한다. 내 경우에는 마취 후 매번 잘 깨어나지 못해서 유쾌한 경험은 아니었는데.




꿈 없이 단잠을 잤다고 느꼈던 경험은 요가 수업 끝의 휴식 시간이었다. 요가를 처음 배울 때여서 몸에 긴장이 많이 들어갔고 늦은 저녁이라 노곤노곤한 상태였다. 힘을 빼고 누워 아래로 더 아래로 몸을 내려놓으라는 나른한 지시를 따르자니 바닥을 사뿐히 통과해서 둥실둥실 지구 밑바닥까지 하강하는 느낌이었다. 그러다가 스르르, 모든 감각이 닫히고 깊고 편안한 잠을 자고 났는데 겨우 5분이 지나 있다. 


사바사나, 이완을 통해 완전한 휴식을 하는 이 동작의 명칭이다. '사바'는 시체를 의미하는 산스크리트어서 말 그대로 송장 자세라고도 부른다. 잠이 죽음을 닮았듯이, 긴장과 이완을 반복하다가 마침내 완전한 이완에 이르는 이 단계는 마치 삶의 마침표를 경험하는 느낌이다. 수련 후에 눈을 뜨면 몸과 마음에 남았던 피로감이 증발하고 개운하게 다시 태어나 기분이 든다.



요가는 넓은 장소도, 요란한 장비도, 무거운 기구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 에어컨을 켜지 않아도 괜찮다. 그저 내 몸 크기만 한 얇은 매트 한 장과 밝지 않은 불빛 한 줄기만 있으면 된다. 뼈와 근육을 가능한 길게 늘여 보아도 그 작은 영역을 넘어서지 못한다는 걸 알 수 있다. 가슴 앞에서 두 손을 모아 경건하게 합장하고, 골반을 열었다가 닫아 보고, 팔을 뒤로 길게 뻗어서 반대쪽 발을 잡고 차올려 보면 느낄 수 있다. 내가 일상에서 얼마나 똑같은 동작만을 반복해 왔는지를.


요가를 시작하기 전의 마음가짐과 동작을 수행하는 과정, 그리고 그 이후의 휴식 시간까지 모든 단계가 안식이다. 요가 매트 위에서는 의식이 닿지 않았던 몸의 부위를 인식하면서 평소에 하지 못했던 생각들을 할 수 있다. 천천히 진행되는 움직임도 좋다. 분한 트레칭으로 몸을 구석구석 풀어주면 정신도 긴장을 내려놓는다. 그 위에서 나는 온전한 내가 된다.



요가에서 중요한 건 호흡다. 동작이 버거워도 호흡만은 편안하게 해야 한다. 가능하면 깊게 마시고 내뱉어야 하는데 의식하는 순간 부자연스러워진다. 아무런 힘도 들이지 않던 일인데 잘하려고 하면 할수록 숨이 막히는 건 왜일까. 의식과 무의식의 전환이 그만큼 어려운 것일까. 세상에 나와서 죽는 순간까지 중단되지 않는 유일한 활동이 호흡이었다. 그만큼 중요일이 자연스럽게 진행되고 있었 감사하게 다.


요가 선생님들은 너그럽다. 선생님이나 남들과 똑같이 하지 않아도 되고 자신이 할 수 있는 만큼만, 오늘 이 시간에 내 몸이 허락하는 만큼만 움직이라고 한다. 긴장을 풀어내고 자극이 오는 신체 부위를 인식하려 애쓰다 보면 몸과 생각이 일치되는 느낌이 든다. ‘지금, 여기, 나’라는 공간과 시간과 존재가 합일에 이르는 느낌. 온갖 상념을 잊고 나에게만 집중하다 보면 내면에 고요함이 깃든다. 그리고 깊고 고요한 휴식이 나를 기다린다.



프로그램도 풍경도 휴식 그 자체인 〈에일린 mind yog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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